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서 막히자 '강제노동'으로 우회…트럼프 새 관세, 명분 논란
등록 2026/06/04 12:10:55
수정 2026/06/04 14:12:24
대법원 무효 판결 후 301조 활용한 우회 전략
한국 등 59개국·EU 대상 10~12.5% 관세 부과
강제노동 명분 내세웠지만…"인권 아닌 관세 유지 목적" 비판도
![[워싱턴=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거래를 금지하거나 단속하는 법률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한국 등 54개국에 12.5%, 유럽연합(EU)를 포함한 6개국에는 1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6.04.](https://img1.newsis.com/2026/06/04/NISI20260604_0001308993_web.jpg?rnd=20260604053712)
[워싱턴=AP/뉴시스] 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거래를 금지하거나 단속하는 법률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한국 등 54개국에 12.5%, 유럽연합(EU)를 포함한 6개국에는 1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6.04.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제노동 문제를 명분으로 새로운 관세 부과에 나섰다. 연방대법원이 기존 글로벌 관세를 위법이라고 판단한 이후 마련된 대체 조치로, 법적 정당성과 대상국 선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거래를 금지하거나 단속하는 법률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한국 등 54개국에 12.5%, 유럽연합(EU)를 포함한 6개국에는 1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린 이후 마련한 대체 방안으로 평가된다. 당시 재판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명확한 승인 없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책연구기관 택스파운데이션에 따르면 판결 직후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은 14.9%에서 8.2%로 낮아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임시 10% 관세를 도입했고, 현재 평균 관세율은 11.7%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 임시 관세 역시 무역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효력이 유지되고 있으며 7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새 관세는 시행 시점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의 임시 관세가 만료된 이후 발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NYT는 이번 조치가 추가 관세 부과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개정해 자동차의 미국산 부품 비중 요건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브랜드 의약품에는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강제노동 명분에도 허점…법적·정치적 논란 지속
이번 새 관세는 1974년 무역법 301조(Section 301)를 근거로 한다. 외국의 무역 관행이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주거나 무역협정을 위반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으로,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대중 관세에도 활용된 바 있다. 다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수십 개 국가를 대상으로 301조를 적용한 적은 전례가 없다.
무역 전문가들은 강제노동 근절 노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번 관세의 실제 목적이 인권 문제 해결보다 관세 유지에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외교협회(CFR)의 무역 전문가 에드워드 올든은 이번 조치를 "노골적으로 냉소적인 시도"라고 평가하며 "행정부가 효과적이라고 믿는 관세를 유지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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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행정부가 광범위한 관세의 명분을 "도덕적으로, 어쩌면 법적으로도 더 방어하기 쉬운 영역"으로 옮겼다고 평가하면서, 해외 강제노동 문제를 강조하는 행정부가 정작 국내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우호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모순이 있다고 꼬집었다.
관세 대상 선정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미국 정부가 강제노동 문제를 지적해 온 아프가니스탄·벨라루스·미얀마·모리타니 등은 이번 관세 대상에서 빠졌다. 실제 강제노동을 이유로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진 세르비아와 모리셔스 역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보고서에서 강제노동 생산품을 수입한다고 비판한 미얀마와 말라위도 명단에 없었다.
일부 무역 분석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민주당과 노동조합이 반대하기 어려운 명분을 내세워 관세 정책의 정치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 했다고 분석했다.
무역 전문 변호사 라이언 마저러스는 "새 관세율이 과거 관세와 비슷한 점은 흥미롭다"면서도 "강제노동 문제는 누구도 쉽게 반대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이 이 전략의 영리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법적 논란도 남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차장 출신인 앨런 울프는 301조가 원래 단일 국가를 대상으로 설계된 법률이라며, 수십 개 국가를 한꺼번에 겨냥하는 방식은 의회의 입법 취지와 맞지 않아 "사법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저러스 변호사는 "각국이 강제노동 금지 법률을 마련하고 이를 제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 자체를 반박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역 상대국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EU는 이번 관세가 정당성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으며, 중국은 "강제노동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관세를 정치적 조작의 구실로 사용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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