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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 작물도 물이 필요한데"…폭염에 가뭄까지, 농촌 어르신들의 한숨

등록 2026/08/13 13:09:26

수정 2026/08/13 13:19:54

논밭·축사 떠날 수 없어…물도 냉방시설도 부족

심리 부담도 커져…재난심리지원센터 지원 나서

[울산=뉴시스] 12일 울산 울주군 두서면 차리마을의 한 농가 축사에서 어르신이 울산재난심리지원센터 활동가에게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울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제공) 2026.08.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12일 울산 울주군 두서면 차리마을의 한 농가 축사에서 어르신이 울산재난심리지원센터 활동가에게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사진=울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제공) 2026.08.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큰 축사는 냉방시설이라도 갖춰져 있는데 작은 축사는 그럴 여유가 없심더. 결국 제가 더 자주 가서 물을 뿌려주고 살펴보는 수밖에 없어요."

12일 오후 울산 울주군 두서면 차리마을.

울산에서도 축사가 많이 등록된 이 마을에는 소를 키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 특히 3~10마리 안팎의 소를 키우는 소규모 축사 상당수는 별도의 냉방시설을 갖추기 어려워 폭염과 가뭄이 길어질수록 농민들의 손길도 바빠지고 있다.

이날 상차리마을 경로당에는 소규모 축사를 운영하는 어르신 열댓명이 모였다.

소 5마리를 키우는 70대 A씨도 축사 걱정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대형 축사는 선풍기 등 냉방시설을 갖추고 있어 그나마 대응이 가능하지만, 소규모 축사는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부터 부담"이라며 "결국 축사에 더 자주 들러 소의 상태를 확인하고 직접 물을 뿌려주는 방법으로 더위를 견디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몸도 마음도 힘들다"며 "수시로 가서 살펴보는 수밖에 없어 몸을 더 움직이고, 물도 더 자주 뿌려주고 싶은데 가뭄으로 용수도 넉넉하지 않아 그마저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규모가 큰 축사는 상대적으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소규모 축사는 냉방시설을 마련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결국 가축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물을 뿌려주는 등 농민이 직접 더위를 견디게 해야 한다.

A씨는 "큰 축사는 우리 집보다 좋은 곳도 있지만 작은 축사는 신경 쓸 게 많아 힘들다"며 "어제도 걱정이 많아 거의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울산=뉴시스] 12일 울산 울주군 두서면 차리마을의 한 농가 축사에서 어르신이 울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활동가와 함께 소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울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제공) 2026.08.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12일 울산 울주군 두서면 차리마을의 한 농가 축사에서 어르신이 울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활동가와 함께 소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울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제공) 2026.08.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가축만 문제가 아니다.

가뭄이 길어지면서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울주군 상북면에서도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가 늘면서 지자체가 살수차 등을 동원해 물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울산 전역에서 가뭄이 이어지면서 필요한 곳까지 충분한 물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상북면의 한 이장 B씨는 "농업용수가 많이 부족해 자체적으로 살수차 등을 보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가뭄이 이어지다 보니 우리 지역까지 물이 충분히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민들에게 지금은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B씨는 "기다리면 물이 오겠지만 지금 시점이 올해 남은 하반기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때"라며 "물이 부족해 싹을 틔우지 못하고 이 시기에 싹을 못 틔우면 올해 농사는 망했다고 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졸인다"고 말했다.

가뭄에 이어 폭염까지 장기간 이어지면서 농촌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도 지쳐가고 있다.

실제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산골짜기 마을에 거주하는 고령층에게 병원을 오가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B씨는 "어르신들은 병원에 가는 것도 쉽지 않다"며 "산골짜기에 살다 보니 병원까지 오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진료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는 이날 울주군 상북면과 두서면 일대에서 폭염과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축산농가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과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혹서기 폭염 찾아가는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이번 활동에는 재난심리활동가 8명이 참여해 상북면 소호리 주민 40명과 두서면 차리 주민 20명 등 모두 60명을 대상으로 폭염 시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심리 상태를 살폈다. 양우산과 쿨링티슈 등 심리지원 물품도 전달했다.

울산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활동가 권하영씨는 "농촌에서 고령의 주민들에게 '기후위기'나 '폭염'이라는 말은 멀게 느껴질 때가 많다"며 "생계를 위해 평소처럼 논밭으로 나가야 하고 하던 일을 멈출 수도 없기 때문에 원래 하던 대로 생활하면서도 몸이 더 축난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경로당을 찾아 폭염 대피요령을 설명하고 심리적인 어려움을 들어드리고 있다"며 "처음에는 심리상담이라고 하면 교육인 줄 알고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날 기준 울산 대곡댐 저수율은 3.6%에 불과했다. 사연댐 역시 열흘 넘게 17.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울산지역에 공업용수와 수돗물 원수를 동시에 공급하는 대암댐 저수율도 33%에 그쳤다.

특히 울산의 최대 식수 공급원인 회야댐의 유효 저수율도 18.1%대로 크게 떨어졌다.

울산시는 식수와 생활용수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낙동강 원수 확보량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하루 9만3000t을 구입하고 있는 낙동강 원수를 12일부터 하루 18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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