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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셨습니다" "잘 끝날거야"…경찰의 기막힌 유착·수사무마 행각(종합)

등록 2026/08/20 13:40:55

수정 2026/08/20 13:43:57

검찰, 주가조작 수사하다 유착 적발

'피의자'→참고인'으로 바꿔 불송치

가짜 참고인 만들어 구속 피하기도

강남서 수사2과 경감들도 조사 중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필라테스 강사 겸 인플루언서 양정원이 29일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 사기 및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6.04.29.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필라테스 강사 겸 인플루언서 양정원이 29일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 사기 및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6.04.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회장님, 오늘 조사 오셔서 감사드리고 극진히 모셨습니다."

해외로 지명수배된 피의자 조사를 마친 경찰관이 자신에게 청탁을 넣어준 기업인에게 보낸 문자다.

이 경찰관은 조사 다음 날 곧바로 해당 피의자를 찾아가 돈을 받았고, 이후 그가 거주하는 해외까지 두 차례 찾아가 '용돈' 명목으로 3000달러(약 416만원) 가량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식으로 최소 5건의 형사사건을 무마해 온 것으로 파악된 강남경찰서 전 수사팀장 송모 경감이 20일 구속기소됐다.

송 경감은 지난 4월 첫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사건과 무관한 인물 2명을 가짜 참고인으로 내세워 검찰에서 거짓 진술을 하도록 시나리오를 짜 영장이 기각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같은 허위 시나리오는 이후 검찰 보완수사로 들통났고 결국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신동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부장검사가 시세조종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6.05.0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신동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부장검사가 시세조종 사건 수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6.05.08. [email protected]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뇌물수수·직권남용·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송 경감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청 소속 이모 경정을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뇌물공여자인 다단계업자 C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했다.

이번에 기소된 3명을 포함해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인원은 총 12명(4명 구속·5명 불구속·3명 약식명령)으로 늘었다.

신동환 부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처음에는 인플루언서와 유착된 뇌물수수 사건 2건에서 출발했는데, 추가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 선수와 유착해 사건을 무마한 혐의, 해외로 출국해 지명수배된 피의자 사건을 무마한 혐의, 15건 안팎의 수사를 받던 다단계업자와 유착된 혐의까지 확인됐다"고 수사 경위를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양정원 사건을 무마한 강남경찰서 전 수사팀장 송모경감이 지명수배 사기 사건을 무마한 혐의가 담긴 통화 내역.(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2026.08.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양정원 사건을 무마한 강남경찰서 전 수사팀장 송모경감이 지명수배 사기 사건을 무마한 혐의가 담긴 통화 내역.(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2026.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명수배자에 '스폰서'처럼…"짧으면 수개월, 길면 수년 이어져"

가장 노골적인 유착 정황은 해외 지명통보 피의자 사건에서 포착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의 피의자는 홍콩에 거주하는 사업가로, 국내 대기업과도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명수배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기업인에게 부탁했고, 이 기업인의 청탁을 받은 송 경감이 나서 이례적으로 극진한 '에스코트'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가 끝나자마자 송 경감이 청탁을 넣어준 기업인에게 보낸 문자가 "회장님 극진히 모셨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송 경감은 자신이 피의자로 직접 조사한 다음 날 곧바로 해당 사업가를 찾아가 식사비를 계산시키고 현금을 수수했다. 두 달 뒤 사건을 직접 무혐의 불송치로 처리한 뒤에는 그가 거주하는 해외까지 찾아가 '용돈'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3000달러 가량을 받았다.

신 부장검사는 "한 번 조사로 인연을 맺은 사람을 스폰서로 삼아버리는 패턴이 확인된다"며 "한 번 사건을 관리해 주기 시작하면 계속 선물이나 향응을 요구하고,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이런 관계가 이어지는 형태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강남경찰서 전 수사팀장 송모경감이 구속을 피하기 위해 조작 진술을 회유하는 통화내역.(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2026.08.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남경찰서 전 수사팀장 송모경감이 구속을 피하기 위해 조작 진술을 회유하는 통화내역.(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2026.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가짜 참고인 2명 세워 상품권 출처 조작

송 경감은 가짜 참고인을 내세워 상품권 출처를 조작해 구속을 지연시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송 경감은 강남서에서 10건 넘는 사건을 수사받던 다단계업자 C씨로부터 수사 정보와 사건 편의 제공 명목으로 200만원 상당 백화점 상품권을 두 차례 수수했다.

C씨 사건 역시 고소장 접수 2개월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처리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상품권 수수 사실이 적발되자 송 경감은 이를 은폐하기 위한 허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C씨의 직원 F씨와 브로커, '부회장'으로 불리는 인물 등을 내세워 'C씨 존재는 숨긴 채 F씨가 브로커에게 명절 선물로 준 상품권을 자신이 지인에게 돈을 주고 염가에 사들인 것'이라는 취지로 꾸민 것이다.

브로커는 검찰 조사에서 "(A 경감에게) 120만원짜리 상품권을 80만원에 팔았다"고 입을 맞췄고, 송 경감은 이 진술을 근거로 지난 4월 구속영장 심사에서 상품권 출처를 소명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검찰이 현금 인출 내역 등을 추적한 결과 이 진술은 사전에 짜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참고인들에게는 차명 전화나 텔레그램으로 연락하며 진술 내용을 맞췄고 '참고인 신분이니 검찰이 뭐라 해도 소리치고 나오면 된다'는 식으로 대응 요령까지 코치한 정황도 확인됐다.

[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이었던 송모 경감과 양정원 남편의 통화 내역.(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2026.08.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이었던 송모 경감과 양정원 남편의 통화 내역.(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2026.08.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피의자를 참고인으로"…이의신청권마저 박탈

송 경감의 수사 무마 의혹은 인플루언서 사기 혐의 사건에서 시작됐다.

검찰에 따르면 송 경감은 사기 혐의로 고소된 유명 여성 인플루언서 양정원씨 사건을 수사하던 중, 양씨의 남편 이씨와 친분이 있는 이 경정의 연락을 받고 개입했다.

두 사람은 전산상 '피의자'로 등록돼 있던 양씨를 '참고인'으로 바꿔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피의자를 참고인으로 전환하는 경우는 애초에 사람을 잘못 입건했을 때 바로잡는 절차인데, 정상적으로 입건된 피의자를 임의로 참고인으로 돌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에 피해자는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조차 행사하지 못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은 고소인이 '피의자'에 대한 불송치 결정 통지를 받은 경우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참고인은 애초에 이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씨가 송 경감·이 경정에게 감사 표시와 함께 명품 스카프 등 금품, 유흥업소 접대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2025년 2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05만원, 220만원 상당의 접대가 이뤄진 정황도 확보됐다.

송 경감은 접대 이틀 뒤 양씨의 다른 사기 사건이 문제 되자 담당 후배 경찰관에게 "내가 다 이미 불송치한 사건이니 빨리 종결하라"는 취지로 말했고, 이런 상황은 곧바로 이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두 번째 사건에서도 송 경감은 동료 경찰관을 통해 피해자에게 '고소취소'를 유도하도록 하고, 후배 경찰관에게 "무혐의로 빨리 끝내라"고 압박했다.

다만 고소인이 "고소 취소는 절대 못한다"고 반발하면서 사건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결국 '참고인 중지'를 거쳐 불송치로 종결됐다.

송 경감은 이씨와 함께 주가조작을 해온 '시세조종 선수' E씨가 강남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되자, 이씨의 부탁을 받고 수사정보를 확인해 알려주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

이 사건은 2개월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종결됐고, 송 경감은 E씨가 계산한 270만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경찰서. (사진=뉴시스 DB). 2025.09.25.

[서울=뉴시스] 서울 강남경찰서. (사진=뉴시스 DB). 2025.09.25.

강남서 조사 확대…송 경감·이 경정 모두 보직해제

검찰에 따르면 송 경감은 올해 초 팀원과의 갈등으로 수사팀장에서 팀원으로 보직이 변경됐으며,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이나 경찰 신분은 유지하고 있다. 이 경정 역시 직위해제된 상태로, 현직 경찰관 신분은 유지 중이다.

검찰은 전날 강남경찰서 측에 이번 기소 내용을 공유했으며,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찰관 4명에 대해 비위사실을 통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송 경감으로부터 청탁을 받아 사건을 처리한 강남서 수사2과 소속 경감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검찰은 "구속 시한이 있어 이번 사건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추가로 필요한 부분은 더 확인할 예정"이라며 이들이 아직 입건된 상태는 아니라고 밝혔다.

송 경감이 고소취하를 종용하도록 지시했다고 지목된 수사1·2팀장 등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나 아직 정식 입건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신 부장판사는 송 경감의 개입과 실제 불송치 결정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공무상비밀누설이나 수사정보 제공 부분은 담당 경찰관만 알 수 있는 정보와 정확히 맞아떨어져 본인도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불송치 결정과의 인과관계 부분은 조금 더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참고인중지' 처분의 문제점도 짚었다.

신 부장검사는 "참고인중지는 공범의 소재가 확인될 때까지 수사가 멈추는 것으로, 사건이 사실상 불송치로 분류돼 살아있지 않은 상태가 된다"며 "짧게는 1~2년, 길게는 10년까지도 사건 자체가 사라지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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