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 베트남, 한국식 '재벌' 키운다…8조 고속철도 민간 대기업이 짓는다
등록 2026/08/11 17:05:05
수출·FDI 의존 줄이고 민간기업을 성장축으로…정치국 ‘결의 68’ 가동
2030년 기업 200만개·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대기업 최소 20곳 목표
![[하노이=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 시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트남 하노이 탕롱황성을 방문해 또 럼 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응오 프엉 리 여사와 기념촬영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6.04.24. bjk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24/NISI20260424_0021258586_web.jpg?rnd=20260424131823)
[하노이=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4일(현지 시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트남 하노이 탕롱황성을 방문해 또 럼 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응오 프엉 리 여사와 기념촬영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6.04.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베트남이 수출과 외국인 투자, 국유기업에 의존해온 성장모델을 바꾸기 위해 자국 민간 대기업을 ‘국가대표 기업’으로 키우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의 재벌 중심 성장모델을 참고해 민간기업의 대형 인프라 사업 참여를 확대하고 토지를 확보하거나 자금을 조달하기 쉽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베트남 경제정책의 큰 방향 전환으로 평가했다.
11일(현지시간) FT에 따르면 대표적인 사례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집단 빈그룹 계열사 빈스피드(VinSpeed)가 추진하는 하노이~꽝닌 고속철도다. 약 120㎞ 구간에 총 56억달러(약 7조9000억원)가 투입되는 사업으로 지난 4월 착공했다. 완공되면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가 있는 꽝닌까지 이동시간이 현재 2시간30분에서 약 30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국유기업이 주로 맡아온 대형 철도·인프라 사업에 민간기업이 본격 진입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베트남 정부는 미국의 관세정책 등으로 세계 무역질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FDI)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정책 변화의 중심에는 2025년 5월 베트남 공산당 정치국이 채택한 ‘결의 68-NQ/TW’가 있다. 결의는 민간경제를 ‘국가 경제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규정하고 2030년까지 민간기업 수를 200만개로 늘리는 한편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할 수 있는 대기업을 최소 20곳 육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 2분기 9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4995억원, 영업이익 89조4924억원의 확정 실적을 30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2026.07.30. xconfind@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30/NISI20260730_0021382436_web.jpg?rnd=20260730102606)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의 수요 급증에 힘입어 올해 2분기 9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4995억원, 영업이익 89조4924억원의 확정 실적을 30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2026.07.30. [email protected]
베트남의 이런 정책은 한국의 재벌 중심 산업화 모델과 자주 비교된다. 한국 정부는 1960년대 이후 가족 지배 아래 여러 업종을 거느린 대기업집단에 값싼 금융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고 수출 실적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 기업은 한국의 고속성장을 이끌었지만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 중소기업을 밀어내는 부작용도 남겼다.
베트남의 대형 민간기업들도 1980년대 ‘도이머이’로 불리는 시장개혁 이후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동안 베트남 경제는 외국인 투자와 국유기업에 크게 의존해왔지만 일부 국유기업이 막대한 부채와 부패 의혹에 휩싸이면서 정부는 민간기업에 더 큰 역할을 맡기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
응우옌 바 훙 아시아개발은행(ADB) 관계자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장 속도와 경제 확대를 뒷받침하기에는 베트남 국내 기업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번 정책을 통해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타일러 응우옌 HSC증권 수석 시장전략가는 국내 민간기업이 외국기업·국유기업과 보다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액 49조2153억원, 영업이익 2조85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8% 감소했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사옥. 2026.07.23. kgb@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23/NISI20260723_0021375178_web.jpg?rnd=20260723154327)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액 49조2153억원, 영업이익 2조85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9%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8% 감소했다. 사진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사옥. 2026.07.23. [email protected]
이 같은 경제개혁을 주도하는 인물이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다. 베트남은 민간기업이 토지를 확보하고 자금을 조달하기 쉽게 하는 한편 세제와 금융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고 녹색·순환경제 사업의 대출금리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형 인프라 사업에 적극 나서는 기업이 빈그룹이다. 계열사 빈스피드는 하노이~꽝닌 고속철에 이어 또 다른 고속철도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빈그룹 계열사들은 하노이 도시철도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자동차업체 쯔엉하이그룹(THACO)은 총사업비 약 670억달러 규모의 남북 고속철도 사업 입찰에 뛰어들었다. 철강업체 호아팟그룹과 정보기술업체 FPT도 또 다른 ‘국가대표 기업’ 후보로 거론된다.
정부는 이들 민간 대기업에 더 큰 역할을 맡기는 동시에 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도 대거 걷어내고 있다. FT가 인용한 세계은행 집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2025년부터 올해 4월까지 관료주의를 줄이고 규제 장벽을 낮추기 위해 법률 86건 이상과 시행령 300건을 마련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8% 성장한 데 이어 향후 5년간 연 10%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AP/뉴시스] 2024년 10월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에 회사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4.10.23.](https://img1.newsis.com/2026/08/08/NISI20260808_0002207566_web.jpg?rnd=20260808191725)
[서울=AP/뉴시스] 2024년 10월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에 회사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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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소수의 ‘국가대표 기업’에 대규모 사업과 지원이 집중되면 몇몇 대기업이 국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성장 효과가 중소기업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원 대상 산업을 잘못 고르면 공공재원이 낭비될 위험도 있다.
여기에 높은 기업부채도 부담이다. FT가 인용한 세계은행 보고서는 베트남 기업의 레버리지(부채비율)가 동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높은 수준이고 은행권도 유동성 제약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개혁이 성공하면 민간 자본의 투자 영역이 인프라와 통신, 부동산 등으로 크게 넓어질 수 있다. 베트남 전문 사모펀드 메콩캐피털의 채드 오벨 파트너는 민간기업을 성장엔진으로 보는 새 정책 아래 대형 프로젝트가 베트남 대기업에 돌아가는 일이 훨씬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도 정책 방향은 대체로 옳지만 이를 계획대로 실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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