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달라진 공정위…1년간 과징금 2조-사건처리 20일 단축[세쓸통]
등록 2026/05/31 09:00:00
수정 2026/05/31 09:26:23
과징금 2조에도 처리기간 20일 줄여
직권인지, 23.5% 늘고 13일 빨라져
대형 담합 제재 속 신속처리 성과
중점조사기획단 신설…속도전 강화
사건선정 투명성·절차 정당성 과제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2026.05.20.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20/NISI20260520_0021289966_web.jpg?rnd=20260520132942)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0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되어 있다. 2026.05.2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년간 과징금 규모를 대폭 늘리면서도 사건처리 기간은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역대급 담합 사건 제재가 이어지며 법집행 강도는 높아졌지만,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오히려 20일 단축됐습니다. 공정위가 '더 세게' 제재하면서도 '더 빨리' 사건을 처리한 셈입니다.
31일 공정위에 따르면 정부 출범 이후 1년간인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부과한 과징금은 약 2조원 수준입니다. 직전 3개년 평균과 비교하면 6배가량 늘었습니다.
과징금 규모가 커진 데는 대형 담합 사건 처리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1년간 설탕 3조2000억원, 인쇄용지 4조원, 밀가루 5조8000억원, 전분당 6조2000억원 등 민생 분야에서 총 20조원 규모 담합을 적발했습니다.
관련 매출액이 커진만큼 과징금도 높아졌습니다.
공정위는 밀가루 담합에 과징금 6710억원, 설탕 담합에 3960억원, 인쇄용지 담합에 3383억원을 부과했습니다. 돼지고기 담합에는 32억원, 계란 담합에는 5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매겼습니다.
전분당 담합은 조사를 마치고 올해 3분기 심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3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전분당 제품인 올리고당 등 전분당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2026.04.23.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23/NISI20260423_0021256664_web.jpg?rnd=20260423112735)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3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 전분당 제품인 올리고당 등 전분당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2026.04.23. [email protected]
눈에 띄는 대목은 과징금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건처리 속도도 함께 빨라졌습니다.
공정위의 사건처리 건수는 전년 동기 1890건에서 최근 1년 1982건으로 4.9%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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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리해야 할 사건은 더 많아졌지만 평균 처리기간은 185일에서 165일로 줄었습니다. 비율로 보면 10.8% 단축된 것입니다.
통상 사건이 복잡해지고 과징금 규모가 커지면 처리기간도 길어지기 쉽습니다.
법 위반 혐의 확인, 자료 분석, 피심인 의견 청취, 심사보고서 작성, 전원회의 또는 소회의 심의 등 거쳐야 할 절차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1년 통계만 놓고 보면 공정위는 사건을 더 많이 처리하면서 평균 기간은 줄였습니다.
매번 사건처리 속도가 늦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정위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특히 직권인지 사건에서 변화가 더 뚜렷합니다.
직권인지 사건은 신고를 받아 처리하는 사건과 달리 공정위가 스스로 법 위반 혐의를 포착해 조사에 나서는 사건입니다.
공정위의 시장 감시 의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입니다.
직권인지 사건 수는 전년 동기 941건에서 최근 1년 1162건으로 23.5%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처리기간은 116일에서 103일로 13일 줄었습니다. 직권조사는 더 늘었지만, 처리 속도는 더 빨라진 것입니다.
이는 공정위가 단순히 접수된 사건을 처리하는 기관에 머물지 않고 민생·플랫폼·대기업집단 등 주요 분야에서 법 위반 혐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2026.02.10. km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2/10/NISI20260210_0021161226_web.jpg?rnd=20260210155444)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사진은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2026.02.10. [email protected]
실제 공정위는 민생 밀접 분야 담합뿐 아니라 하도급·가맹·유통·플랫폼·대기업집단 사건에서도 법집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도급 분야에서는 익명제보를 바탕으로 미지급 하도급대금 229억원의 자진 지급을 유도했고, 가맹 분야에서는 모바일 상품권 수수료 전가와 고금리 대부 관련 불공정행위를 조사·제재했습니다.
디지털 분야에서도 배달앱 사건처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배달의민족·쿠팡이츠의 불공정 관행 조사를 마쳤습니다.
최혜대우 요구, 끼워팔기, 자사우대, 불합리한 수수료 부과 약관 등 주요 쟁점은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신속 심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사건처리 통계는 공정위 조직 개편 방향과도 맞물립니다.
공정위는 플랫폼·민생 독과점·대기업집단 등 대규모 복합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중점조사기획단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점조사기획단이 신설될 경우 공정위의 더 강하고 더 빨라진 사건 처리 기조에 한층 더 힘이 붙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사건을 빨리 처리하는 것만으로 공정위 법집행에 대한 신뢰가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 선정의 객관성, 조사 절차의 적법성, 피심인 방어권 보장, 심의 과정의 예측 가능성이 함께 확보돼야 합니다.
특히 직권인지 사건은 공정위가 직접 혐의를 포착해 조사에 나서는 만큼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이 중요합니다.
공정위가 어떤 사건을 우선순위에 놓고, 어떤 기준으로 시장 감시에 나서는지 투명하게 설명해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05.27. ppkj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26/NISI20260526_0021297219_web.jpg?rnd=20260527120000)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1주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05.27. [email protected]
과징금이 늘었다는 통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재 규모 확대는 법 위반 억제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업계가 과징금 부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에서 공정위 과징금을 취소하거나, 과징금 부과 과정에서 잘못이 있어 과징금을 줄이라는 판단을 내릴 경우 과징금 부과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실제로 서울고법은 지난달 공정위가 삼성의 부당지원 행위에 부과한 과징금 2349억원을 전부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향후 대법원 등에서 다툴 여지가 있지만, 전부 취소가 확정될 경우 부과했던 과징금에 더해 법정 이자까지 돌려줘야 합니다.
한편 업계와 시장 입장에서는 과징금 산정 기준이 예측 가능해야 제도를 준수하기 용이합니다.
이에 공정위는 과징금 상한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담합의 경우 정률 상한을 20%에서 30%로, 정액 상한을 4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대표적입니다.
과징금 부과기준도 고쳐 담합 행위 과징금 부과율 하한을 0.5%에서 10%로 높였습니다.
공정위의 지난 1년 사건처리 실적을 보면, '더 세고 더 빠르게'라는 사건처리 기조는 분명해 보입니다.
향후 공정위가 더 세고 빠른 제재를 넘어 정확하고 신뢰 받는 제재까지 안착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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