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메인에 뉴시스 채널 추가하기!

비대면 종결 막는다지만…성인 실종자 확인 거부 땐 '속수무책'

등록 2026/08/30 07:00:00

제주 사건 뒤 비대면 종결 금지·31만건 전수점검

법원도 "실종 신고만으론 강제력 근거 없어"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 파문이 이어지는 26일 오전 장미란(37)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경찰이 현장 보존을 하고 있다. 2026.08.26.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제주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 파문이 이어지는 26일 오전 장미란(37)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의 한 야자수 농장에서 경찰이 현장 보존을 하고 있다. 2026.08.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경찰이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를 계기로 대면 안전 확인을 의무화하고 최근 3년간 종결 사건 31만건에 대한 전수점검에 착수한 가운데, 성인 실종자가 확인 자체를 거부할 경우 경찰이 이를 강제할 법적 수단이 없어 현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 법령 체계상 성인 실종자가 신원이나 안전 확인을 거부할 경우 경찰이 이를 강제하거나 신체를 붙잡아 둘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현행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 성인은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경찰청 예규인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 따라 단순 '가출인'으로 분류된다.

해당 예규는 가출인을 발견하더라도 본인이 원치 않으면 보호자에게 현재 소재를 알려줄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숨어 있는 경우 위치 노출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고 성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문제는 실종 의심자가 경찰의 신원이나 안전 확인 자체를 거부하고 자리를 피하려 하는 경우다. 현행 예규에는 이 경우 신원을 강제로 확인하거나 신체를 제지할 별도의 권한이 규정돼 있지 않다.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른 조치에도 별도의 요건이 필요하다. 범죄 관련성이 인정되거나 정신착란·만취 등으로 자신 또는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경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보호조치가 필요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실종 신고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신체를 제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법원 판결을 보면, 2023년 5월 충북 제천역에서는 실종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대상자로 추정되는 여성이 신원 확인을 거부하자 팔과 허리를 붙잡았다가 폭행당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에게 창원지법은 그해 11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여성이 범죄 의심자나 응급구호 대상자가 아니라며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는 이 사건 공무집행과 같은 강제력을 행사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2022년 5월 서울 종로구에서는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길가에서 잠든 남성의 손을 붙잡았다가 폭행당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에게 서울중앙지법은 이듬해 2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성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고 자해나 타해 위험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실종 의심자를 발견하더라도 신원 확인을 강제하기 어려운 법적 한계가 있지만, 경찰청의 최근 대책은 '대면 확인 의무화'에만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최근 제주에서 담당 경찰관이 실종자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허위 종결해 수색이 중단됐다가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된 사태를 계기로 최근 3년간 종결된 실종사건 약 31만건에 대한 전수점검에 착수했다. 오는 11월까지 허위 종결 가능성이 높은 비대면 처리 사건을 중심으로 대상자의 실제 안전 여부와 사건 처리 적정성을 재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함께 마련한 '실종수사팀 운영 쇄신안'에는 전화 통화 등으로 사건을 끝내는 비대면 종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담당 경찰관이 직접 만나기 어려우면 실종자의 현재·추정 소재지를 관할하는 경찰서가 대신 대면 확인하도록 했다.

당사자가 경찰관 대면을 거부하면 행정복지센터나 소방 등 관계기관의 협조를 받아 안전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당사자가 관계기관의 확인까지 거부할 경우 실종 신고만을 근거로 이를 강제할 별도의 수단은 없다. 대면 확인을 어느 수준까지 해야 안전이 확인된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세부 기준도 과제로 남는다.

성인 실종 신고는 해마다 7만건을 웃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가출인 신고는 2022년 7만4936건, 2023년 7만4847건, 2024년 7만1854건, 지난해 7만814건이었다. 지난해 해제 처리된 사건 가운데 931건은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성인 실종 대응의 법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 잇따라 발의됐지만, 발견된 성인이 신원이나 안전 확인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권한까지 담고 있지는 않다. 법안들은 위치정보·통신자료·폐쇄회로(CC)TV 등 이동경로정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수색 단계의 권한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성인의 위치정보를 공권력이 조회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 침해 논란이나 채무자 소재 파악 악용 우려 등도 입법 과정의 과제로 꼽힌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실종 사건 이면에는 납치·감금뿐 아니라 가정폭력, 스토킹 등 다양한 범죄 위험이 얽혀 있을 수 있다"며 "성인 실종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와 위험도별 대응 체계 마련 없이 '대면 확인'만 강조하는 대책은 현장 경찰관들에게 무리한 물리력 행사를 요구하거나 훈시성 지침에 그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자크기 설정

상단으로 이동
로딩중로딩아이콘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