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끊기고 전기는 주 몇 시간…러 점령 우크라, 겨울 앞 생활기반 붕괴
등록 2026/10/16 14:45:50
올레시키 식량난·대피난 심각…주민들 전투·지뢰 위험에 고립
도네츠크 물 부족·자포리자 정전 장기화…크림은 상대적으로 사정 나아
![[마리우폴=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외곽의 우물에서 주민들이 물을 긷고 있다. 마리우폴은 일주일 전부터 전기와 수도가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2022.03.10.](https://img1.newsis.com/2022/03/10/NISI20220310_0018576217_web.jpg?rnd=20220310092234)
[마리우폴=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외곽의 우물에서 주민들이 물을 긷고 있다. 마리우폴은 일주일 전부터 전기와 수도가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2022.03.10.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 곳곳에서 수돗물과 전기 공급이 끊기고 의료 서비스까지 악화하면서 겨울을 앞두고 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가 일주일에 몇 시간밖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생활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점령지역의 물·전기 공급 중단과 의료인력 부족, 공공서비스 악화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선과 가까운 지역은 전투 피해와 주민 고립이 심각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낡거나 파괴된 기반시설을 제대로 복구하지 못해 생활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페트로 안드리우셴코 점령연구센터장은 전쟁으로 인한 시설 파괴와 전문인력 부족에 더해 러시아 점령당국이 기본적인 생활 서비스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황 분석단체 딥스테이트의 위치정보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크림반도 전역과 루한스크주의 99%, 도네츠크주의 73%, 자포리자주의 65%, 헤르손주의 57%를 점령하고 있다. 크림반도와 도네츠크·루한스크 일부는 2014년부터, 헤르손·자포리자 지역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점령됐다.
점령지에 남은 주민들이 모두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령과 질병, 장애, 경제적 어려움, 가족 부양 부담에 더해 떠날 경우 점령당국에 재산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피신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상황이 특히 심각한 곳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올레시키 일대다. 러시아군은 드니프로강 동쪽 강변의 도시와 마을을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맞은편 지역을 공격하는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올레시키와 인근 홀라프리스탄 주민들은 계속되는 드론 공격과 전투에 노출돼 있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지뢰와 안전한 대피로 부족으로 주민들은 도시를 빠져나가기 어렵다. 식량 반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군이 국제 구호단체와 우크라이나 측의 점령지역 접근을 막고 있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전했다.
드미트로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인권옴부즈맨은 지난 9월16일 올레시키와 주변 지역에 어린이 약 200명을 포함해 6000명 이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옴부즈맨실은 이 가운데 긴급하게 안전한 대피 지원이 필요한 주민 358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헤르손주의 물 부족은 2023년 6월 카호우카 댐 파괴로 더욱 악화했다. 지역의 주요 수원이던 카호우카 저수지가 사라지면서 북크림운하를 통한 물 공급 체계도 마비됐다. 헤르손 지역을 연구하는 세르히 다닐로우 중동연구협회 부대표는 운하가 심각하게 훼손돼 물이 다시 확보되더라도 기존 운하를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전도 물 공급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기가 끊기면 물을 끌어올리는 설비를 가동하기 어려운데, 점령당국은 급수차조차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국가저항센터는 지난 6일 일부 지역에서 전기가 20~30분 공급된 뒤 다시 기약 없이 끊기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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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주 점령지역에서는 전력난이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작전과 보급을 방해하기 위해 점령지역 에너지시설을 공격하고 있으며, 러시아 점령당국도 파손된 시설을 제대로 복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키이우인디펜던트의 설명이다.
로베르트 브로우디 우크라이나 무인체계군 사령관은 지난 7월1일부터 8월13일까지 러시아 점령지역 전역에서 에너지시설 240곳이 타격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자포리자주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역 전체에서 집계된 수치다.
자포리자주의 키릴리우스카 사주에서는 전기가 일주일에 몇 시간만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이 있는 에네르호다르를 비롯해 멜리토폴과 베르댠스크에서도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다. 에네르호다르에서는 전기가 자주 끊기면서 물을 끌어올리는 설비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멜리토폴 주민들은 전압이 280~300볼트까지 치솟으면서 가전제품이 망가졌다고 호소했다. 베르댠스크 지역의 러시아 점령당국도 8시간 넘게 이어지는 정전과 단수를 인정했다. 당국은 장내 감염병 위험을 이유로 주민들에게 물을 끓이거나 정수해서 마시라고 권고했다.
전기와 물 부족에 더해 의료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많은 우크라이나 의료인이 점령지를 떠났지만, 러시아에서 의료진을 데려오려는 시도로도 부족한 인력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안드리우셴코 센터장은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의료 서비스를 사실상 이용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 도네츠크주에서는 물 부족이 주민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점령지역인 도네츠크시에서는 하루 종일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존 수도망은 전쟁으로 크게 파괴됐고, 러시아가 돈강에서 새로 끌어온 물도 지역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안드리우셴코 센터장은 설명했다.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마리우폴에서도 물을 구하기 위해 주민들이 등록한 뒤 급수차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물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쓰레기 수거 등 공공서비스도 악화했다. 도네츠크와 마리우폴에서는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거리에 쌓이고 있으며, 실제로 제공되지 않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요금이 청구된다는 주민들의 불만도 제기됐다. 마리우폴에는 새로운 의료 진단센터가 건설됐지만 일할 의사가 부족해 일부 시설은 사실상 비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전선 인근에 고립된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테티아나 하사넨코 우크라이나 측 올레시키 군사행정 책임자는 식량과 의약품, 전기, 안전한 교통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겨울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주민들이 극심한 공포와 절망에 빠져 있다"며 "여름이 지났는데도 대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헤르손=AP/뉴시스] 지난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한 기자가 카호우카 댐 파괴로 말라버린 카호우카 저수지 바닥에서 떼죽음한 물고기를 촬영하고 있다. 2023.06.20.](https://img1.newsis.com/2023/06/19/NISI20230619_0000286424_web.jpg?rnd=20230620082256)
[헤르손=AP/뉴시스] 지난 1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한 기자가 카호우카 댐 파괴로 말라버린 카호우카 저수지 바닥에서 떼죽음한 물고기를 촬영하고 있다.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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