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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돈줄 끊자니 中까지 겨눠야…트럼프·시진핑 9월 정상회담의 딜레마

등록 2026/09/03 11:30:23

수정 2026/09/03 13:42:24

시진핑 24일 백악관 방문 예정…中은 공식 확인 안 해

G20 의장성명도 중국만 동의 거부

5월 보잉·농산물 약속 미완…후속 회담 합의에 무게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얘기를 나누며 산책하고 있다. 2026.05.15.

[베이징=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 시간)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얘기를 나누며 산책하고 있다. 2026.05.15.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이 이란의 돈줄을 끊겠다며 2차 제재를 확대하면서 이란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24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백악관 회담은 대이란 제재와 대중 관계가 충돌하는 딜레마를 풀기보다 미중 갈등을 관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CNBC는 2일(현지시간) 중국 전문가들과 미국 정부의 발표를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중국 은행 등 금융기관을 제재하면 중국의 보복으로 무역휴전이 흔들리고 미국의 핵심광물 조달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을 사실상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면 대이란 경제압박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시 주석의 방미는 이달 24일로 예정됐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 일정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중국 프로그램 선임국장 크레이그 싱글턴은 이번 회담이 교착을 풀기보다 관리하는 데 그쳐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미중 관계를 신뢰 없이 거래하고 근본적인 타결 없이 안정을 유지하는 관계라고 요약했다.

반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관계가 돈독하며,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미국 내 고임금 일자리를 늘리고 미국 상품의 수출 시장을 넓힐 중요한 합의를 끌어냈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은 화려한 의전과 달리 이란·대만 등 핵심 현안에서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CNBC는 양국이 이번에도 무역휴전을 해칠 조치를 피하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분석했다.

양국이 충돌 확대를 피하려 해도 견해차는 이미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관련해 미 재무부가 공개한 의장성명 각주에는 참석 회원국 가운데 중국만 성명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적혔다.

[사나=AP/뉴시스] 2026년 3월1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열린 집회에서 후티 지지자들이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3.01.

[사나=AP/뉴시스] 2026년 3월1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 열린 집회에서 후티 지지자들이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들고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3.01.

중국은 대외 흑자가 과도하게 이어지는 국가에 내수 소비를 억누르고 수출 의존을 키우는 정책 왜곡을 해소하라고 요구한 10항 등에 동의하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중 양국이 이란 문제에서는 합의할 부분이 많다면서도 중국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정상회담을 가장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변수는 이란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6주 안에 끝날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예정대로 24일 회담이 열리면 전쟁은 7개월째에 접어든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를 전쟁 목표로 내세웠지만 전쟁은 국제 원유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와 항행을 둘러싼 공방에 집중됐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24일 이른바 ‘이란 경제고립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시작했다. 재무부는 디지털 자산·기술·금·항공·해운 등 5개 부문을 새 제재 대상에 포함해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에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혔다. 이란의 자금세탁이나 제재 회피를 돕는 기관은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에도 미국 금융망 접근 제한 등의 불이익을 주는 조치다. 중국 외교부는 국제법상 근거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도 없는 일방 제재라며 즉각 반발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비즈니스·경제 담당 선임고문 스콧 케네디는 미국이 중국과 이란을 동시에 상대하며 어느 쪽을 택해도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로 충돌하는 외교 과제를 쉽게 풀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헤스타크=AP/뉴시스] 2일(현지 시간) 항공 사진에서, 이란이 미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주장한 민간 주택 지붕이 보이고 있다. 이란은 전날 남부 쿠헤스타크에서 결혼식이 열리던 민간 주택이 공격을 받아 4명이 숨지고 5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2026.09.03.

[쿠헤스타크=AP/뉴시스] 2일(현지 시간) 항공 사진에서, 이란이 미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주장한 민간 주택 지붕이 보이고 있다. 이란은 전날 남부 쿠헤스타크에서 결혼식이 열리던 민간 주택이 공격을 받아 4명이 숨지고 5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2026.09.03.

이런 모순은 베선트 장관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제재 작전을 발표하며 “누구도 미국 제재의 범위 밖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왜 발표 당일부터 곧바로 제재를 적용하지 않고 각국에 이란 관련 거래를 중단할 기한을 주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왜 세계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쑨타이이 크리스토퍼뉴포트대 정치학 부교수는 각국에 거래 중단 기한을 주겠다는 베선트 장관의 발언을 근거로 미국 정부가 중국의 주요 금융기관을 즉각 제재하기보다 비공개 협상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싱글턴 선임국장도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주요 은행 제재에 나서기 위한 정치적 문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제재 문턱을 더 높이는 것은 미국 국내 정치다. 시 주석은 11월 중간선거를 6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미국을 찾을 예정이다. 정상회담 기대를 낮추는 이유는 국내 정치뿐 아니다. 지난 5월 정상회담 뒤 백악관이 발표한 합의도 상당 부분 미완으로 남아 있다. 당시 백악관은 양국이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설치하고 중국이 미국산 보잉 항공기 200대를 1차로 구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또 중국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미국 농산물을 연간 최소 170억달러(약 23조1000억원)어치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싱글턴 선임국장은 보잉 항공기 구매와 무역위원회 설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쑨 부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성과는 두 정상이 다시 만날 일정을 정하는 것이라고 봤다. 싱글턴 선임국장은 “양측 모두 정상외교가 상대의 근본 전략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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