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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대기업 선호 높은데…'비정규직 4년' 가능할까

등록 2026/04/16 06:03:00

李 "기간제법, 2년 이상 고용금지법 돼"…논란 재점화

MB·박근혜 정부도 추진했지만 노동계 반발에 입법 무산

청년 비정규직 3명 중 1명만 정규직…사업체 내 전환 5%↓

"'회전문 고용' 반복할 것" vs "숙련·경력 축적엔 긍정적"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앞 로비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2026.04.15.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15일 서울 시내 한 대학교 일자리플러스센터 앞 로비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2026.04.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홍주 박정영 기자 = #. 수도권 한 중견기업에서 2년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A(29)씨는 정부가 계약직 사용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를 듣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 일단 입사는 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고 정규직과는 다른 업무를 맡고 있어 결국 퇴사 후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A씨는 "맡은 업무가 정규직과 달라 경력을 제대로 쌓기도 어렵고 임금도 낮은데, 그 기간이 더 길어진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며 "4년으로 늘어나면 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정규직 취업을 준비하지 누가 계약직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계약직, 즉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이중구조' 해소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기업의 정규직 채용 부담을 완화하고 단기 계약 반복에 따른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오히려 정규직 전환을 지연시켜 이중구조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한국노동연구원에 기간제 고용 사업체의 사용 실태, 기간제 노동자의 근로 현황 등을 조사하는 용역을 발주했다.

노동부는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방안이나 내용을 검토하거나 확정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기간제법이 사실상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됐다"고 언급한 만큼 제도 개편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MB·박근혜 정부도 추진했다 '무산'…노동계 "비정규직 남용 억제부터" 반발

기간제, 즉 비정규직 제도 개편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급격하게 확대됐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정리해고와 파견근로가 허용되면서부터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2007년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제정했다.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넘기면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2년 계약 만료 직전 근로자와 계약을 해지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 관행이 늘면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역시 중장년 고용 촉진을 위해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4년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입법에 실패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기간제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이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와 '비정규직 처우 개선'가 핵심으로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1기 출범 기념 토론회에서 "기간제 2년 되면 정규직 전환, 말은 좋은데 되레 장애"라고 말하며 한계점을 지적했고, 지난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도 "기간제법이 사실상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됐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공무직위원회법 즉각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6.01.2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공무직위원회법 즉각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6.01.21. [email protected]

하지만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기간제법을 폐지하지 않고는 청년 고용과 노동시장 불평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시·간헐 업무에만 기간제를 허용하고 상시·지속 업무에는 반드시 정규직을 고용하도록 하는 사용사유 제한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번 기회에 비정규직만 양산하고 고용 안정에는 무용한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폐지해야 하며, 그것이 노동시장 불평등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이 정체된 원인은 기간제법이 2년 이상 고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기간제 근로자를 상시적·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활용하는 관행이 고착화된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기간제 근로자 사용 사유를 보다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과 비정규직 고용에 따른 비용을 높여 남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년 비정규직, 3명 중 1명만 3년 뒤 정규직"…전문가도 엇갈린 평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대표적인 특징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구직자들의 대기업·정규직 선호 현상은 강할 수밖에 없다.

노동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첫 직장이 정규직일수록 이후에도 정규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을 얻기 위한 구직 기간이 길수록 현재 직장에서 정규직일 가능성이 높고 월 평균 근로소득도 높았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지난해 경사노위 노사정 토론회에서 발표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청년층(25~34세) 비정규직 근로자 중 3년 후 정규직 근로자로 일하는 경우는 3명 중 1명 정도에 그쳤다. 이 비율은 2005년 약 50%였으나, 2010년 이후 하락하는 추세다.

또 같은 사업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010년 초 10%에서 최근 5% 이하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기간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세부적인 해법을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3년, 4년으로 늘린다고 해서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며 "사용자는 3년 11개월 쓰고 다시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회전문 고용'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2007년 입법 과정에서 기간 연장 논쟁은 정리된 사안"이라며 "목표와 효과에 대한 명확한 근거 없이 과거로 돌아가는 논의"라고 비판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도 "기간 연장으로 일부 근로자는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경우에서 비정규직 고착화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간제 만료에 따른 해고가 관행처럼 작동하는 상황에서 기간을 늘리면 정규직 채용을 줄이는 대체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제1차 노사정 대표 만남을 하고 있다. 2026.03.2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제1차 노사정 대표 만남을 하고 있다. 2026.03.26. [email protected]

반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근로자들을 가급적 많이 채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주는 게 필요하다"며 "기간제법이 시행된 지 20년 가까이 됐으니, 리모델링을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간제 자체를 폐지하게 되면 또다른 남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만, 경력채용 기준이 보통 4~5년 정도이니 경력 관리를 위해서라도 한 직장에서 가급적 오래 있을 수 있다면 근로자에게도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비정규직에 돈 더 많이 줘야"…'공정수당' 해법될까

다만 기간제법 개정만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모인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이미 비정규직 근로자가 하는 업무와 정규직 근로자가 하는 업무가 분리돼있다"며 "2년이든 4년이든 기간이 지나면 나갈 근로자에게 연봉을 많이 줄 리도 없으니 자칫 임금 격차만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를 의식한 듯 "똑같은 조건일 때 비정규직이 보수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인 2021년 경기도에 '공정수당'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는 경기도가 고용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에게 근무 기간에 따라 기본급의 5~10%를 공정수당으로 책정해 퇴사할 때 일시급으로 주는 제도다.

다만 공정수당이 민간 부문에 도입될 경우 또다른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기업이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비정규직 활용 자체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건비 증가를 회피하기 위해 외주화나 플랫폼 노동 등 다른 형태의 고용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비정규직에게 추가 보상을 지급하더라도 고용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간 조정과 함께 임금 격차 해소, 정규직 전환 유도, 노동시장 이동성 확대 등 종합적인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부는 상반기 중으로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와 전문가 포럼을 통해 제도 전반을 검토하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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