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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래 서울대 명예교수 "종이의 시대, 저물지 않았다…플라스틱 대체할 소재"

등록 2026/09/01 11:00:00

국내 제지공학 교수 14명 공동 집필 '제지공정공학' 출간

"인쇄용지 줄었지만 포장용지 증가…친환경·신소재 전환"

"재활용 기술 고도화·에너지 소비 절감이 앞으로의 과제"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이학래 교수가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6.08.31.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이학래 교수가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6.08.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학생들이 제지 산업을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했다가도 '새로운 분야가 여기에서 나올 수 있겠구나'라는 꿈을 갖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30년 넘게 제지 산업을 연구해온 이학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가 국내 제지공학 연구진과 함께 전공 학술서 '제지공정공학: 기초와 응용'을 펴냈다.

1989년부터 서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이 교수는 제25대 한국펄프종이공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2022년 명예퇴직했다. 이번 책은 국내에 제지공학을 다룬 우리말 전문 교재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서울=뉴시스] '제지공정공학: 기초와 응용' (사진=한국펄프종이공학회 제공) 2026.09.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제지공정공학: 기초와 응용' (사진=한국펄프종이공학회 제공) 2026.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이 교수는 "후배 교수들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국문으로 된 교재가 없어 외국 책이나 파워포인트 자료를 활용하고 있었다"며 "국내 교수들이 함께 쓴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는 이 교수를 비롯해 전국 8개 대학 교수 14명이 저자로 참여했다. 이 교수의 제안으로 전국에서 제지공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공동 집필진으로 뜻을 모았다. 지난해 2월 집필을 시작해 6개월 만에 원고가 모였으며, 책이 완성되기까지 총 1년 반이 걸렸다.

"전국 대학에서 (제지 공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교수님들께 제안했고, 메일을 보낸 지 이틀 만에 전부 힘께하겠다고 연락이 왔죠. 참 고마운 일입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이학래 교수가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6.08.31.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이학래 교수가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6.08.31. [email protected]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됐다.

종이의 역사와 개요부터 제지 공정 전반의 원리와 산업 현장에서의 의미, 제지산업을 둘러싼 환경 문제까지 폭넓게 다룬다. 출간에는 무림그룹이 후원했으며, 책은 한국펄프종이공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학회, 업계 등 산학이 협력해서 의미 있는 이정표를 만들어 뿌듯하다"며 "앞으로 이런 협력을 통해 제지 산업이 지속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일상이 된 디지털 전환 시대에도 이 교수는 '종이의 시대'가 저물지 않았다고 본다. 인쇄용지에서 포장재와 친환경 소재로 제지산업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어서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쇄용지 수요는 줄었지만, 포장 분야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앞으로는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소재로서 제지가 중요해질 겁니다. 탈(脫)플라스틱은 세계적인 흐름이며 규제에 따라 점점 천연 소재로 바뀔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친환경 산업의 주자로서 주목받을 수 있는 건 제지 산업이죠."

실제 제지산업의 생산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책에 수록된 '국내 연도별 지류 생산현황'에 따르면 신문·인쇄용지 생산량은 2010년 약 458만t에서 2025년 약 242만t으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포장재로 주로 사용되는 골판지원지는 같은 기간 약 369만t에서 약 564만t으로 약 53% 증가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제지산업 포장용지 외에도 리사이클링이 워낙 잘된다"며 "지속가능한 산업이자 신소재산업으로 전환하는 등 미래 지향적인 내용을 책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제지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이 교수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는 것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재활용을 굉장히 잘하는 나라이지만 관련 기술을 더 고도화해야 한다"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인 만큼 소비량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재활용 원료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노 셀룰로스(나무·식물 세포벽 주성분으로 만든 친환경 소재)처럼 제지 원료를 신소재 원료로 활용해 과거에 없던 특성을 가진 제품을 만드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이학래(왼쪽) 교수와 김진두 아진 P&P 대표가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2026.08.31.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이학래(왼쪽) 교수와 김진두 아진 P&P 대표가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2026.08.31. [email protected]

 이 교수는 이번 학술서를 시작으로 총 5권에 걸쳐 제지 분야 전반을 다룰 계획이다. 이번 책이 제지 공정과 설비를 중심으로 다뤘다면 2권에서는 종이의 물성 등을 화학·물리적 관점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두 번째 책은 내년 여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제지가 이렇게 재밌는 분야였구나', '앞으로 새롭게 할 일이 많구나'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사양산업이라고 여겼던 제지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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