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술유용 피해 업체 절반 무대응…공정위 신고 6.6%뿐
등록 2026/07/04 07:00:00
수정 2026/07/04 07:14:24
기술유용 피해 업체 51.6% "조치 안 해"
분쟁조정 14.7%·손배소송 10.3% 그쳐
공정위, 감시관·직권조사·피해구제 강화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원사업자의 기술자료 취득으로 재산상 손해를 봤다고 답한 제조업 수급사업자 중 절반 이상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6.6%에 그쳤다.
기술자료 피해가 발생해도 거래관계 악화 우려나 입증 부담 등으로 피해기업이 직접 신고·소송에 나서기 쉽지 않은 현실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공정위가 기술보호 감시관 도입, 직권조사 확대, 조사인력 확충, 피해구제 기금 조성 등 기술유용 대응 체계 보강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현장 여건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4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재산상 손해가 있었다고 답한 제조업 수급사업자들의 이후 대응 중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51.6%에 달했다.
이어 기타 16.9%, 분쟁조정기관에 분쟁조정을 의뢰함 14.7%,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함 10.3%, 공정위에 신고함 6.6% 순이었다.
용역업 수급사업자의 경우 원사업자의 기술자료 취득으로 재산상 손해가 있었다는 응답은 0.5%였다. 재산상 손해 이후 대응 사례수는 26개였고, 이들 모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건설업 수급사업자는 재산상 손해가 있었다는 응답이 없었다.
기술유용은 실제 거래 과정에서 수급사업자가 제공한 기술자료를 원사업자가 목적 범위를 넘어 사용하거나, 경쟁업체 등 제3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A기업은 수급사업자가 부품 불량 개선 등을 위해 제공한 기술사양변경의뢰 검토요청서를 협의 없이 자사 도면에 반영하고, 해당 제안값이 담긴 도면을 제3자에게 제공해 제재를 받았다.
수급사업자가 불량 감소 등을 위해 자신의 제안값으로 변경해 제조 가능한지 검토를 요청했을 뿐인데, A기업이 취득 목적과 합의된 사용 범위를 벗어나 이를 자사 도면에 사용하고 수급사업자의 경쟁업체인 제3자에게 제공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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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기업은 해외 생산 현지화 과정에서 기존 수급사업자가 현지 진출 제안을 거절하자, 해당 수급사업자의 부품 개발 관련 기술자료를 협의 없이 경쟁 사업자에게 제공했다.
공정위는 납품단가 인하나 협력업체 이원화를 위한 행위가 아니더라도,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동의 없이 제공한 행위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처럼 기술유용 사건은 겉으로는 품질 개선, 부품 개발, 생산 현지화 등 거래상 협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가 원사업자나 다른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구성림 공정거래위원회 전 기술유용조사과장이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방진 부품 1위 기업인 디엔 소속 (주)디엔오토모티브의 기술유용행위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 56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11.25. ppkjm@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11/25/NISI20251125_0021074130_web.jpg?rnd=20251125120000)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구성림 공정거래위원회 전 기술유용조사과장이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 방진 부품 1위 기업인 디엔 소속 (주)디엔오토모티브의 기술유용행위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 56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5.11.25. [email protected]
손해를 입은 이후 절반 이상이 무대응에 머물렀고 공정위 신고 비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는 점은 기술유용 사건의 특성을 보여준다.
기술자료 유용은 피해기업이 원사업자와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 이후 거래단절이나 불이익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입증 부담도 크다. 피해기업은 원사업자가 취득한 자료가 보호 대상인 기술자료인지, 해당 자료가 실제로 사용됐는지, 그 사용이 부당한지, 재산상 손해와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을 설명해야 한다.
공정위가 위법성을 판단해 제재하더라도 피해기업의 손해 회복이 곧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이나 거래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민사소송 등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
공정위가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통해 신고 중심의 대응을 넘어 감시·직권조사·피해구제 체계를 함께 강화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앞서 중소기업 기술보호 감시관 12명을 위촉했다. 기술보호 감시관은 대기업의 기술탈취 혐의 등에 대한 제보 기능을 담당하고, 제보 사항은 수시 직권조사 단서로 활용된다.
벤처기업협회 등에 기술탈취 익명제보센터를 설치해 현장에서 바로 공정위에 제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피해기업이 직접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숨은 피해를 발굴하는 경로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직권조사도 확대된다. 공정위는 기존 연 2회 수준인 기술탈취 빈발업종 수시 직권조사를 연 3회 이상으로 늘린다.
기계, 전기·전자, 자동차 부품 등 업종을 중심으로 기술유용 행위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문성도 보강한다. 공정위는 변리사·기사·기술사 등 분야별 전문인력을 신규 채용해 기술탈취 담당 조사인력을 늘리고, 기술탈취심사자문위원회 분과도 세분화하기로 했다.
피해구제 장치도 대책에 포함됐다. 수급사업자가 기술탈취 등 법 위반으로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공정위 처분을 기다리지 않고 법원에 금지·예방을 청구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가 추진된다.
기술탈취 등 불공정거래 피해자에 대한 피해구제 기금도 마련한다. 공정위 과징금을 재원으로 피해기업에 대한 융자·소송지원과 권익증진 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탈취 사건에서 피해기업이 겪는 가장 큰 현장의 고통은 피해사실이나 손해의 입증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라며 "피해기업의 입증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가해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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