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뉴스에서도 뉴시스 언론사 픽

[기자수첩]삼천당제약 사태가 증시에 던진 경고

등록 2026/04/24 13:59:36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멀리서 보면 화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이 비극이다. 코스피 7000을 향해 달리고 있는 우리 증시 이야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들어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시장은 '40만전자', '200만닉스'를 외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글로벌투자은행은 코스피 8000, 8500을 기대하는 장밋빛 리포트를 내놨고 시중 유동자금은 연일 증시로 밀려든다.

하지만 그늘도 짙다. 기습적인 유상증자와 중복상장, 고의 상폐, 불성실 공시, 선행매매 등 개미 투자자들의 피눈물을 부르는 고질적 병폐들이 연초부터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말 코스닥 시가총액 1위 '황제주'였던 삼천당제약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한때 120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지난 22일 34만원대까지 떨어지며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

삼천당제약은 지난해 매출 2318억원, 영업이익 85억원, 순이익 68억원의 작은 제약회사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연구 인력은 전체 직원 426명 중 35명에 불과하고, 박사급은 1명뿐이다. 연구개발비는 156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먹는 비만약'에 대한 기대감은 그야말로 불타올랐고,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말에는 주가수익비율(PER)이 5000배를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한 할머니가 '삼천당제약'이 써진 쪽지를 들고 증권사 창구를 찾은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가 급락의 트리거는 구독자 604명의 블로그에 올라온 작전주 의혹 글이었다. 시총 28조원의 코스닥 1위 종목이 폭락한 배경으로 블로거가 지목된 것은 코스닥 시장의 토대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천당제약은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되는 공시를 최소한으로 하고 규제가 느슨한 보도자료 등을 통해 '어쩌면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식의 장밋빛 전망을 퍼트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받았다.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계약 성과 등 호재성 정보를 부풀리는 행태는 제약·바이오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왔다. 제2, 제3의 삼천당제약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는 이유다.

코스피 상장사였던 대동전자의 '상장 폐지' 사태도 빼놓을 수 없다. 부채비율 10% 미만, 순자산 2600억원의 우량 중견기업인 이 회사는 지속적인 영업이익에도 해외 자회사 감사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년 연속 '한정의견'을 받았고 지난달 상장폐지됐다.

소수주주 축출을 위한 고의상폐라는 의혹이 쏟아졌다. 통상 자진상폐를 할 때 대주주는 시장 대비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소수주주들의 지분을 공개매수한다. 하지만 감사자료 제출거부 등으로 인한 강제상폐가 발생하면 소액주주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하지만 고의상폐가 사실이라 해도 이를 직접적으로 규율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검증되지 않은 공시와 정보에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건실한 기업의 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는 시장은 정상적이지 않다. 하루 빨리 허술한 공시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주가누르기, 고의상폐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적금을 깨고, 대출을 받아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삼천당제약, 대동전자 같은 기업이 많다. 제도 개선이 늦어지면 더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제도적 허점이 방치된 채로 유동성만 유입되는 구조라면 피해는 결국 가장 늦게 들어온 투자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허술한 기둥과 골조 위에 쌓인 금자탑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자크기 설정

상단으로 이동
로딩중로딩아이콘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