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77일 '기소 0건' 특검…신중함 못지 않게 명쾌한 결론을
등록 2026/05/13 14:28:51
수정 2026/05/13 18:03:08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칼에는 눈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검찰 출신 한 취재원은 수사엔 공정성과 균형감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소든 불기소든 한 방향의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수사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공식 출범 77일 동안 단 한 건도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못했다며 뭇매를 맞았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속도감 있는 수사·기소 처분과 비교해 더디디 더딘 2차 종합특별검사팀의 행보에 비판도 제기됐다.
3대 특검과 비교했을 때 '느린 수사 속도'라는 비판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구석도 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공식 출범 하루 만에 삼부토건을 압수수색한 뒤 한 달만에 '1호 기소'하는 성과를 보였다. 또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김 여사의 신병을 한 달여 만에 확보하는 등 괄목할 만한 속도를 보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반면 2차 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의 '1호 강제수사'는 출범 18일 만이었다. 지난달까지 파견 검사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좀처럼 수사에서 가속페달을 밟지 못한다는 비판이 합당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드시 빠르게 기소하겠다'는 궤도를 설정해두고 수사를 밀어붙이는 태도는 멀리하며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단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무죄추정원칙은 검찰, 특검팀 등 수사 기관이 항상 유념해야 하는 대전제다. 충분한 법리 검토를 토대로 혐의점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고, 여기에는 물리적 시간이라는 잣대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빠른 속도가 능사는 아니라는 사례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광속 수사'로 호평을 받은 김건희 특검팀의 경우 김모 전 국토교통부 서기관을 시작으로 각종 사건에서 공소기각이라는 웃지 못할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정점 김 여사는 약 두 달 만에 구속 기소했으나, 1심에서 대부분의 의혹이 무죄로 선고되기도 했다.
반면 3대 특검 당시 지지부진한 수사로 혹평을 받은 순직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은 넉 달여 만에 '본류' 사건 당사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1호 기소'했으나 1심에서 유죄를 입증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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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있게 기소해야 한다는 외풍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혐의점을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속도에 쫓기다 못해 기소를 점찍어두고 결론을 예단하는 우를 범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공식 출범 닷새 만에 '쿠팡 수사 외압이 있었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 기밀을 문지석 부장검사에게 유출한 혐의로 고소된 상설특별검사팀(특별검사 안권섭)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수사 대상만 총 17개인 종합특검팀의 칼끝에 '오로지, 그리고 빠르게 기소'라는 눈이 달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2차 특검은 또 신중함 못지 않게 명쾌한 결론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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