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늘 공동체 작업이었다"…에즈라 컬렉티브, 연대로 직조해 낸 해방의 댄스플로어
등록 2026/06/26 14:26:00
수정 2026/06/26 14:34:24
10월 첫 단독 내한공연…키보디스트 조 아몬-존스 서면 인터뷰
윗세대 유산 물려받아 다음 세대 키우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가르친다' 정신
동료와 친구의 경계 허물고 빚어낸 9월 신보
"세계의 저항과 연대에서 거대한 희망 얻어"
![[런던=AP/뉴시스] 에즈라 컬렉티브(Ezra Collective)](https://img1.newsis.com/2025/03/02/NISI20250302_0000146840_web.jpg?rnd=20250302034144)
[런던=AP/뉴시스] 에즈라 컬렉티브(Ezra Collective)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기쁨은 그저 운 좋게 주어지는 수동적인 감정이 아니다. 슬픔과 체념이 만연한 세계의 밑바닥에서 끝끝내 치열하게 발굴해 내는 윤리적인 결단이다. 영국 재즈 신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고 있는 5인조 밴드 '에즈라 컬렉티브(Ezra Collective·에즈라 콜렉티브)'가 걸어온 궤적은 그 막막하고도 눈부신 진실을 온몸으로 증명해 낸다. 이들에게 음악이란 세상의 비관주의에 침몰하지 않기 위해 쏘아 올리는 가장 뜨거운 저항의 언어다.
2012년 런던의 한 청소년 클럽에서 처음 악기를 맞춘 이들의 행보는 늘 시대의 우울과 맞닿아 있었다. 2019년 정규 1집 '유 캔트 스틸 마이 조이(You Can't Steal My Joy)'를 통해 브렉시트와 청년 세대의 고단함 한가운데서도 결코 삶의 기쁨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코로나19 록다운의 고립을 뚫고 나온 정규 2집 '웨어 아임 멘트 투 비(Where I'm Meant To Be)'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재즈 밴드 최초 '머큐리상'을 품에 안았다. 이어 전작 '댄스, 노 원스 와칭(Dance, No One's Watching)'을 통해서는 타인의 억압적인 시선을 지워내고 춤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를 통해 속박된 신체와 자아를 해방시켰다. 이들의 리듬은 단순한 유희의 도구가 아니라, 무너진 자아를 다시 세우는 단단한 사운드트랙으로 작용해 왔다.
오는 9월 발매를 앞둔 정규 4집 '히어 비코즈 오브 호프(Here Because Of Hope)'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세상의 깊은 고통과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하되, 결국 기쁨이라는 목적지로 나아가기 위해 그 아득한 여정 한가운데 '희망'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다리를 놓는다. 재즈라는 자유로운 뼈대 위에 아프로비트, 힙합, 펑크 등 흑인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정체성을 유기적으로 직조해 낸 이들의 사운드는 고립된 파편으로서의 개인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연대하고 구원하는 '공동체의 사건'을 지향하고 있다.
이 거칠고도 철학적인 그루브가 마침내 서울의 가을밤을 관통한다. 오는 10월8일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을 여는 에즈라 컬렉티브.
드러머이자 리더인 페미 콜레오소(Femi Koleoso)를 비롯해 TJ 콜레오소(TJ Koleoso·베이스), 조 아몬-존스(Joe Armon-Jones·키보드), 이페 오군조비(Ife Ogunjobi·트럼펫), 제임스 몰리슨(James Mollison·색소폰)으로 구성된 이들은 재즈 밴드의 정형화된 턱시도를 미련 없이 벗어 던지고,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무대 위를 누비며 날것의 진실을 뿜어낸다.
지난달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열린 '서울 재즈 페스티벌(서재페) 2026'에 출연한 아몬-존스가 팀을 대표해 서면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타인의 잣대가 아닌 온전히 자신만의 춤을 춘다는 것, 그리고 비관할 이유가 넘쳐나는 시대에 끝내 희망을 발명해 낸다는 것의 의미를 물었다. 다음은 아몬-존스와 나눈 일문일답.
-재즈 클럽의 엄숙함을 깨고 글래스턴베리 같은 뜨거운 무대를 만들어왔습니다. '첫 내한'이라는 이 낯선 시공간에서, 한국 관객들과 함께 어떤 형태의 '해방감'을 증명해 보이고 싶습니까?
"저희는 매 공연마다 관객들과 교감하고, 춤을 춰도 누군가에게 평가 받거나 판단 받는다는 느낌 없이 자유롭게 몸을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바랍니다. 그런 감각이 만들어졌을 때 가장 좋은 춤과 최고의 분위기가 나오기 때문에, 저희는 매 공연마다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안한 현실 속에서 '기쁨'을 노래하는 것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비관주의에 맞서는 투쟁처럼 보입니다. 데뷔작에서 선언했던 그 기쁨의 의미는 지금 이 시대에 어떤 모습으로 진화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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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희망은 때때로 소셜미디어와 뉴스에 가득한 슬픔과 불확실성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기쁨의 의미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 기쁨을 이루기 위해서는 희망 또한 필요하다는 우리의 이해는 달라졌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것처럼 춤추라(Dance, No One's Watching)'는 이전 앨범의 제목은 의미심장합니다. 타인의 시선을 지우고 춤에 온전히 몰입하는 행위가, 곧 억압된 자아를 회복하는 가장 능동적인 해방이라고 믿습니까?
"네, 인생에서 하는 대부분의 창의적인 일들은 창작자가 아무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고, 촬영하고 있지 않다고 느낄 때 특별한 에너지를 지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개인적이고 자유로운 감각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고 있을 때조차도 그런 감각을 유지하는 연습을 많이 할수록, 창작을 통해 느끼는 진정한 기쁨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비 로드 스튜디오로 가족과 친구들을 불러 모아 파티처럼 앨범을 녹음했었죠. 음악을 고립된 창작물이 아닌 '공동체의 사건'으로 바라보는 이 방식이, 밴드의 사운드와 질감을 어떻게 바꿔놨다고 생각합니까?
"음악은 역사적으로 언제나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온 작업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완전히 혼자서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컴퓨터가 등장한 지난 20년 정도에 와서야 가능해진 일이고, 그 이전에는 언제나 팀이 필요했습니다. 녹음 세션 역시 라이브 공연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팀이 조화를 이루며 함께 작업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밴드로서 우리의 공동체를 이러한 공간으로 초대해 그 순간들을 함께 경험하고, 그 경험이 펼쳐지는 과정 자체를 함께 만들어가려고 노력합니다."
![[런던=AP/뉴시스] 에즈라 컬렉티브(Ezra Collective)](https://img1.newsis.com/2025/03/02/NISI20250302_0000147883_web.jpg?rnd=20250302082136)
[런던=AP/뉴시스] 에즈라 컬렉티브(Ezra Collective)
-세계적인 투어 일정 중에도 틈틈이 청소년 클럽으로 돌아가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들었습니다. 받은 것을 다음 세대에게 돌려주는 이 연대의 순환이, 에즈라 컬렉티브의 음악을 지탱하는 가장 본질적인 태도입니까?
"네, 물론입니다. 저희 모두는 윗세대가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 재즈를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첫 공연을 할 기회를 만들어준 덕분에 지금의 저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역시 다음 세대를 위해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치 원 티치 원(Each one teach one·한 사람이 한 사람을 가르친다)'이라는 정신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재즈 밴드 최초 머큐리상 수상'이라는 거대한 성취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이미 다음 앨범의 작곡을 마쳐뒀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외부의 쏟아지는 찬사 속에서도 예술적 순수성을 잃지 않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저는 개인적으로는 외부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칭찬이든 비판이든, 그것이 사람들이 자신의 정신에 충실한 음악을 만드는 데 정말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친구들에게서 받는 칭찬이나 비판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외의 것들은 가능한 한 흘려보내려고 합니다."
-곡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듣는 이를 거대한 댄스플로어 한가운데로 이끄는 구성을 즐겨 사용합니다. 무대 위에서 폭발하는 찰나의 에너지를, '앨범'이라는 기록 매체에 생생하게 이식하기 위해 어떤 치열한 과정을 거쳤습니까?
"사실 시행착오의 과정이었습니다. 앨범을 녹음하는 일과 라이브 공연을 하는 일은 서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지금은 녹음을 할 때 녹음 과정 자체에 훨씬 더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드럼 사운드를 어떻게 만들지, 어떤 공간에서 녹음할지 같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씁니다. 그리고 라이브 관객 앞에서 곡을 녹음하는 것은 녹음 과정이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라고스의 '뉴 아프리카 슈라인'에서 펠라 쿠티의 무대를 밟고 곡 '아잘라(Ajala)'를 완성했습니다. 아프로비트의 영적인 기원으로 향했던 그 여정은, 에즈라 컬렉티브의 음악적 서사에 어떤 결정적 흔적을 남겼습니까?
"정말 아름다운 여행이었고, 저는 그 경험을 평생 소중히 간직할 것입니다. 마치 뉴욕에서 재즈를 연주하거나 브라질에서 삼바를 연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우리가 연주하는 음악의 진정한 고향에 도착한 것 같았기 때문에, 매우 겸손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처음 그곳에 갔을 때는 사람들이 저희를 거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도 겸손해질 수 있었습니다. 자아를 다스리기에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죠!"
-멤버 각자의 솔로 활동에서 보여주는 개성도 뚜렷하지만, 다섯 명이 모였을 때의 시너지는 압도적입니다. 강력한 자아를 가진 개인들이 서로를 잃지 않고 완벽한 연대를 이뤄내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제게는 솔로 활동이 언제나 에즈라 컬렉티브에 제 자아를 너무 많이 가져오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음악을 발표하고, 음악적으로 떠오르는 특정한 아이디어를 끝까지 발전시켜 완성할 수 있는 저만의 솔로 활동이 있기 때문에, 에즈라의 음악에 대한 제 의견과 다른 멤버들의 의견 사이에서 균형을 훨씬 더 쉽게 맞출 수 있습니다. 다섯 명이 각자 한 곡에 대해 자신만의 의견을 가지고 있다 보면, 그 의견들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디어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밴드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재즈 밴드가 정장을 입을 필요는 없다'는 선언은 꽤 도발적입니다. 턱시도를 벗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무대를 뛰어다닐 때, 비로소 관객에게 전달되는 '날것의 진실'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저희는 원래 정장을 입고 연주하는 것이 편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신체적으로도 정장은 움직임을 제한하기 때문에, 덥고 땀이 많이 나는 공연에서 입기에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느껴집니다."
-비싼 피처링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오랜 시간 삶을 나눈 친구들을 앨범에 초대해 왔습니다. 여러분에게 '우정'과 '공동체'는 단순히 관계를 넘어, 음악을 완성하는 필수적인 미학적 기준표입니까?
"네, 컬래버레이터들과 친구의 경계는 정말 매우 모호합니다. 그리고 저희는 바로 그런 관계를 좋아합니다!"
![[런던=AP/뉴시스] 에즈라 컬렉티브(Ezra Collective)](https://img1.newsis.com/2025/03/02/NISI20250302_0000147526_web.jpg?rnd=20250302065710)
[런던=AP/뉴시스] 에즈라 컬렉티브(Ezra Collective)
-'모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춤의 깊이를 경험하게 하고 싶다'고 했죠. 여러분이 세상 곳곳에 세우려는 이 '댄스플로어'는 현실의 슬픔을 잊게 하는 도피처입니까, 아니면 새로운 힘을 얻어 현실을 돌파하게 만드는 해방구입니까?
"둘 다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공연의 댄스플로어는 하루의 걱정을 잊기 위해 춤을 추는 사람들, 혹은 기쁜 순간을 춤으로 함께 축하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정말 아름다운 일이죠!"
-폭발적인 곡들 사이에서 템포를 늦추고 여유로운 호흡을 보여주는 곡들이 존재합니다. 뜨거운 환희로 가득한 디스코그래피 이면에, 이토록 단단하고 인내심 있는 트랙이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재즈 뮤지션으로서 저희는 항상 연주의 이런 측면을 살아 있게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하고 느린 음악이라도 강렬할 수 있고, 기쁨을 줄 수도 있으며, 사람들을 힘껏 춤추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실제 음량이나 템포가 아니라, 그 음악에 담긴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밴드가 된 지금, 여러분의 음악이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들에게 가닿아 위로와 용기가 되기를 원합니까?
"그것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요."
-세상의 깊은 고통과 슬픔을 직시하면서도 새 앨범의 최종 목적지는 '기쁨(Joy)'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고통과 기쁨을 연결하는 다리를 '희망(Hope)'이라 명명했죠. 비관할 이유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이 희망을 길어 올릴 수 있었습니까?
"전 세계의 모든 저항 운동이 제게 희망을 줍니다. 통제와 억압이 존재하는 곳에는 언제나 저항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엄청난 희망과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파 살리우(Pa Salieu)와 협업한 리드 싱글 '온리 러브(Only Love)'는 웸블리 관객석에서 춤추는 그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감비아의 뿌리를 런던 사운드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살리우가 겪은 고통과 환희라는 두 극단 사이의 아름다운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냈습니까?
"그는 정말 믿기 어려울 만큼 음악적인 사람입니다. 그가 곡을 듣고 보컬을 시도하기 시작하자마자 저는 이 작업이 잘 될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는 사람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정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는 제임스, 이페와 함께 녹음 부스에 있었는데, 마치 원래부터 혼 섹션의 일원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배우 레티티아 라이트(Letitia Wright)의 낭독이 새 앨범 '히어 비코즈 오브 호프(Here Because Of Hope)'의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연주곡 중심의 밴드 음악에 언어와 서사가 직접 개입된 이 방식이, 17곡이라는 거대한 여정 속에서 어떤 철학적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희망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그것이 바로 나침반이고, 그것이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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