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다툼하다 홧김에 살해"…폭염에 높아지는 공격성, 범죄로 번지나
등록 2026/08/07 12:20:51
수정 2026/08/07 12:30:42
홧김에 덤벨 휘두르고…인도로 차량 돌진
시끄러워 살해…전국서 강력 범죄 잇따라
여름철 살인·강도 등 흉악 범죄 28% 집중
전문가 "고온·불쾌지수가 분노 감정 자극"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저녁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분수대를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6.08.05. kkssmm99@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05/NISI20260805_0021389649_web.jpg?rnd=20260805205752)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저녁 기온이 30도를 웃돌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5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분수대를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6.08.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요새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사소한 일에도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일이 늘어났어요. 출근길 전철에서 다른 사람과 부딪히거나, 누가 길을 막고 서 있으면 짜증이 확 올라오더라고요."(40대 직장인 A씨)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높은 기온과 습도가 불쾌감과 공격성을 높이는 데다 야외활동과 음주까지 늘면서 순간적인 갈등이 범죄로 번질 가능성도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전국에서 살인, 살인미수 등 강력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범행의 이유가 '말다툼했다'거나, '시끄럽게 해서' 등 순간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이는 사건들이 눈에 띈다.
지난달 30일 충북 청주시에서는 70대 남성 A씨가 자신이 운영하던 이발소에서 60대 지인의 머리를 10㎏ 덤벨로 내리쳐 중상을 입히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A씨가 피해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홧김에 이발소 안에 있던 덤벨을 휘두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튿날 강원 원주시에서는 30대 남성 B씨가 차량을 운전하다 인도에 있던 60대 여성을 고의로 덮쳐 다치게 했다. 다행히 차량이 인도 진입을 막는 말뚝에 부딪히며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피해자는 발등이 골절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피해자에게 경적을 울렸는데, 이에 항의해 홧김에 돌진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일에는 광주 북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70대 남성 C씨가 다른 70대 환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C씨는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피해자가 시끄럽게 생활한다며 말다툼을 벌이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의 직접적인 원인이 폭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여름철 범죄가 상대적으로 많은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찰청 범죄분석통계를 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발생한 전체 범죄 816만5020건 중 25.96%가 여름철인 6~8월에 집중됐다. 반면 겨울철에 해당하는 12~2월에는 그 비율이 22.76%로 떨어진다.
특히 강력 범죄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흉악 범죄는 여름철에 28.8%(5만5185건), 겨울철에 20.75%(3만9764건)로 나타났다. 폭행, 상해, 협박, 공갈 등 폭력 범죄는 여름철 26.63%(24만9864건), 겨울철 22.27%(20만8050건)로 집계됐다.
통상 여름철에는 야외 활동이나 음주 등이 늘며 타인과 접촉 기회가 늘고, 이로 인해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범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온이나 습도가 높아 불쾌지수가 치솟을 땐,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범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1986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ASU, 더글러스 켄릭 교수) 연구진 실험에 따르면 온도가 상승할수록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는 횟수가 증가했다. 특히 에어컨을 작동시키지 않는 상태(창문 개방)에서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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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 아니카 슈테헤메서 연구원) 연구진이 미국 40억개 이상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섭씨 12~21도의 쾌적한 온도 범위를 벗어날 때 지역, 소득, 가치관과 관계없이 혐오 발언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기온이 과도하게 높으면 오히려 활동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통상 33~35도 사이에서 공격성이 증가한다"며 "또한 휴가철 사람이 많이 모이거나, 집을 비우는 등의 이유로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온이 오르면 혈압과 체온이 오르는데, 이것이 분노 감정이 일어났을 때와 비슷하게 뇌에서 작동한다"며 "사소한 반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면서 충동 범죄에 이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이어 "개인의 분노가 사회 범죄를 일으키고, 이것은 또 각자의 불안도를 높이는 악순환이 된다"며 "쉼터를 운영하거나, 탄력 근무 도입 등 사람을 분산시키고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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