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뉴스에서도 뉴시스 언론사 픽

평균 정자 수 2045년 ‘0’ 전망…'실존적 위기”' 놓고 과학계 갈렸다

등록 2026/07/12 05:00:00

수정 2026/07/12 05:36:27

테스토스테론 50년 새 절반 감소 분석…정자 수 급감 여부는 이견

비만·당뇨 영향엔 공감대…미세플라스틱 인과관계는 불확실

[수원=뉴시스] 경기공유학교 '반도체 제조' 학점인정형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클린룸에서 반도체 분석 실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방진복을 착용하고 전문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실제 반도체 제조 공정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5.09.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경기공유학교 '반도체 제조' 학점인정형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클린룸에서 반도체 분석 실습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방진복을 착용하고 전문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며 실제 반도체 제조 공정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경기도교육청 제공) 2025.09.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평균 정자 수의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 2045년께 0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남성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지난 50년간 절반가량 감소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그러나 정자 수가 실제로 급감했는지,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한 원인은 무엇인지를 놓고 과학계의 견해가 엇갈린다.

영국 가디언은 11일(현지 시간) 남성 생식능력의 감소 여부를 둘러싼 과학계의 논쟁을 소개했다. 지난 50년간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변화를 분석한 하가이 레빈 교수는 “50% 감소는 충격적”이라며 남성 생식 건강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위기론은 정치권으로도 확산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부 장관은 정자 수 감소를 ‘실존적 위기’라고 규정했다.

이 전망은 레빈 교수와 공동 연구한 샤나 스완 교수가 내놨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정자 수 연구에 사용된 자료와 측정 방식이 일관되지 않다며 이 전망에 의문을 제기한다.

앨런 페이시 맨체스터대 남성생식의학 교수 연구팀은 기존 연구보다 일관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측정법을 사용해 정자 수 추이를 분석했지만 큰 폭의 감소를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정자의 질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시 교수는 “남성 난임은 분명 문제지만 정자 수 감소 자체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남성의 생식 건강이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십 년간 급증한 비만과 당뇨가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상당 부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과도한 체지방은 테스토스테론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는 것을 촉진하고 뇌의 호르몬 조절 기능도 방해한다. 한 연구에서는 체질량지수(BMI)가 1포인트 높을수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약 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찬나 자야세나 임페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비만만으로도 지난 50년간 보고된 테스토스테론 감소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과 과불화화합물(PFAS), 대기오염 등 환경적 요인에 관한 연구도 잇따르고 있다. 정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고환 조직에서 이를 검출한 연구도 나왔다. 임신한 쥐를 PFAS에 노출했을 때 수컷 새끼의 정자에 이상이 생겼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특정 물질이 사람의 체내에서 검출되거나 동물의 생식 기능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만으로 같은 물질이 사람의 생식능력도 떨어뜨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로드 미첼 에든버러대 교수 연구팀이 사람 태아의 고환 조직을 생쥐 체내에서 배양한 뒤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BPA) 등에 노출한 실험에서도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고환 발달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사진출처: 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사진출처: 유토이미지)

환경오염이 생식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만을 예방하고 대기오염을 줄이는 조치가 전반적인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연구 결과가 공포를 키우거나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치료를 부추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남성 생식능력 저하를 둘러싼 논쟁과 별개로 실제 난임 진료 현장에서는 남성의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난임 진료 과정이 여성의 검사와 치료에 집중되면서 일부 남성은 난임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수개월 또는 수년을 기다린다. 정자 수와 운동성을 측정하는 검사법도 1950년대 이후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

이런 진단·치료의 공백을 파고든 업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성 난임 검사와 보충제를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난임 규제기관이 효과를 뒷받침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평가한 부가 검사와 시술은 극소수다. 그럼에도 온라인 업체들은 낮은 테스토스테론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홍보한다.

특히 의학적 필요 없이 테스토스테론 젤이나 주사를 사용하면 외부에서 들어온 테스토스테론이 체내 호르몬 신호체계를 억제할 수 있다. 이 경우 고환 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아져 정자 생성이 오히려 중단될 수 있다. 자야세나 교수는 영국과 미국, 호주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의학적 필요 없이 처방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의 진단·치료법을 보완할 새로운 정자 선별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정자가 미세한 통로를 지나도록 한 뒤 운동성이 좋은 정자를 골라내는 미세유체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AI로 정자의 형태와 움직임을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지만, DNA 손상이 적은 개별 정자를 안정적으로 골라내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줄기세포로 난자와 정자를 만드는 스타트업에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파테르나는 사람의 정자 생성 줄기세포로 수정 능력을 갖춘 정자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정상적인 형태의 배아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임상적 안전성과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치료 기술에 기대를 걸면서도 정자 수 감소로 인류가 곧 생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선을 그었다. 미첼 교수는 “평균 정자 수가 20~30년 안에 0으로 떨어져 인류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인구 감소에는 생식능력 외에도 여러 사회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자크기 설정

상단으로 이동
로딩중로딩아이콘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