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중대' 제재 10건 중 4건 법원서 발목 잡혀[공정위 강경기조②]
등록 2026/08/31 06:00:00
수정 2026/08/31 06:16:25
주병기 취임 전 '매우 중대' 39건 추적
'매우 중대' 처분 법원 제동 비율 38.5%
2017~2025년 전체 소송 대비 약 60%↑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6.08.26. myjs@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8/26/NISI20260826_0021411467_web.jpg?rnd=20260826114413)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26.08.26.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한 비율이 한기정 전 위원장 때에 비해 7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강한 중대성 판단이 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중대성 등급이 높을수록 경쟁제한 효과와 피해 규모, 관련 매출액과 부과기준율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야 할 공정위의 설명·입증 부담도 커진다.
실제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해 제재한 사건 10건 중 4건가량이 법원에서 처분 일부 이상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뉴시스가 주 위원장 취임 전에 전원회의에서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한 39건의 행정소송 경과를 분석한 결과, 처분 일부 이상이 법원에서 취소됐거나 현재 재판에서 제동이 걸린 사건은 15건이었다.
전체의 38.5%로 10건 중 4건에 가까운 수준이다.
15건 가운데 공정위의 전부패소가 확정된 사건은 4건이었다.
일부패소가 확정된 사건은 7건이었고, 나머지 4건은 최종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하급심에서 시정명령·과징금 일부 이상이 취소됐거나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이 나온 사건이다.
공정위 전체 행정소송과 단순 비교하면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사건에서 법원 제동이 확인된 비율은 약 1.6배였다.
공정위의 2025년도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2025년 확정된 행정소송 902건 가운데 전부승소는 680건, 일부승소는 146건, 패소는 76건이었다.
공정위가 일부승소로 분류한 사건을 일부패소로 환산하면 일부라도 패소한 사건은 222건으로 전체의 24.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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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사건의 현재 제동 비율 38.5%는 이보다 13.9%포인트 높았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SPC 계열회사들이 (주)SPC삼립을 장기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47억원을 부과하고 총수와 경영진, 법인을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0.07.29. ppkj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0/07/29/NISI20200729_0016518352_web.jpg?rnd=20200729120000)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SPC 계열회사들이 (주)SPC삼립을 장기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647억원을 부과하고 총수와 경영진, 법인을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0.07.29. [email protected]
가장 큰 제동이 걸린 사건은 SPC그룹 부당지원 사건이었다.
공정위는 2020년 SPC 계열사들이 SPC삼립에 414억원 상당의 이익을 몰아줬다고 판단해 과징금 647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거래 일부를 부당지원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과징금 산정 기준도 잘못됐다며 과징금 647억원을 전액 취소했다. 공정위가 내린 6개 시정명령 가운데 4개도 취소됐다.
대법원은 2024년 6월 이 판결을 확정했다. 일부 시정명령이 유지됐기 때문에 소송 결과는 공정위 일부패소로 분류되지만, 과징금만 놓고 보면 전액이 무효가 된 사건이다.
이른바 ‘벌떼입찰’로 알려진 호반건설 부당지원 사건에서도 대규모 과징금이 취소됐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공공택지를 총수 2세 회사에 넘기고 입찰신청금을 무상 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열사를 지원했다고 보고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법원은 공공택지를 공급가격으로 전매한 것만으로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입찰신청금 무상대여도 회사별 지원 규모가 크지 않다고 봤다.
이에 과징금 608억원 가운데 365억원이 취소되고 243억원만 유지됐다. 대법원은 2025년 11월 이 판단을 확정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원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4.12.23. km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12/23/NISI20241223_0020638340_web.jpg?rnd=20241223092127)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원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4.12.23. [email protected]
이미 납부된 과징금이 취소되면 공정위는 납부받은 원금뿐 아니라 납부일부터 환급일까지의 이자 성격인 환급가산금도 지급해야 한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2017년부터 2025년 8월까지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은 6247억원이었다. 이와 별도로 지급한 환급가산금도 474억원에 달했다.
과징금 환급액 가운데 행정소송 패소에 따른 금액은 4436억원, 공정위의 직권취소에 따른 금액은 1389억원이었다. 두 사유를 합한 5825억원은 전체 환급액의 93.2%에 해당한다.
중대성 등급에 따라 법률상 증명책임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는 높은 부과기준율과 무거운 과징금으로 이어지는 만큼 처분의 전제가 된 사실과 산정 과정에 요구되는 설명도 많아진다.
대법원도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여부와 액수를 정할 재량은 갖지만, 기초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비례·평등 원칙을 위반하면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처분이 위법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이번 분석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라는 판단 때문에 패소가 늘었다는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확정 사건의 결론에 따라 38.5%라는 비율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과거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사건에서 법원 제동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주병기 체제의 강경 기조에도 과제를 남긴다.
강한 제재를 법원에서도 유지하려면 위반행위의 시장 파급효과와 피해 규모, 관련 매출액의 범위, 부과기준율을 선택한 근거에 대한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원장 혼자서 중대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과징금을 더 크게 부과하는 사건에 대해서 법원이 더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경향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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