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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도 책 사재기?…"오프라인 제도 미흡"

등록 2026/09/20 07:00:00

수정 2026/09/20 07:10:24

2023~2026년 도서 사재기 의혹 11건 중 8건 적발·수사

오프라인 비회원 구매 1인 다수 구매시 N권 집계

"반복 구매·매입 집중 등 이상 거래 지표 마련해야"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세계 책의 날인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2025.04.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세계 책의 날인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2025.04.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170만부 베스트셀러 '언어의 온도' 작가 이기주가 2024년 출간된 '보편의 언어'를 사재기한 의혹을 받고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면서 도서 사재기 논란이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왔다.

20일 출판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이 작가와 함께 사재기에 공모한 출판사 대표의 내부고발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출판유통심의위)에 신고가 됐고, 지난 9일 검찰이 기소했다. 그는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을 위해 전국 오프라인 서점 300여곳을 돌며 1631권을 사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 시장 규모가 다른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구매가 이뤄지면 베스트셀러 순위가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사재기 배경으로 꼽힌다.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베스트셀러 순위의 경우 종합 순위는 100~200권, 분야별 순위는 10~20권 정도의 판매량 차이만으로도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출판진흥원에 따르면 2023~2026년 도서 사재기 의혹은 총 11건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23년 2건(벌금 약식 명령) ▲2024년 3건(불송치 처분) ▲2025년 3건(2건 벌금형·1건 불송치 후 재고발) ▲2026년 2건(1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1건 수사기관 고발)으로 집계됐다. 11건 중 8건이 적발됐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셈이다.

사재기 의혹은 출판진흥원 모니터링, 외부 신고, 출판유통심의위 접수 등으로 관리 감독하고 있다. 의심 사례가 접수 및 적발되면 출판유통심의위가 유통사 판매 데이터, 출판사의 발행, 출고 등 제작 내역 등을 분석한다. 이후 출판유통심의위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내부 모니터링은 베스트셀러 순위가 갑자기 급등하거나 서점별 순위를 비교했을 때 차이가 높을 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출판유통심의위는 유통사, 출판사, 변호사, 출판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등 출판 관계자 20명으로 구성됐다. 매월 사재기 행위 등을 막기 위해 회의를 갖고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출판유통심의위 '베스트셀러 집계·발표 기준'에 의하면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은 구매자 1인이 동일 도서를 중복 구매(반복 구매 및 2권 이상 구매) 시 1권만 집계한다. 또 온라인 판매는 회원이나 본인 인증이 된 것만 집계한다. 오프라인도 1인이 동일 도서를 중복구매해도 포스(POS)에 1개만 집계하도록 했다.

문제는 오프라인은 비회원으로 구매할 경우 개인이 여러 권을 시간차를 두고 사게 되면 여러 권으로 집계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도 작가가 해당 허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한 출판업 관계자는 "베스트셀러 집계 제도를 알면 우회해 지금까지의 시스템이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상 거래를 걸러낼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서점별 포스 단위로 이상 거래 지표부터 정의해야 한다"며 "짧은 기간에 같은 지점에서 반복 구매가 일어난다든지, 특정 시점에 매입이 몰렸다가 반품률이 급등한다든지 등 이에 대해 서점이 내부적으로 이미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세계 책의 날인 23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2025.04.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세계 책의 날인 23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2025.04.23. [email protected]

사재기를 통해 베스트셀러에 오르려는 배경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높은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가 독자들의 도서 선택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는 점도 사재기 유인을 키운다.

특히 새롭게 독서에 유입된 독자의 경우 자신의 취향이 충분히 형성되기 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다수의 독자가 찾았다는 것은 일종의 좋은 책이라는 믿음과 기대를 준다"고 했다.

베스트셀러를 집계·발표하는 서점들도 판매 추이를 분석하며 이상 징후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신간이 출간되면 기존 작가나 유사 도서의 판매량, 해당 작가의 과거 판매 추이 등을 토대로 판매 흐름을 분석한다. 한 서점 관계자는 "신간이 입고되면 이전 판매 평균치를 통해 분석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재기 근절과 함께 독자가 책을 선택할 때 베스트셀러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다양한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비(非)독자의 독자화를 위해서 여러 리스트가 필요한데 아직까지 좋은 리스트가 많이 없다"며 "베스트셀러에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리스트를 만들고, 이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관계자가 하나의 거버넌스를 형성해 (이와 관련된) 논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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