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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도 안 돼 짐싸는 청년들…자발적 실업급여 역효과 우려

등록 2026/08/10 06:01:00

고용노동부, 35세 미만 자발적 퇴사자 구직급여 추진

자진퇴사 청년 66.5%가 1년 미만…20~24세는 80%

청년들 "생활비 부담 줄면 퇴사 결정 더 쉬워질 것"

고용보험기금 5920억 적자…"제도 정교하게 설계해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 7월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강남구 행복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2026.07.15.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 7월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강남구 행복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2026.07.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임승규 기자 = 정부가 35세 미만 청년의 자발적 퇴사에도 구직급여(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해당 연령층 자진퇴사자 3명 중 2명은 입사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의 재도전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지만, 퇴사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낮추면서 입사 초기 이직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진퇴사 청년 66.5% '근속 1년 미만'…20~24세는 80%

뉴시스가 10일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기준 35세 미만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자는 19만229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는 14만5333명, '사업장 이전·근로조건 변동·임금체불 등으로 인한 자진퇴사'는 1085명이었다. 두 유형을 합한 자진퇴사자는 총 14만6418명으로 전체 상실자의 76.1%를 차지했다.

자진퇴사자의 근속기간을 보면 1년 미만이 9만7437명으로 66.5%에 달했다. 자진퇴사한 35세 미만 청년 3명 중 2명이 입사 1년 안에 직장을 떠난 셈이다.

1~3년은 3만5757명(24.4%)으로, 근속 3년 미만인 자진퇴사자를 합하면 13만3194명으로 전체의 91.0%에 달했다. 3~5년은 9463명(6.5%), 5년 이상은 3761명(2.6%)이었다.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만 놓고 보면 20~34세에서는 연령이 낮을수록 근속 1년 미만 비중이 높았다.

20~24세 개인사정 자진퇴사자 3만4177명 가운데 80.1%인 2만7388명이 근속 1년 미만이었다. 25~29세는 5만6038명 중 3만5576명(63.5%), 30~34세는 4만5976명 중 2만5386명(55.2%)이 1년을 채우지 않고 퇴사했다.

자발적 퇴사도 구직급여 지급 추진…"퇴사 빨라질 수도"

현재 고용보험 구직급여는 원칙적으로 비자발적 이직자만 받을 수 있다.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뒀더라도 임금체불이나 근로조건 저하 등 정당한 이직 사유가 인정되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단순 개인사정으로 퇴사한 경우에는 수급이 제한된다.

노동부는 지난 4일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35세 미만 청년이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뒤 자발적으로 이직한 경우 생애 한 차례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첫 일자리의 직무·근로조건 등이 맞지 않는 청년이 생계 부담 때문에 퇴사를 미루지 않도록 하고, 다른 일자리로 이동하거나 경력을 재설계할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최소 근속기간과 지급액·기간 등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불가피한 사유로 퇴사한 비자발적 이직자와는 기준을 달리 적용할 예정이다. 지급 수준으로는 이직 전 임금의 60%, 월 최대 약 10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이 청년층의 조기 퇴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년간 첫 직장을 다니다 최근 퇴사한 26세 여성 A씨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서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시간을 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창업을 준비 중인 A씨는 "자발적으로 퇴사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다른 도전을 할 시간을 확보하면서 월세 등 생활비 부담도 덜 수 있다"며 "지금보다 고민을 덜 하고 퇴사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지난해 12월 8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5.12.08.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지난해 12월 8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5.12.08. [email protected]

첫 회사에서 2년4개월간 근무한 뒤 퇴사한 B(26)씨도 이전 직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낮다고 느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면서 퇴사를 결심했다.

B씨는 "퇴사 후 휴식기간 동안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3~4개월 정도 더 근무했다"며 "실업급여 지급이 확실했다면 조금 더 빨리 퇴사를 결정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퇴사 후 이직 시기나 경력 단절 기간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제도 시행만으로 자발적 퇴사자가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경제적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퇴사를 선택하기는 조금 더 쉬워질 것 같다"고 했다.

기금 재정·형평성 문제도…전문가들 "제도 정교하게 설계해야"

전문가들은 첫 직장 미스매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정책 취지에는 의미가 있지만, 지급요건이 지나치게 느슨할 경우 구직급여가 이직을 유인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처음 직장을 선택할 때 기업이나 직무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직무가 맞지 않아도 생계 때문에 그만두기 어려운데, 제도가 적합한 일자리로 이동할 시간을 확보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급요건이 느슨하면 실업급여가 퇴사 후 받을 수 있는 '수당'처럼 인식될 수 있다"며 "단기간 근무한 뒤 퇴사하거나 급여를 받기 위해 공백기간을 만드는 행위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최소 근속기간과 지급 수준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여력도 문제다. 2025 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59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말 적립금은 7조8003억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796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구직급여 등이 지출되는 실업급여 계정의 실질 적립금은 5조9933억원 적자 상태다.

윤 교수는 "고용보험기금의 구조적인 수지 불균형을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장 대상을 넓히면 재정 부담이 커지고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상자와 재정 소요를 명확히 하고 재정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장치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직장 미스매치로 스스로 퇴사해 다시 구직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해고나 폐업처럼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전통적인 실업 위험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이를 고용보험에서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번 취업했다가 자발적으로 퇴사한 청년만 지원하면 아직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며 "청년 구직을 지원하려는 목적이라면 실업급여보다는 별도의 구직수당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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