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헌 예술위원장 "밑 빠진 독이라도 기초예술 무한 지원해야"
등록 2026/06/12 09:05:50
"예술위는 지원기관…예술가 창작 기반 만드는 역할"
"문예기금, 올해가 지나면 사실상 소멸…최우선 과제"
"창작예산 정체는 사실상 퇴보…한시적 정책 결단 필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ARKO))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임시 회의에서 이범헌 신한대학교 특임교수를 제9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2026.06.12.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11/NISI20260611_0021316889_web.jpg?rnd=2026061116545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ARKO))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임시 회의에서 이범헌 신한대학교 특임교수를 제9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2026.06.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취임 한 달여를 맞은 이범헌(63)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예술위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지원기관'이라고 규정했다.
한국미술협회 이사장과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을 지낸 그는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시장 논리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기초예술은 국가가 기초과학 연구개발(R&D)을 집중 지원하듯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뒷받침해야 한다"며 "예술위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예술가들이 창작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예진흥기금(이하 문예기금) 고갈 문제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그는 "과거 5000억원 규모였던 기금이 현재는 500억원 안팎까지 줄었다"며 "창작예산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역시 사실상 퇴보와 다름없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 없이는 예술 지원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예술위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더라도 지원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예술위의 고질적인 현안이지만 이제는 진단에 그치지 않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ARKO))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임시 회의에서 이범헌 신한대학교 특임교수를 제9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2026.06.12.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11/NISI20260611_0021316894_web.jpg?rnd=20260611165509)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ARKO))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임시 회의에서 이범헌 신한대학교 특임교수를 제9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2026.06.12. [email protected]
다음은 이범헌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4월 말 취임 후 한 달여가 지났다. 위원장으로서 현장을 둘러본 소감은.
-그동안 한국미술협회 이사장과 한국예총 회장 등을 맡으며 지원을 받는 예술가와 단체의 입장에서 정책을 바라봤다. 그런데 예술위에 와서 업무보고를 받고 산하 기관을 둘러보면서 관점이 달라졌다. 현장에서는 아쉽고 의아하게 느껴졌던 정책들도 지원기관의 입장에서 보니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예술위의 중요성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
▲정책기관과 지원기관 사이에서 예술위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예술위는 전신인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역할을 이어받아 기초예술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며, 본질적으로는 지원기관이다. 시장 논리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기초예술은 기초과학 연구개발(R&D)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지원하지 않으면 결실을 맺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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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위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술은 행정적 기준이나 정치적 판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예술위는 예술가의 창작에 개입하는 기관이 아니라 창작과 도전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장르마다 창작 환경과 특성이 다른 만큼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반영하는 전문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공정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예술가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예술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문예기금 고갈 문제는 수년째 반복돼 온 숙제다. 이번에는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고 보나.
-현실적으로 매우 심각하다. 과거 약 5000억원 규모였던 문예진흥기금이 현재는 500억원 안팎으로 줄었다. 올해를 지나면 사실상 '소멸'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다.
-문예기금은 과거 공연·영화 관람권 등에 부과되던 부담금을 재원으로 했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안정적인 대체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예산이 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창작예산은 사실상 계속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창작예산 정체는 곧 퇴보다.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재원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결국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인데, 어떤 해법이 필요하다고 보나.
-맞다. 그래서 더 어렵다. 오랫동안 같은 문제를 이야기해 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문화예술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다. 지금의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한시적이더라도 보다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국가적 필요가 있다면 기존 관념을 넘어 문화예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예술위는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기관이다. 그 씨앗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예술가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예술가가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안정적인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이번 9기 예술위는 이전보다 젊은 위원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이번 위원회의 특징은 무엇인가.
-위원회는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구성이 아니라 추천과 심사를 거쳐 문화체육관광부가 위촉한 결과다. 다만 이전보다 평균 연령이 낮아졌고, 각 분야 현장에서 활동하며 예술가들의 고민과 현실을 직접 경험한 위원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특징이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지원 제도와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도 공유하고 있다. 출범 초기지만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관행적으로 반복돼 온 문제들을 개선하려는 의지도 강하다.
▲예술지원사업 심의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개선 방안은.
-현재 3000명 규모의 심사위원 풀을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전문성과 현장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심사위원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예술 환경이 변화한 만큼 심사 체계 역시 시대 변화에 맞게 보완돼야 한다. 다만 예술은 정량 평가가 어려운 분야다. 완벽한 제도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더라도 현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심사 과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ARKO))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임시 회의에서 이범헌 신한대학교 특임교수를 제9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2026.06.12.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11/NISI20260611_0021316895_web.jpg?rnd=20260611165500)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ARKO))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임시 회의에서 이범헌 신한대학교 특임교수를 제9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2026.06.12. [email protected]
▲문화예술 지원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나.
-기관마다 설립 목적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다만 기관 간 칸막이로 인해 협업이 어려워지거나 유사 사업이 반복되는 부분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각 기관의 기능은 존중하되 보다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문화예술 지원체계도 보다 통합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문화강국을 위해 예술위가 주목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엘리트 예술과 생활예술을 함께 키우는 '투톱 전략'이 필요하다. 기초예술은 국가가 R&D처럼 꾸준히 지원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문화강국이 될 수는 없다. 문화예술은 단순히 특정 예술가를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고령화와 생애주기 변화, 지역소멸 같은 사회적 과제와도 연결돼 있다.
-지금의 K-컬처도 기초예술의 토대 위에서 대중성과 만나 성장한 결과다. 예술위 역시 미래 세대와 새로운 문화환경에 맞는 도전을 고민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예술위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AI는 문화예술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술위 역시 AI 시대에 맞는 문화예술 플랫폼과 새로운 지원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예술위 본사는 전남 나주에 있다. 지역과의 연계나 정착 문제에 대한 구상은.
-예술위가 나주로 이전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 충분히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순히 기관이 이전한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나주와 광주, 전남 지역에는 문화자원과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예술위도 지역 예술인과 문화자원을 연계해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고, 문화예술이 지역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ARKO))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임시 회의에서 이범헌 신한대학교 특임교수를 제9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2026.06.12.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6/11/NISI20260611_0021316891_web.jpg?rnd=20260611165448)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범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ARKO))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4월 27일 임시 회의에서 이범헌 신한대학교 특임교수를 제9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2026.06.12. [email protected]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예술위는 기수마다 비슷한 고민과 과제를 안고 있었다. 문예기금 문제도 그렇고 심의제도 개선도 그렇고 오랫동안 논의됐지만 쉽게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이 많다. 그만큼 문제의 복잡성과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같은 문제를 진단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1년 차에는 무엇을 하고, 2년 차에는 어떤 성과를 내야하는지 로드맵을 세우고 있다. 다음 기수에도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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