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청구서②] 농지 대출 부실 늘고 쌀값 방어엔 '외상' 5669억…농협 이중고
등록 2026/11/08 09:30:00
농지담보대출 신규 취급 35% 감소…부실채권 손실 2.3배
연체율도 4.37%→5.72%…지역 농·축협 건전성 관리 비상
쌀 시장격리에 농협 자금 선투입…정부 미정산액 5669억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8. dahora8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08/NISI20261008_0021481405_web.jpg?rnd=20261008113440)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편집자주] 국가 정책의 최전선에 선 거대 조직들이 잇따른 정책 과제와 경영 부담에 직면해 있다. 정부 정책의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재무 건전성과 본연의 기능까지 지켜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뉴시스는 이들 조직에 쌓이는 정책 부담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짚어본다.
정부의 농지 투기 근절과 쌀값 안정 정책이 이어지면서 지역 농·축협과 농협경제지주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농지 거래 위축 속에 농지담보대출은 줄고 부실채권 손실은 늘어나는 가운데, 쌀값을 떠받치기 위한 시장격리에는 농협 자금이 먼저 투입되고 정부가 수년에 걸쳐 갚는 '외상'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3월 농지 전수조사 추진을 밝힌 뒤 5월부터 전국 농지 조사에 들어갔다. 투기를 걸러내려는 조치지만, 농지 거래가 위축되거나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금융기관이 담보로 잡은 농지를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진다. 농지담보대출 부실이 지역 농·축협의 재무 건전성 악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8일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중앙회에서 제출받은 지역 농·축협 상호금융 자료에 따르면 3~8월 농지담보대출 부실채권 손실액은 226억2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기간 매각한 부실채권 원금은 2403억원이었지만 실제 회수한 돈은 1481억원에 그쳐 922억원이 비었고, 미리 쌓아 둔 대손충당금으로 메우고도 226억원의 손실이 남았다. 담보로 잡은 농지를 처분해도 제값을 받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신규 농지담보대출도 감소했다. 3~8월 지역 농·축협의 신규 대출액은 3조2344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9733억원보다 1조7389억원 줄었다. 감소율은 35%에 달한다.
농지담보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농협상호금융의 지역별 농지담보대출 잔액 및 연체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지담보대출 연체율은 4.37%였지만 올해 1~8월에는 5.72%로 1.35%p 상승했다.
경매건수 증가와 매각률·매각가율 하락세도 심화되고 있는 중이다.
대법원이 공개하는 법원경매정보 용도별 매각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농지의 경매건수는 9% 증가한 데 반해 매각률은 2.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가율은 5.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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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경매정보 용도별 매각통계를 보면 올해 5~9월 농지 경매 건수는 9% 늘었지만, 매각률은 2.1%, 매각가율은 5.1% 떨어졌다. 경매에 나오는 농지는 늘어나는데 팔리는 비율과 낙찰 가격은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농지가 감정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늘면 금융기관의 담보 회수 손실도 커진다.
부실이 커지면 농·축협은 손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내줄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예금 이탈까지 겹치면 자금 운용과 유동성 관리 부담도 늘어난다. 지역 농·축협이 대출을 줄이면 농업인의 영농자금 조달은 물론 지역 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에도 영향을 미쳐 농촌 경제 전반으로 부담이 번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농지 투기 차단과 함께 농지담보대출 건전성을 점검하고 농업인의 금융 접근성을 지킬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용태 의원은 "부실채권 매각 손실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농지 담보 가치가 하락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현실에 맞는 농지제도 개선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선교 의원은 "무리한 농지 전수조사로 인해 농지 담보대출 연체율이 치솟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대출 연체 문제로 농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양=뉴시스] 농관원 경기지원 조사반이 드론을 활용해 농지 심층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농관원 경기지원 제공).](https://img1.newsis.com/2026/08/19/NISI20260819_0002216362_web.jpg?rnd=20260819213447)
[안양=뉴시스] 농관원 경기지원 조사반이 드론을 활용해 농지 심층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농관원 경기지원 제공).
쌀값 안정 정책에서도 농협의 부담은 이어진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7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에 따르면 정부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격리를 발표하면 농협경제지주가 자기 자금으로 먼저 쌀을 사들이고, 정부가 이후 매입비와 이자를 나눠 갚는다.
농식품부는 2024년 다섯 차례 시장격리로 농협경제지주 자금 7518억원을 들여 쌀 34만1000톤을 사들였는데, 지금까지 1849억원을 갚아 5669억원이 남아 있다. 내년도 정산 예산은 5005억6400만원으로 올해보다 744억6000만원(12.9%) 줄었다.
예정처는 이런 '외상' 방식이 국회 통제 밖에 있다고 짚었다. 감사원은 예산 편성 시점에는 시장격리 여부와 규모를 알 수 없어 위법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예정처는 "장기간 상환의무가 발생하는 대규모 '외상거래'가 반복되면서도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격리로 국가가 질 수 있는 채무의 한도액만이라도 미리 국회 의결을 받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농·축협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매각 확대를 지도하고, 농업인의 자금 애로가 생기는지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농지 거래 감소에 대응해 농지은행이 농지를 사들여 청년농 등에게 팔거나 장기 임대하는 맞춤형 농지지원 예산을 내년 2조3057억원으로 늘리고 매입 대상 농지 범위도 넓힐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누적된 농지 거래 감소의 영향을 완화하고 농지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2/02/13/NISI20220213_0000931239_web.jpg?rnd=20220213113337)
[세종=뉴시스]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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