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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세상이 '신맛' 레몬을 던진다면…갈아마시는 '쇠콤달콤' 카타르시스

등록 2026/05/28 17:00:22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 발매 기념 간담회

세계관 제3장 '컴플렉시티'로 증명한 거침없는 주체성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에스파(왼쪽부터 닝닝, 윈터, 지젤, 카리나)가 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에서 열린 두 번째 정규앨범 '레모네이드'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5.28.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에스파(왼쪽부터 닝닝, 윈터, 지젤, 카리나)가 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에서 열린 두 번째 정규앨범 '레모네이드'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5.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 번의 거대한 성공은 우연이나 기세로 설명할 수 있지만, 거듭되는 성취는 오직 스스로를 증명해 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정당한 결과다.

화려한 가상 세계의 콘셉트 뒤에 숨지 않고, 단단한 목소리와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자신들만의 철학적 서사를 구축해 온 초신성 걸그룹 '에스파(aespa)'가 고유의 미학인 '쇠맛'을 넘어 짜릿하고 통쾌한 '신맛'을 품고 돌아왔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에스파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 발매 기념 간담회는 이들이 새롭게 전개할 세계관의 '제3장'을 알리는 동시에, 대중음악이 어떻게 하나의 거대한 다중 우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자리였다.

'크랙(Crack)'과 '컴플렉시티(Complaexity)'…위기를 기회로 전복하는 주체성

29일 오후 1시 발매되는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세계관의 핵심 키워드는 다중 우주가 무한히 얽혀 있는 상태인 '컴플렉시티', 그리고 그로 인해 현실 세계에 발생하는 '크랙(균열)'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대 사회의 불안한 감각, 즉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원본 없는 복제)' 개념을 연상케 하는 이 혼돈 속에서 에스파는 오히려 당당히 고개를 든다.

에스파 세계관 '1타 강사'로 통하는 카리나는 "우리가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포스(P.O.S)를 열어 현실 세계에 균열이 생겼다"며 "일반적이라면 당황하고 패닉에 빠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지만, 광야를 누비며 온갖 경험을 쌓은 우리에게 이 균열은 새로운 기회에요. 시련을 통쾌하게 갈아 마시겠다는 주체적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에스파(왼쪽부터 닝닝, 윈터, 지젤, 카리나)가 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에서 열린 두 번째 정규앨범 '레모네이드'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5.28.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에스파(왼쪽부터 닝닝, 윈터, 지젤, 카리나)가 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에서 열린 두 번째 정규앨범 '레모네이드'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5.28. [email protected]

단순히 주어지는 콘셉트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이 겪어온 혼란과 한계를 즐거움으로 뒤바꾸는 애티튜드는 에스파가 정의하는 '주체성' 그 자체다. 윈터 역시 "요즘 남들 눈치를 보며 주저할 때가 많은데,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당당한 에너지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팝스타와의 협업…지드래곤·베키 지·타이 달라 사인

한층 확장된 세계관만큼이나 음악적 스펙트럼의 확장도 경이롭다. 앨범 크레디트에는 글로벌 무대를 호령하는 팝스타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가장 먼저 베일을 벗었던 선공개곡 'WDA(Whole Different Animal)'는 차갑고 무거운 인더스트리얼 힙합 리듬 위로 한류그룹 '빅뱅' 멤버 겸 솔로가수 지드래곤(G-DRAGON)의 묵직한 피처링이 얹혀 변종 자아의 스산함을 극대화했다. 카리나는 "데모 때부터 피처링을 염두에 뒀던 곡인데, 선배님만의 스타일로 멋있게 살려주셔서 곡이 완벽해졌다"며 감사를 표했다.

타이틀곡 '레모네이드'의 디지털 앨범 버전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라틴계 미국 팝스타 베키 지(Becky G)의 합류도 눈길을 끈다. 원곡의 강렬한 신스 베이스 사운드 위로 베키 지 특유의 파워풀하고 유연한 래핑이 에스파 멤버들의 탄력적인 보컬과 충돌하며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카타르시스를 만들어낸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에스파(왼쪽부터 닝닝, 윈터, 지젤, 카리나)가 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에서 열린 두 번째 정규앨범 '레모네이드'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5.28.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에스파(왼쪽부터 닝닝, 윈터, 지젤, 카리나)가 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에서 열린 두 번째 정규앨범 '레모네이드'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5.28. [email protected]

이에 더해 빌보드 '핫 100' 1위 출신의 힙합 아티스트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은 일렉트로닉 댄스곡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에 참여했다. 어떤 상황이든 맞춰 변화하는 유연함과 강인함을 '접이식 칼'에 비유한 이 곡에서 타이 달라 사인의 감각적인 보이스는 윈터와 에스파 멤버들의 절제된 보컬과 완벽한 앙상블을 이룬다.

'쇠맛'의 진화…기분 좋은 충격 '쇠콤달콤'

음악적 질감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타이틀곡 '레모네이드'는 '삶이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로 만들겠다'는 긍정의 속담을 에스파만의 위트로 재해석했다.

윈터는 "위험천만한 혼란이 닥쳐도 통쾌하게 갈아 마시겠다는 가사가 특징"이라며 "전체적으로 쿨한 느낌이 강해 여름 계절성과 잘 맞아요. 이번 곡은 기존의 쇠맛이라기보다 신맛에 가까워요. 팬분들이 지어주신 '새콤달콤'을 변형한 '쇠콤달콤'이라는 수식어가 딱 맞는다"고 웃었다. 닝닝은 곡의 비장함을 장난스럽게 조롱하는 듯한 벌스(verse) 파트의 챈트 보컬을 언급하며 "거친 음료도 에스파에게는 그저 유쾌하고 개구진 음료일 뿐이라는 것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에스파가 처음 도전하는 팝 록 장르 '틸 위 다이('Til We Die)', 영어 동요를 뼈대로 삼아 한국어 가사를 영리하게 섞어 부른 '롤(Roll)' 등 총 11곡(실물 앨범 10곡)이 밀도 있게 채워졌다. 카리나는 "수록곡을 들으시며 '에스파가 이런 음악도 해?'라는 물음표가 곧 느낌표로 바뀌는 경험을 하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에스파 카리나(왼쪽 첫번째)가 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에서 열린 두 번째 정규앨범 '레모네이드'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5.28.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에스파 카리나(왼쪽 첫번째)가 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에서 열린 두 번째 정규앨범 '레모네이드'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5.28. [email protected]

무대 위 현실이 된 세계관의 확장

에스파가 직조해 낸 이 철학적 서사와 시각적 환상은 이제 무대 위 현실로 구체화된다. 앨범 발매에 맞춰 여의도 랜드마크와 반포 한강공원 일대에서는 이들의 일상과 맞닿은 역대급 규모의 글로벌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

지젤의 "이전 '넥스트 레벨' 등 과거 노래들의 규칙과 서사가 지금의 '레모네이드'까지 모두 연결된다는 것을 인지하시면 더욱 재밌는 스토리가 될 것"이라는 조언처럼, 이들의 세계관은 겹겹이 쌓여 거대한 실체가 됐다. 최근 일본 도쿄돔 세 번째 입성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린 에스파는 이제 첫 서울 고척 스카이돔(8월 7~8일) 단독 콘서트로 시작하는 세 번째 월드투어와 시카고 '롤라팔루자' 무대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다.

결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닻을 내린 네 멤버. 한계 없는 궤도를 그리는 에스파의 '쇠콤달콤'한 질주는 이제 막 또 다른 차원의 문을 열어젖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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