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인데 근로자는 아니다?…화물연대 사태 어쩌나
등록 2026/04/22 17:27:14
수정 2026/04/22 17:32:41
지난 20일 경남 진주 CU 집회현장서 1명 사망·2명 중경상
고용노동부 "노조법 교섭 문제 넘어선 사안"…노동계 반발
"임시방편 대응이 문제 키워…특수고용직, 제도 내 포섭해야"
![[진주=뉴시스] 지난 20일 경찰과 화물연대가 경남 진주 CU물류센터 출입구에서 대치중이다. 2026.04.20. (사진=독자 제공).2026.04.20.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4/20/NISI20260420_0002115738_web.jpg?rnd=20260420161919)
[진주=뉴시스] 지난 20일 경찰과 화물연대가 경남 진주 CU물류센터 출입구에서 대치중이다. 2026.04.20. (사진=독자 제공)[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지난 20일 경남 진주에서 화물연대 사망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년 간 방치됐던 문제가 또 반복된 것"이라며 "노조법 대상을 '근로자'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제도 내 흡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부 '선 긋기' 논란…노동계 "'노란봉투법' 취지 훼손" 반발
2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20일 오전 10시32분께 경남 진주의 CU 물류센터 앞 화물연대 집회 현장에서 2.5톤(t) 물류 차량이 집회 중이던 화물연대 조합원들과 충돌하는 사고가 나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은 화물연대 CU지회가 편의점 물류 운송을 두고 CU 운영사인 BGF로지스에 교섭을 요구하면서 벌어졌다. BGF로지스는 이들이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직접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이를 거절해왔다.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이번 사안은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에 기반한 개정 노조법 제2조에 따른 원·하청 교섭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들이 단결해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하면서 더욱 격화됐다는 점이다.
화물차주는 통상 근로계약이 아닌 특수고용직(특고) 형태로 개인사업주 계약을 맺고 물류를 운송한다. 이들의 근로자성 여부는 이전부터 논란이 돼왔는데, 노동부가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선을 그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선 긋기는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법의 적용 여부가 아니라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며 갈등을 방치한 데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화물노동자는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돼있지만 운임과 물량, 노동조건이 원청에 의해 실질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라며 "노동부가 이들을 소상공인으로만 규정하며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고, 개정법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화물연대도 전날(21일) 성명을 내고 "특고·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노조법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노란봉투법인데, 실질적 노동3권 행사에 있어 여러 장벽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이번 노동부의 설명은 더더욱 아쉽다"고 유감을 표했다.
노동계에서는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의 정당성을 넘어 노동부의 입장 표명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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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노조법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지나치지만, 그렇다고 노동부가 나서서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법 적용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냐 개인사업자냐' 반복되는 갈등…"제도 내 포섭 필요"
![[김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22일 오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인근에 지난 20일 사고로 숨진 화물연대 조합원 A씨를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가운데 한 동료가 영전에 커피한잔을 올리고 있다. 2026.04.22. co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22/NISI20260422_0021254607_web.jpg?rnd=20260422081747)
[김해=뉴시스] 차용현 기자 = 22일 오전 경남 진주시 정촌면 BGF로지스 진주센터 인근에 지난 20일 사고로 숨진 화물연대 조합원 A씨를 추모하는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가운데 한 동료가 영전에 커피한잔을 올리고 있다. 2026.04.22. [email protected]
화물연대의 노조로서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전부터 이어져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조직으로 활동하면서 집회·파업 등 단체행동을 해온 만큼 노동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노조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반면 정부는 화물연대가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노조법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통상의 노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자가 주체가 된 단체'만 설립신고를 할 수 있는데, 대다수가 개인사업자 지위를 가진 화물차주들로서는 근로자성 인정을 받는 것부터가 관건이다.
이 같은 논쟁은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2년 '안전운임제' 일몰을 두고 벌어진 대규모 운송거부사태 때도 불거졌다. 당시 공공운수노조는 국제노동기구(ILO)에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우리나라가 비준한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의 보장 협약(제87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제98호) 위반이라며 진정을 넣었다.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자영업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가 그들의 이익을 증진·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결사의 자유 및 단체 교섭의 원칙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이와 관련해 취해진 조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직접적으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부당하거나 노동기본권 침해라는 판단을 명시적으로 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정부 대응조치가 결사의 자유, 즉 노조 활동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처럼 특고의 법적 지위와 노조 인정 범위를 둘러싸고 국내 법체계와 국제 기준 간 해석 차이가 존재하면서, 화물연대 사태와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제도적 공백'을 지목하고 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단결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로, 신고 여부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데 이를 이유로 노조 활동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2000년대 초부터 유사한 갈등이 반복돼왔는데 그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면서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고 노동자는 형식상 개인사업자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사업자에 종속된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노조법상 권리도 제한되는데, 반대로 불리할 때만 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했다.
특히 "현재 구조에서는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제도적 수단이 부족하다”며 "제도적 진공 상태를 해소하려면 이들을 제도 속으로 흡수해야 한다. 개별적으로 근로자성을 인정 받는 것과는 달리 교섭 권리를 적용하도록 해야지, 이대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치한다는 선언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BGF로지스와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5시 대전 모처에서 만나면서 사실상 교섭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장기간 갈등이 지속된 만큼, 최종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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