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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씽' 심은지 JYP 작곡가 "'트라이앵글' 강동원 보컬, 청량한 청년미 느낌"

등록 2026/06/20 12:41:00

수정 2026/06/20 12:54:37

90년대 가요계 다룬 영화 '와일드 씽', 누적관객 100만 돌파

작품 속 혼성그룹 트라이앵글 '러브 이즈'도 인기

심은지 JYP 퍼블리싱 대표, '러브 이즈' 작사·작곡·편곡 도맡아

"그 시절 감성에 더 가까이 가보려고 했죠"

"엄태구 배우 목소리에 호통 랩 어울리겠다 생각"

"박지현 배우, 연기하듯이 불러 100% 만족"

"제 음악의 근간은 결국 90년대 음악에 있다고 느껴"

[서울=뉴시스] 영화 '와일드 씽'. (사진 = 어바웃필름 제공) 2026.06.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와일드 씽'. (사진 = 어바웃필름 제공) 2026.06.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제작 어바웃필름·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이 20일 오전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1990년대 가요계를 풍미하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재기를 꿈꾸는 이 코미디 영화는, 할리우드 대작들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한국 영화의 저력을 증명하는 중이다. 흥행 축 하나로는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이 직접 부른 극 중 삽입곡 '러브 이즈(Love Is)'가 있다. 뮤직비디오 조회수 400만 회 돌파와 음원 차트 진입이라는 이례적 성과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선 시대적 징후에 가깝다. 극 중 발라드 가수 최성곤(오정세 분)의 '니가 좋아'가 현실 팬덤 '곤듀'를 형성하며 챌린지 열풍을 일으켰듯, 트라이앵글의 '러브 이즈'는 그 시절 혼성그룹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아련하고 풋풋했던 정서를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에 거대한 '마음속의 챌린지'를 불러오고 있다.

"세이(Say) 트-트-트-트라이 앵글!" 무대를 예열하는 투박한 영어 인트로, "설마 너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라며 주고받는 대화체 형식, 그리고 "너를 사랑해 이만큼, 쏟아질 만큼"이라 뱉어내는 직관적인 고백까지. 우리는 종종 90년대식 호통 랩과 강렬한 브라스 연주, 극적인 댄스 브레이크로 점철된 이러한 문법들을 시대가 지난 '클리셰'라 부르며 미학적 갱신의 반대편에 두곤 한다.

그러나 클리셰란 단순한 회피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은 왜 이리 어려운 건지" 묻고 답하던 당대 대중의 가장 뜨거웠던 열망이 시간의 지층 속에 굳어진 '화석화된 진실'이다. 깊은 사유와 정확한 선율의 배열을 통해 그 낡은 형식에 원래의 무게를 되찾아주는 작업은 얄팍한 복고와 결이 다르다. 그렇게 구원받은 클리셰만이, 억눌린 시간과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대중의 가장 보편적인 상처를 가장 정확하게 안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화석화된 진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2026년의 대중을 위로한 주역이 바로, 트라이앵글의 '러브 이즈' 작사·작곡·편곡을 도맡은 작곡가 겸 JYP 퍼블리싱 대표 심은지다. K-팝 산업의 시스템을 다지는 구심력과 글로벌 협업으로 외연을 넓히는 원심력 사이에서, 그는 경영자이자 창작자의 넓어진 시야로 시대의 갈증을 읽어냈다. 촘촘한 현대의 기술로 배우들의 날것 같은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단하는 대신, 다듬어지지 않은 90년대 가요 특유의 생동감을 온전히 남겨두는 방식을 택했다.

"트-트-트-트라이 앵글 어!(Uh!)"라며 20년의 간절함을 호통치듯 터뜨리는 '폭풍 래퍼' 구상구(엄태구)의 호통 랩, "영원할 거라고 (워어어) 계속 될 거라고 약속해 마이 러브"라며 능청스럽게 곡의 중심을 잡는 '댄스 머신' 황현우(강동원)의 청년미, "웃어줘 확신에 찬 너의 얼굴로"라며 멜로디를 눈부시게 견인하는 '절대 매력' 변도미(박지현)의 통통 튀는 보컬. 이들이 빚어낸 거칠고 직관적인 에너지는 최근의 슴슴한 이지리스닝과 다르게 청중에게 고자극의 해방감을 선사한다.

단순한 향수의 자극을 넘어 시대를 관통하는 본질에 집중한 심은지 대표와 서면으로 만났다. 그가 들려준 '트라이앵글'과 '러브 이즈'의 작업기는, "트라이앵글스 인 더 하우스(Triangle's in the house)"라는 호기로운 외침과 함께 지난 시절의 음악이 어떻게 현재의 결핍을 채우고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지에 대한 증명이다.

-90년대 혼성그룹은 남녀의 전혀 다른 목소리가 강렬하게 부딪히는 묘미가 있었습니다. 이런 90년대식 음악이 2020년대 대중에게 다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시나요?

[서울=뉴시스] 심은지 JYP 퍼블리싱 대표.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6.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은지 JYP 퍼블리싱 대표. (사진 =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6.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아무래도 옛 음악에 대한 향수가 아닐까 싶어요. 과거에는 K-팝 이전에 '가요'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 시기의 음악들이 다시 재현되면서 그 감성을 반갑게 느끼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놀면 뭐하니?'의 혼성 그룹 프로젝트 '싹쓰리'에 이어 영화 '와일드씽'의 '트라이앵글' 곡 작업도 맡으셨습니다. 단순히 옛날을 추억하는 것을 넘어, 이런 90년대 감성이 지금 K-팝의 어떤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K-팝은 아무래도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다 보니까 팝적인 감성이나 영어 비중이 높아진 측면이 있고, 그 시절에는 다양한 시장을 동시에 겨냥하기보다는 그냥 한국 리스너들의 귀를 가장 즐겁게 하는 데 집중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댓글에서도 그런 반응들을 꽤 본 것 같은데, 영어로 꽉 찬 음악을 듣다가 한글 가사로 꽉 채워진 곡을 들으니까 오히려 귀가 편하다는 이야기들이요. 오히려 한국적인 멜로디와 언어로 꽉 차 있는 편안함과 익숙함 같은 부분에 목말라 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K-팝 시장은 편하게 듣는 '이지리스닝'이 대세였지만, 다시 예전처럼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극적인 서사가 있는 곡을 찾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유행이라는 게 항상 한쪽으로만 지속되기보다는, 극과 극을 오가며 변화하는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한동안은 슴슴한 맛을 찾았다면, 지금은 다시 고자극의 시대가 온 것 같아요. 저는 최근 음악들은 기승전결도 아니고 전전결결 정도라고 느껴집니다. 하하."

-90년대 댄스곡 특유의 찌르는 듯한 브라스(관악기) 연주와 호통치는 랩은 곡에 엄청난 에너지를 줍니다. 이번 곡 '러브 이즈(Love Is)'에서는 이런 거칠고 역동적인 매력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어내셨나요?

[서울=뉴시스] 영화 '와일드 씽'. (사진 = 어바웃필름 제공) 2026.06.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와일드 씽'. (사진 = 어바웃필름 제공) 2026.06.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딱히 현대적으로 풀어내려고 의도하진 않았고 오히려 그 시절 감성에 더 가까이 가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잘 쓰지 않는 호통 랩이라든지, 특별한 의미 없이 반복되는 영어 랩 같은 것들, 그리고 당시 곡에서 자주 쓰이던 라임들을 일부러 찾아보면서 가져왔거든요. 곡에 거칠고 직관적인 느낌이 살아있다면 그건 노린게 맞습니다. 하하. 그리고 엄태구 배우님의 목소리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호통 랩이 가장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그 방향으로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보고, 그 톤을 기반으로 랩 레슨을 받아 볼 것을 제안 드렸어요."

-보컬 없이 강한 비트와 춤만 보여주는 '댄스 브레이크'는 90년대 댄스곡의 필수 요소였습니다. 보는 음악의 시초격인 당시의 작법이, 지금의 퍼포먼스 중심 숏폼 K-팝 트렌드와 어떻게 맞닿아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는 예전만큼 많지는 않지만, 한동안은 K-팝에서도 브리지 부분에 꼭 댄스 브레이크가 들어갔잖아요. 지금도 결국은 댄스 챌린지를 할 수 있는 포인트 구간을 만들어서 숏폼이나 릴스에서 자주 재생되도록 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 점에서 90년대와 지금이 꽤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그때는 정말 춤이 주력인 멤버들이 돋보이도록 하는 역할이 컸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따라 하고 유행할 수 있는 구간을 만드는 데 더 초점이 맞춰져 있죠. 방식은 조금 달라졌지만, 음악을 듣는 것뿐 아니라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흐름인 것 같습니다."

-전문 가수가 아닌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배우 님이 직접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신선한 목소리를 조합해, 90년대 혼성그룹만의 독특한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내셨나요?

"이 곡을 작업하면서 오랜만에 예전에 즐겨 듣던 90년대 플레이리스트들을 다시 들어봤는데요. 막상 들어보니 지금 기준으로는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들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편집이나 녹음도 지금처럼 촘촘하지 않았고, 그 시대만의 자연스러운 생동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배우분들과 작업할 때도 너무 전문 가수처럼 들리게 만드는 건 오히려 피하려고 했습니다. 지금의 기술력이면 가능한 부분도 굳이 편집으로 바꾸지 않고 그때 느낌대로 뒀어요. 배우분들이라서 그런 풋풋한 느낌이나 자연스러운 개성이 더 잘 살아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엄태구 배우의 랩은 극 중 '상구'가 20년간 억눌렀던 감정을 터뜨리는 도구입니다. 기교보다는 감정이 중심이 되는 이 '연기하는 랩'을 디렉팅하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나요?

"원곡 버전이랑 콘서트 버전이 달라서 각각 따로 녹음을 진행했어요. 이 장면 자체가 20년 넘게 눌러왔던 감정이 터지는 순간이라, 음원만으로도 그 간절함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콘서트 버전은 엄태구 배우님이 직접 랩을 쓰신 부분이라 전체적으로 크게 디렉팅을 하기보다는, 상황 안에서 감정이 최대한 잘 살아나도록 같이 많이 상의하면서 진행했어요. '간절함'이 얼마나 진하게 전달되느냐에 집중해서요. 마지막에 열창하다가 목이 쉬면서 삑사리처럼 터지는 절규 랩은, 엄태구 배우님의 아이디어였는데 오히려 그게 그 장면의 감정을 완전히 완성시켜준 포인트였습니다.

[서울=뉴시스] 영화 '와일드 씽'. (사진 = 어바웃필름 제공) 2026.06.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와일드 씽'. (사진 = 어바웃필름 제공) 2026.06.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90년대 댄스곡 특유의 멜로디와 박지현 보컬의 균형을 어떻게 이끌어내셨는지요?

"전반적으로 박지현 배우님 파트는 연기하듯이 불러주셨으면 했는데, 그 부분은 정말 100% 만족스러웠습니다. 후렴구에선 상큼하고 청량한 느낌을 원했고, 프리코러스에서는 노래인지 대사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랩이 필요했어요. 사실 그 자연스러움이 너무 어려운거라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기도 했는데, 배우님이 그 미묘한 톤을 너무 잘 살려주셔서 녹음하면서 굉장히 만족했습니다."

-능청스러우면서도 순수한 매력이 있는 강동원 배우의 목소리는 '트라이앵글'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곡의 균형을 잡아주나요?

"정확하게 들으셨어요. 하하. 사실 극 중 캐릭터가 댄스머신이기도 해서, 보컬에 엄청난 기교나 힘을 주기보다는 조금 더 청량하고 청년미 있는 느낌을 원했어요. 곡 안에서는 박지현 배우님의 통통 튀는 보컬과 엄태구 배우님의 진한 랩 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기대했고요. 강동원 배우님이 곡의 중심을 잡아주는 보컬이었으면 했는데, 특히 벌스 부분에서 제가 생각했던 청년미 넘치는 보컬을 정말 잘 살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나 캐스터네츠 1기였는데", "기억난다. 그때 쿨이랑 1위 후보였는데 아깝게 졌잖아" 등의 가상 반응들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반응을 어떻게 보시고, 이런 누리꾼들의 반응이 창작과 영감에 어떻게 도움을 주나요?

"저도 그 댓글들 봤는데 너무 재밌고 신박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예전에는 없던, 일종의 세계관 같은 반응들이 생기니까 '아예 그때의 가수들과 지금이 같이 존재하는 세계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도 하게 됐어요. 한 무대에 같이 서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비록 가상의 이야기지만 말 그대로 세계관이 대통합 된 느낌이랄까요.

-90년대 K-팝이 해외 장르를 한국식으로 받아들이는 시기였다면, 지금은 반대로 전 세계에 K-팝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대한 변화가 작곡가님의 작업 방식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서울=뉴시스] 영화 '와일드 씽'. (사진 = 어바웃필름 제공) 2026.06.2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와일드 씽'. (사진 = 어바웃필름 제공) 2026.06.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작가들에게 직접 DM을 보내거나, 저희가 해외로 송캠프를 가는 등 찾아가는 느낌이 강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해외 작가들이 한국으로 와서 세션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최근 몇 년 사이 K-팝의 위상이 한 번 더 높아졌다는 걸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어요. 실제로 해외 유명 작가들의 한국 방문도 훨씬 잦아졌고, 온라인으로도 어렵지 않게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됐어요. 그러다 보니 제 작업 방식도 굉장히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혼자 작업실에서 A부터 Z까지 다 해야 하는, 어떻게 보면 조금 외로운 작업이었다면 지금은 협업의 시대가 된 것 같아요. 한국 안에서 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글로벌 협업의 시대로요."

-90년대 혼성그룹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진정한 대중음악이었지만, 팬덤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며 사라졌습니다. 팬덤 중심의 현 K-팝 시장에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아울러 90년대 노래는 물론, 대표님이 참여하신 6년 전 곡인 그룹 '있지(ITZY)'의 '댓츠 어 노노' 같은 명곡은 뒤늦게라도 재조명을 받는 시대입니다. 이렇게 곡이 재발견되는 시대에 작곡가들이 중요하게 가져할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시대를 관통하는 음악을 만들자는 거죠. 말은 쉽지만 사실 제일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요즘은 어떤 곡이 언제, 어떤 계기로 다시 주목받을지 아무도 모르는 시대잖아요. 저도 6년 전 수록곡이 갑자기 역주행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래서 더 중요한 건 음악 외적인 것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음악은 10년 전에도 좋고, 지금 들어도 좋고, 10년 뒤에도 좋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멜로디는 살아남는다'는 생각으로, 포장보다 알맹이인 좋은 곡 자체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현재 JYP 퍼블리싱 대표(경영자)이자 작곡가(예술가)라는 두 역할을 동시에 맡고 계십니다. 행정과 창작이라는 이질적인 역할이 곡을 쓸 때 오히려 시야를 넓혀주는 부분도 있나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행정과 경영 업무가 창작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작곡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곡을 쓰는 시간인데, 회의하고 의사결정하고 사람들을 만나느라 작업 시간이 줄어드는 게 아쉽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좋은 곡을 만드는 것 자체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그 곡이 어떤 아티스트에게 어울릴지, 시장에서는 어떤 음악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 음악이 실제로 어떻게 소비되는지까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게 된 것 같아요. 다양한 작가들과 아티스트, A&R 담당자들을 만나면서 같은 음악을 두고도 정말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걸 많이 배우게 됐어요. 혼자 작업실에만 있을 때는 쉽게 얻기 어려운 경험들이죠. 그런 과정들이 결국 곡을 쓸 때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경영자와 작곡가라는 역할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쪽에서 얻은 경험이 다른 한쪽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주면서 결과적으로는 제 시야를 넓혀준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영화 속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다시 뭉친 것은 과거의 미완성된 꿈을 완성하는 과정 같습니다. 작곡가님 개인에게 90년대의 추억을 2026년의 스크린 위로 되살려낸 이번 작업은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나요?

"제 음악의 근간은 결국 90년대 음악에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러브 이즈'를 작업하면서 그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작업을 준비하면서 예전에 즐겨 듣던 플레이리스트들을 꺼내 들었는데, '내가 이 노래를 정말 좋아했었구나', '이 음악을 들으며 이런 감정을 느꼈었구나' 하는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되살아나더라고요. 음악을 업으로 하기 전,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던 시절의 저도 함께 떠올랐고요. 사실 곡 작업을 해야 하는데 추억에 빠져 몇 시간 동안 음악만 듣고 있던 날도 있었습니다. 하하. 많은 분들이 '러브 이즈'를 들으면서 추억이 소환됐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저 역시 같은 마음으로 이 곡을 만들었으니 모두 영화관에서 같이 느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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