7m 대작 김흥수 '미의 심판' 첫 공개…제주현대미술관 특별전
등록 2026/11/03 09:15:12
수정 2026/11/03 09:29:05
2년 6개월 걸려 완성한 1997년 작품
올해 유족에게 기탁받아…독창적 '하모니즘' 집약

김흥수, 미의 심판, 1997, 캔버스에 혼합재료, 250x70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붉은 화면 위에 수많은 인체가 등장한다. 서 있는 사람과 몸을 웅크린 사람, 팔을 들어 올린 사람이 뒤엉켜 있다. 화면 왼쪽에는 검정과 분홍, 초록색 띠가 반복된다.
사실적인 인체와 추상적인 색면이 한 화면에서 충돌하고 어우러진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흥수(1919~2014)가 완성하는 데 2년 6개월을 쏟은 대작 '미의 심판'(1997)이다. 가로 7.09m, 세로 2.5m에 달하는 이 작품이 제주에서 처음 공개된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오는 6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특별·상설전시실에서 김흥수 특별전 '하모니즘의 이름으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미의 심판'이다. 제주현대미술관이 올해 유족에게 기탁받은 작품으로, 김흥수의 누드 표현과 독창적인 조형 양식인 '하모니즘'을 집약했다.
작품 속 인체는 김흥수가 오랫동안 스케치해 온 모델의 다양한 자세 가운데 선택한 것이다. 작가는 누드를 단순한 관능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았다. 인간의 감정과 창조의 근원을 상징하는 형상으로 다뤘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2010년 9월 개인전을 열고 인터뷰했던 생전의 김흥수 화백. 김 화백은 2014년 6월9일 평창동 자택에서 향년 95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김흥수가 1977년 7월 7일 선언한 '하모니즘'은 사실과 추상이라는 서로 다른 조형 세계를 하나의 화면에 결합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형상과 비구상적인 색면이 대립하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1919년 함흥에서 태어난 김흥수는 화가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미술학교에 보내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고 맞설 만큼 고집이 강했다. 1940년 동경미술학교에 수석 입학했고, 6·25전쟁 때는 종군화가로 활동했다.
하모니즘의 출발점은 우연한 발견이었다. 1967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교수로 활동하던 당시 추상화와 구상화가 겹쳐 놓인 모습을 보고 새로운 조형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후 10년간 연구를 거듭해 자신만의 화풍으로 발전시켰다.
기존 화단의 관례에 도전하며 '화단의 이단아'로 불렸던 그는 생전 “예술은 감동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절로 감동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는 “새롭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 변화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모니즘, 하나의 세계를 그리다 스틸컷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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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제작한 영상 '하모니즘, 하나의 세계를 그리다'도 상영한다.
약 20분 분량의 영상은 일본과 프랑스, 미국에서 활동한 시기부터 하모니즘 선언, 제주현대미술관 작품 기증까지 김흥수의 생애를 다섯 부분으로 나눠 소개한다.
미술관은 소장 기록물과 작품을 바탕으로 시대를 고증하고, 재현하기 어려운 인물과 시대적 배경을 AI 영상으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은 "김흥수 화백의 대표 회화로 하모니즘의 조형적 특징과 예술적 의미를 살펴보고, 인공지능 영상으로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시대 흐름 속에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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