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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하이브리드 공격에 유럽 위기감 고조…"새 안보 틀 구상"

등록 2026/09/17 14:47:59

유럽 전역서 '러 배후 의심' 드론·사보타주·사이버 공격 잇따라

"러, 우크라 지원 포기하도록 겁주고자 유럽 하이브리드 공격"

[블라디보스토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26.09.04.

[블라디보스토크=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26.09.04.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서방이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드론 침입과 사보타주(파괴공작), 사이버 공격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 군사 공격 단계는 아니지만 유럽 안보를 훼손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사한 새로운 체계를 창설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연례 국정연설에서 나토 조약 제4조(긴급 협의)를 보완하는 긴급 안보 프로토콜(Emergency Security Protocol)와 EU 회원국과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 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유럽안보이사회(European Security Council) 창설 구상을 제안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유럽 영토에 대한 위협도 커지고 있다"며 "지난 한주 동안 덴마크와 리투아니아, 폴란드에서 이런 흐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 라이프치히 할레 공항 드론 공격 시도도 그 증거"라며 "이는 유럽 영토에서 러시아 공작원들이 군용 등급 물자를 사용해 벌인 공격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는 특정 EU 회원국 하나만을 겨냥한 공격이 아니라 EU 전체를 겨냥한 공격이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유럽이 맞닥뜨린 하이브리드 위협은 더는 하이브리드라고만 부르기 어렵고 단순한 위협 수준에도 머물지 않고 있다. 사이버 공격과 사보타주, 방화, 드론 침입은 날마다 증가하고 있다. 위협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유럽의 대비 태세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의 안보 원칙과 제도, 의사결정 체계는 새로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에는 자체적인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 지침이 필요하다. 전면적 무력 침략에는 이르지 않지만 국가안보를 분명히 위협하는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지 하루빨리 공동의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유럽은 오랫동안 대륙 안보에 초점을 맞춘 정상급 협의체를 논의해 왔다. 캐나다와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영국 등 파트너 국가들이 함께하는 형식"이라며 "현재 위협의 성격과 규모를 고려하면 이 구상은 더욱 시급해졌다. 집행위는 유럽안보이사회를 실제로 출범시키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구상을 환영하고 나섰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유럽은 자국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지고 자체 방위를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썼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도 로이터통신에 유럽 안보 협력 강화 구상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마르구스 차흐크나 에스토니아 외무장관은 "나토는 여전히 유럽 안보의 핵심 축"이라며 "안보·국방 분야에서 EU의 노력은 나토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나토 회원국 영토 전반에서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되는 하이브리드 공격이 더 위험하고 물리적인 피해를 수반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독일 정부가 지난달 라이프치히 할레 공항에 폭발물 탑재 드론을 설치한 배후로 러시아를 공식 지목한 것은 수년간 이어진 적대적 개입 이후 러시아와 독일이 벌인 가장 직접적인 대립으로 꼽힌다.

독일은 본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을 폐쇄했고 오랫동안 간첩 활동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운영을 허용했던 러시아 문화원(러시아 하우스) 운영 협정을 종료했다. 러시아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재 독일 총영사관과 러시아내 독일 문화원(괴테 인스티튜드) 지부 폐쇄에 나섰다.

불가리아도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되는 탄약을 생산하는 EMCO의 탄약 저장시설에서 11일 발생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면서 사보타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 체코, 영국 등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유럽 방산업체 시설들도 화재와 폭발, 방화에 직면한 바 있다. 이들 사건 다수는 사보타주로 추정된다.

유럽 영공에 군용 드론이 침범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인 벨라루스와 접한 리투아니아에서는 15일 러시아제 드론이 영공을 침범해 나토 임무를 수행하던 이탈리아 전투기가 요격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과 영국, 노르웨이가 지난 봄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 인근 북극해에서 심해 잠수정을 동원해 해저케이블을 무력화하는 비밀 훈련을 하던 러시아 국방부 산하 심해연구총국(GUGI)을 저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나토는 7월 중요 기반시설과 정부기관을 겨냥한 러시아 연계 사이버 공격을 동맹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폴란드는 러시아 드론이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간 국경 인근 열차와 차량을 공격하자 국경검문소에 감시초소와 장벽 등을 설치하고 있다. 폴란드와 발트 3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드론을 가장한 위장공격으로 나토 내부 혼란을 유도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댐과 발전소, 가스시설 등 핵심 인프라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공격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야 칼리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1일 아일랜드에서 열린 EU 국방장관 비공식 회의에서 "러시아는 갈수록 물리적 성격을 띠는 하이브리드 공격으로 유럽을 타격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유럽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기하도록 겁주려고 한다. 그들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우리 자신의 방위에 투자할 것"이라며 "이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저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다만 러시아는 서방의 하이브리드 공격 위협을 부인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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