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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전쟁 속에도 사라지지 않는 초록빛"…44년 시인의 성찰 [문화人터뷰]

등록 2026/04/06 08:00:00

수정 2026/04/06 08:58:24

등단 44주년, 44편의 시에 담은 변화와 성찰

"초록빛은 예술 고유의 빛…AI에게도 설명할 책임"

"바다를 거쳐 다시 강으로"시의 귀환을 믿는 시인

[서울=뉴시스] 김용택 시인 (사진=본인 제공) 2026.04.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용택 시인 (사진=본인 제공) 2026.04.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전쟁과 분열로 세상이 흔들려도 땅 속의 '초록빛'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김용택 시인은 말한다. 등단 44년을 맞아 펴낸 새 시집  '그날의 초록빛'에는 과거를 흘려보내고 다시 시를 기다리는 시인의 시간이 담겼다.

오랫동안 '섬진강 시인'으로 불려온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이제 자신을 "멀리 바다까지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강 마을에 머문 시인"이라 불리고 싶다고 했다. 44년의 시간이 남긴 변화와 성찰이 이번 시집 곳곳에 스며 있다.

그가 먼저 이야기한 것은 '과거'에 대한 생각이었다.

시인은 "과거는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게 그냥 두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지난날을 흘러가게 두는 것은 두려움과 아쉬움, 애잔함 등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시를 쓸 때는 그 두려움에 의지하며 쓸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 자신이 써온 시를 다시 낯설게 바라보는 순간도 있었다.

그는 시집 속 '나는 퀴퀴하게 낡은 나의 거울에서 나간다'는 구절에 대해 "퀴퀴하게 낡은 나의 거울이라는 말은 결국 나의 시를 두고 한 말 아니겠느냐"고 했다. 오랜 시간 자신이 쌓아온 시 세계를 다시 낯설게 바라보며, 익숙한 언어에서 한 걸음 벗어나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시인으로서 나의 시가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날은 제 시가 새날처럼 새롭다가도 어느 날에는 제 시가 오래전 과거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나는 달라졌는데 시는 저기 있고, 시는 달라졌는데 나는 여기 있기도 합니다."

[서울=뉴시스] 김용택 '그날의 초록빛' (사진=창비 제공) 2026.04.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용택 '그날의 초록빛' (사진=창비 제공) 2026.04.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시집 곳곳에는 이런 변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 속에서 그는 "공허한 인문과 87체제 문법의 그 지루한 서정이 싫어졌어"라고 선언하며 익숙했던 자신의 언어와 거리두기를 시도한다.

그 변화는 거창한 담론보다 일상의 풍경 속에서 찾아온 깨달음에 가깝다.

시인은 마을 어른들이 상한 팥알을 고르며 "이렇게 이쁜 것을 보면서 어찌 힘들다는 말이 그 입에서 나오냐"라고 말하는 삶을 존중한다고 했다. 하루에도 수백 번 먹이를 물어 나르는 참새의 움직임 또한 그에게는 삶의 이치를 가르치는 풍경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독서와 살림, 가족과의 대화 속에서 이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을 다시 배우게 됐다고도 했다. 그렇게 시인의 시선은 자연과 사물, 인간의 삶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는 쪽으로 확장됐다.

그 과정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깊어졌다.

그는 "나는 눈물짓는다 / 슬퍼서가 아니다 / 하루의 경제적 경영 범위에 따른 몸의 고졸한 움직임들이 그토록 아름답다"고 적으며, 일상의 노동과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해 낸다. 사랑의 대상은 특정한 존재를 넘어 세상 전체로 넓어졌고, 중요한 것은 도달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깨달음 또한 이번 시집에 스며 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그가 붙잡는 것은 여전히 '초록빛'이다.

그는 "초록빛은 음악이나 시, 그림과 같은 예술이 가진 고유의 빛"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인공지능(AI)을 '인류의 새로운 종(種)'으로 표현하며 "초록빛의 마음, 초록빛의 사랑, 초록빛의 슬픔, 초록빛의 절망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초록빛을 AI에게 설명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새로운 시를 쓰고 있지 않지만, 시는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현재로서 어떤 시가 오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약속처럼 시가 올 것이란 것은 알고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또 시가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시의 '신비로운 약속'을 믿고 있습니다."

그가 섬진강에서 멀리 바다까지 나갔다 다시 강 마을에 머무는 것처럼, 44년을 지나도 시는 여전히 그에게 돌아오는 약속이다.

[서울=뉴시스] 김용택 시인 (사진=본인 제공) 2026.04.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용택 시인 (사진=본인 제공) 2026.04.02.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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