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뉴스에서도 뉴시스 언론사 픽

[기자수첩]코스닥, 가능성의 문까지 닫지는 말아야

등록 2026/08/21 06:00:00

수정 2026/08/21 06:06:25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코스닥 담당 기자로서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지난달부터 상장폐지 기준이 강화되면서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주가 1000원 미만이라는 숫자 앞에 선 기업들의 무력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이 쌓아온 역사와 사업 경쟁력,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단 두 개의 숫자 만으로 재단할 수 있느냐는 현장의 하소연이 부쩍 마음에 걸리는 요즘이다.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기업을 신속하게 걸러내겠다는 금융당국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는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고 체질 개선을 이뤄 코스닥을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도 분명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변화다.

다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코스닥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가려내고 키우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적용되고 있는 상장폐지 기준이 기업의 실질적인 건전성이나 성장 가능성까지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주가가 1000원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서 모두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노출되는 기업은 아니다. 시가총액이 200억원에 못 미친다고 해서 모두 부실기업인 것도 아니다.

물론 주가와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 가운데 시장의 신뢰를 잃고 퇴출이 불가피한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사업 경쟁력과 회복 가능성을 갖춘 기업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묶여 시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생긴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IT 서비스 기업 A사가 좋은 예다. A사는 지난 6월 말 기준 자산총계 976억원에 부채비율은 35%로 재무적으로 비교적 건전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펀더멘털 또한 견고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주가는 1000원 미만, 시가총액은 200억원을 밑돌고 있어 관리종목 지정 사정권에 놓인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부품 업체 B사 역시 1838억원의 유동 자산과 함께 단기간 내 현금화가 가능한 2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13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도 쌓아두며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재무상태만 놓고 보면 상장폐지 우려가 있는 기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곳이지만 이 기업은 주가가 1000원 미만에 머물렀다는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주가와 시가총액이 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보여주는 유일한 지표는 아니다. 도산 위험이 낮고 실적이 건전한 기업도 시장 상황이나 투자심리 등에 따라 주가와 시가총액이 기준선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단편적으로 드러나는 숫자만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기업의 현재 재무상태나 사업 경쟁력, 미래 성장성은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렵다. 시장의 하소연이 나오는 것도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상장폐지 기준을 다시 완화하거나 무력화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생존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신속하게 걸러내는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퇴출 강화는 수단이어야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코스닥 시장의 질을 높이려면 단순히 커트라인을 정해 놓고 그 아래에 있는 기업을 잘라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단기적인 주가나 시가총액뿐 아니라 재무건전성, 사업 경쟁력, 기술력, 실적의 질,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기업 평가 기준을 정교하게 만드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시장 참가자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퇴출 기준을 세우는 것이 먼저다.

코스닥의 태생적 역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코스닥은 대기업과 안정적인 우량주를 위한 시장이 아니다.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가진 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공감대에서 출범한 시장이다.

당장은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저평가된 기업이라도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췄다면 다시 빛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작은 기업을 걸러내는 시장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기업이 성장해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시장. 그것이 코스닥이 지켜야 할 본래의 역할 아닐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자크기 설정

상단으로 이동
로딩중로딩아이콘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