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메인에 뉴시스 채널 추가하기!

英 도예가·베스트셀러 작가 에드문드 드 발, '흑자' 들고 온다

등록 2026/08/22 00:01:00

수정 2026/08/22 08:04:51

가나아트센터서 ‘rain diary’ 개인전

rain diary, 2025, Porcelain, silver, wood, aluminium and glass, 214.4 × 260 × 13.5 cm © Edmund de Waal Photo: Alzbeta Jaresova. Courtesy Gagosian  *재판매 및 DB 금지

rain diary, 2025, Porcelain, silver, wood, aluminium and glass, 214.4 × 260 × 13.5 cm © Edmund de Waal Photo: Alzbeta Jaresova. Courtesy Gagosian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백색 도자로 잘 알려진 영국 도예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에드문드 드 발(62)이 이번에는 ‘흑자’를 들고 한국을 찾는다.

가나아트는 오는 28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에드문드 드 발 개인전 ‘rain diary’를 개최한다. 2022년 ‘their bright traces’ 이후 4년 만의 국내 개인전으로, 최근 2년간 제작한 설치작품 14점을 선보인다.

precious beyond measure. 제목은 조선의 문인 이하곤(李夏坤, 1677-1724)이 1709년 분원 가마를 찾아 남긴 글에서 가져왔다 *재판매 및 DB 금지

precious beyond measure. 제목은 조선의 문인 이하곤(李夏坤, 1677-1724)이 1709년 분원 가마를 찾아 남긴 글에서 가져왔다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에는 드 발 특유의 백색과 청회색 도자뿐 아니라 흑자가 새롭게 등장한다.

‘Coptic Light’는 검은 도자와 아일랜드 킬케니산 검은 대리석, 은 조각을 함께 배치했다. ‘precious beyond measure’에는 웨지우드 석기 파편과 중국 송대(960~1279) 도자 파편을 나란히 놓았다.

특히 ‘precious beyond measure’는 조선 문인 이하곤(1677~1724)이 1709년 분원 가마를 찾아 남긴 글에서 제목을 가져온 흑자 연작이다. 드 발의 한국 도자에 대한 오랜 관심을 보여준다.

전시의 중심에는 동명 작품 ‘rain diary’가 있다. 청자 유약을 입힌 기물 118점과 도자·은 파편을 담은 작은 백자 상자 14점으로 구성했다. 흰색 진열장 안 여러 단의 좁고 긴 선반 위에 크기와 형태가 다른 흰색과 청회색 기물들을 배열했다.

에드문드 드 발 Photo by Alzbeta Jaresova  *재판매 및 DB 금지

에드문드 드 발 Photo by Alzbeta Jaresova *재판매 및 DB 금지

드 발은 도자를 통해 사물에 깃든 기억과 이주, 상실의 역사를 탐구해왔다.

“사물이 어떻게 기억을 구체화하는지, 더 나아가 사물이 과연 기억을 붙잡아 둘 수 있는지가 나에게 진정한 문제다.”

그의 이러한 관심은 도예뿐 아니라 글쓰기로도 이어졌다.

드 발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호박 눈의 산토끼(The Hare with Amber Eyes)’의 저자다. 도쿄 유학 시절 만난 진외종조부 이기 레오 에프루시에게 물려받은 일본 네츠케 264점의 여정을 따라 자신의 가족사를 추적했다.

오데사와 파리, 빈을 오가며 번성했던 유대계 은행가 에프루시 가문의 흥망과 나치 치하에서 살아남은 네츠케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0년 출간된 책은 26개 언어로 번역돼 15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사물과 이주에 대한 관심은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처음 공개한 대규모 설치 ‘library of exile’에서도 이어졌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현대까지 강제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작가들의 책 약 2000권을 한데 모았다. 백색 고령토를 바른 외벽에는 역사 속에서 사라진 도서관들의 이름을 새겼다.

Coptic Light, I, 2026, Porcelain, silver, Kilkenny stone, wood, aluminium and glass, 51.4 x 95 x 20 cm © Edmund de Waal Photo: Alzbeta Jaresova. Courtesy Gagosian  *재판매 및 DB 금지

Coptic Light, I, 2026, Porcelain, silver, Kilkenny stone, wood, aluminium and glass, 51.4 x 95 x 20 cm © Edmund de Waal Photo: Alzbeta Jaresova. Courtesy Gagosian *재판매 및 DB 금지

드 발에게 도자 역시 국경을 넘나든 사물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도자는 실크로드와 바닷길을 따라 유럽으로 건너갔고, 유럽에서는 ‘백금(white gold)’으로 불릴 만큼 귀하게 여겨졌다.

그는 중국과 독일, 영국을 직접 찾아 도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고 이를 ‘The White Road: Journey into an Obsession’(2015)에 담았다.

한국 도자와의 인연도 오래됐다. 드 발은 첫 작업실 물레 앞에 조선시대 백자 사진을 걸어두었다고 한다. 하나의 흰색으로 규정할 수 없는 조선 찻사발의 색채에 매료됐다는 것.

드 발은 “나에게 만드는 일과 쓰는 일은 한 가지의 일이다. 도자가 언어가 되고, 언어가 곧 도자가 된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4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자크기 설정

상단으로 이동
로딩중로딩아이콘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