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동기 살인 42% '초범'…관리 체계 허점·예방 한계[강남역 살인 10년②]
등록 2026/05/17 06:00:00
광주 여고생 살인, 수사 결과 '분노범죄' 결론
최근 3년간 127건 발생…매년 40건 안팎 반복
79% 정신질환 앓아…68%는 사전 범행 계획
"경찰 대책 한계…위험신호 조기에 발견 필요"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살인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23)씨가 지난 14일 오전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장윤기는 어린이날인 5일 오전 0시11분께 광주 광산구 한 고등학교 앞 대로변 인도에서 귀가하던 A(17)양을 흉기로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돕기 위해 다가온 고교생 B(17)군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2026.05.14. lhh@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14/NISI20260514_0021282284_web.jpg?rnd=20260514081641)
[광주=뉴시스] 이현행 기자 = 살인 혐의 등을 받는 장윤기(23)씨가 지난 14일 오전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장윤기는 어린이날인 5일 오전 0시11분께 광주 광산구 한 고등학교 앞 대로변 인도에서 귀가하던 A(17)양을 흉기로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돕기 위해 다가온 고교생 B(17)군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2026.05.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최근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이 흉기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강력범죄에 대한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수사 결과 이번 사건은 특성 여성을 노리다 범행 대상을 바꾼 분노범죄이자 계획범죄로 드러났다. 다만 범행 전 위험 신호가 제도권 안에서 포착됐음에도 실질적인 예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순찰 강화 등 사후 대응 중심의 경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해 보건·복지 체계와 연계하는 예방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묻지마'에서 '이상동기'로…살인 10명 중 4명은 초범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이상동기 범죄는 총 127건이다. 연도별로는 2023년 46건, 2024년 42건, 지난해 39건으로 매년 40건 안팎이 반복되고 있다.
유형별로는 ▲2023년 살인 5건·살인미수 4건·상해 26건·폭행 11건 ▲2024년 살인 5건·살인미수 20건·상해 9건·폭행 8건 ▲지난해 살인 4건·살인미수 7건·상해 17건·폭행 11건으로 집계됐다. 3년간 살인·살인미수를 합치면 45건으로 전체의 35.4%에 달한다.
이상동기 범죄는 과거 언론에서 쓰이던 '묻지마 범죄'를 대체한 용어다. 2000년대 초부터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두고 묻지마 범죄라는 표현이 쓰였고, 2012년 의정부역·여의도 칼부림 사건 이후 검찰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경찰청은 2022년부터 공식 용어를 '이상동기 범죄'로 바꿨고 2023년 신림역·서현역 사건 이후 피해자와의 무관련성·범행 동기의 이상성·행위의 비전형성 등을 기준으로 개념화했다.
경찰은 이상동기 범죄를 유형화해 관리하고 있으나 실제 예방 현장과의 괴리는 크다. 살인 등 중대 범죄의 경우 전과 이력만으로는 사전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워서다.
실제 박가연·주성빈 동의대 연구팀이 올해 학술지 '한국과 국제사회'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상동기 살인 범죄자의 초범 비율은 42.1%로 상해(19%)·폭행(9.5%)보다 높았다.
같은 연구에서 이상동기 살인 범죄자의 78.9%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68.4%는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으며, 78.9%는 칼 등 흉기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과자나 재범 위험군 중심의 관리만으로는 고위험 범행을 사전에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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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연구에서도 가해자의 사회적 단절과 정신건강 문제가 주요 특성으로 지목됐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연구팀이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상동기 범죄자 244명의 수사·재판기록을 분석한 결과 범행 동기는 주취 무동기가 32.4%로 가장 많았고 정신과적 문제 27.5%, 분노 표출 18.9% 순이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일대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안전한 통학로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2026.05.14. kch05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5/14/NISI20260514_0021283309_web.jpg?rnd=20260514164954)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일대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안전한 통학로 계도활동을 하고 있다. 2026.05.14. [email protected]
사회와 끊긴 위험신호…은둔·고립 조기 포착이 관건
광주 사건은 이상동기 범죄는 아니었지만 피해자와 피의자의 무관계성만으로 범죄 성격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 수사 초기에는 이상동기 범죄로 분류됐으나 수사 과정에서 스토킹 신고와 범행 준비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분노범죄이자 계획범죄로 재규정됐다.
범죄명 분류보다 112 신고 단계에서 드러난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피의자 장윤기(23)는 전과나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장윤기가 자신이 스토킹하던 20대 외국인 여성을 살해하려다 찾지 못하자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공격한 것으로 판단했다.
범행 이틀 전에는 해당 여성 관련 112 신고가 접수됐으나 현장 종결 처리됐다. 스토킹 신고, 폭행 정황, 성폭행 혐의, 흉기 준비 등 고위험 징후가 사전에 드러났음에도 이후 범죄 예방 체계로 이어지지 못했다.
경찰청은 최근 '이상동기 범죄 위험성 평가 도구 고도화'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기존에도 위험성 평가 도구를 운용해왔으나 해외 사례 분석과 개념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현실에 맞게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달 13일부터 7월 22일까지 10주간 '학생 맞춤형 특별 치안활동'을 전개한다. 학교전담경찰관(SPO)과 범죄예방진단팀(CPO)이 합동으로 통학로 안전 진단을 실시하고 취약 지점에 범죄예방시설을 집중 보강하는 내용이다.
공중협박·공공장소 흉기소지 등 이상동기 전조증후 사건은 112 신고 접수 시 코드1 이상으로 지정해 총력 대응하고 흉기 소지 의심자에 대한 검문검색도 적극 실시하기로 했다. 중요 강력사건 발생 시 경찰서장이 현장에 직접 출동해 지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여중·여고 일대 통학로를 직접 방문해 현장 근무자를 격려하고 방범시설 현황을 점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시적 순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본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이상동기 범죄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막을 수 있는 성격의 범죄가 아니다"라며 "경찰의 순찰 강화나 현장 대응만으로는 근본적인 예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범행 전 좌절이나 고립, 자포자기 상태 같은 위험 신호를 주변에서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사회와 정신건강 체계가 연계해 상담·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성훈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도 "학교·의료·형사사법 체계 안으로 들어왔을 때가 사실상 위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112 신고 이력이나 반복 민원 등을 정밀 분석해 조기 개입 체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이나 은둔 상태에 있는 이들이 제도권과 접촉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찰만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사회와 보건·복지 체계가 함께 위험 신호를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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