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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내공' 강호동의 노련함이 빚어낸 무해한 토크쇼…'강호동네서점'

등록 2026/04/24 16:33:16

자극적 예능 범람 속 '책' 매개로 들여다본 명사의 삶

'떼토크' 시대에 부활한 '1대 1' 정통 토크쇼의 미학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상대를 비난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라'고 하더라. 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저는 제 말이 진리인 줄 알았다. 이 책을 보고 내 자신을 인정하니 그 다음부터 문제가 풀렸다."(옥동식 대표)

"20대 때 체육관에서 땀만 흘리고 살았다. '마시멜로 이야기'를 우연히 봤는데, '누구나 인생에 화려한 한 번뿐인 청춘을 즐기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미래를 위해 참는다면 그만큼 더 엄청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취지의) 문구가 있었다. 당시 너무 위로가 됐다."(격투기 선수 김동현)

관찰, 먹방, 쿡방, 연프로 대표되는 예능이 안방극장을 점령한 시대다. 유튜브에는 음주와 욕설이 난무하는 저속한 콘텐츠가 범람하며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기고 있다. 이러한 예능의 홍수 속에서 '국민 MC' 강호동이 MBC '무릎팍도사' 이후 13년 만에 '건강한' 토크쇼를 들고 돌아왔다. 지난달 3일 첫발을 뗀 쿠팡플레이 '강호동네서점'이 24일, 총 8회차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강호동네서점'은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예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정통 토크쇼'의 귀환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주병진 쇼', '이승연의 세이 세이 세이', '김혜수 플러스 유'처럼 한 사람의 삶을 진중하고 점잖게 톺아보던 1대 1 토크쇼의 미학이 30년 만에 부활한 듯한 인상을 준다.

최근 예능계는 여러 명의 진행자와 게스트가 물고 물리는 대화를 주고받는 소위 '떼토크'가 주류였다. '해피투게더'와 '라디오스타'를 기점으로 대화의 속도감과 웃음의 강도는 높아졌지만, 시청자가 감내해야 할 피로도 역시 적지 않았다.

1993년 데뷔해 어느덧 34년 차를 맞은 노련한 진행자 강호동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게스트의 깊숙한 인생 철학을 자연스럽게 길어 올리며 그 갈증을 해소해 줬다. 게스트들은 저마다의 '인생 책'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고백했다. 시청자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들의 가치관과 내밀한 인생 철학을 엿보게 된다.

[서울=뉴시스]강호동네서점(사진=쿠팡플레이 제공) 2026.04.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호동네서점(사진=쿠팡플레이 제공) 2026.04.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활자의 시대'가 저물고 '영상의 시대'가 도래하며 저하된 문해력이 사회적 화두인 요즘, '독서'라는 소재를 예능의 중심으로 가져온 시도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과거 '느낌표 -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소개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리며 범국민적 독서 열풍을 일으켰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외딴방'을 읽고) 깊은 위안을 받았다. 나조차 언어화하지 못 한 (나의) 외로움을 누군가 대신 말해 주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작가라는 직업에 인생을 거는 것도 굉장히 의미있겠다, 숭고할 수 있겠단 생각을 처음 했다."(소설가 박상영)

"꿈은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냥 그 꿈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의 한 부분의 기록일 뿐"(배우 하정우)

게스트의 면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전형적인 연예인 위주의 섭외에서 벗어나, 자기 분야에서 정점에 선 '핫'한 인물들을 공들여 모셨다.

방탄소년단(BTS)의 뉴욕 컴백 뒤풀이 장소로 화제가 된 '옥동식'의 옥동식 대표, 퀴어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후보에 오른 박상영 작가, 그리고 전통 판소리의 틀 위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꽃피운 소리꾼 이자람까지. 그간 방송에서 쉽게 만날 수 없던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제작진이 얼마나 치밀하게 섭외에 품을 들였는지 짐작케 한다.

자극에 절여진 시청자들에게 맑은 숨통을 틔워준 이 프로그램이 조만간 '시즌2'로 시청자의 곁에 다시 돌아오기를 고대해 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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