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끝났는데 법이 없다…가상자산 시장의 남은 숙제[가상자산 대전환③]
등록 2026/06/07 10:00:00
원화 스테이블코인·STO 경쟁 본격화에도 입법은 제자리
미국·유럽은 제도화 속도전…국내는 규제 논의만 반복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이스트룸에서 가상화폐 스테이블코인의 규제틀을 마련한 지니어스법에 정식 서명했다. 2025.07.19](https://img1.newsis.com/2025/07/19/NISI20250719_0000498935_web.jpg?rnd=20250719044812)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이스트룸에서 가상화폐 스테이블코인의 규제틀을 마련한 지니어스법에 정식 서명했다. 2025.07.19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을 둘러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은행과 증권사, 가상자산 거래소, 빅테크 기업들은 지분을 섞는 이른바 '혈맹'으로 시장 선점에 나섰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제도는 제자리걸음이다. 미국과 유럽이 가상자산 규제 체계를 빠르게 정비하는 사이 국내 시장은 여전히 입법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1년째 제자리걸음…스테이블코인부터 과세까지 '안갯속'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과제는 제도 정비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섰지만 1년 가까이 뚜렷한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대선 공약으로 공식화된 이후 국회에는 8건이 넘는 관련 법안이 발의됐고 올해 초까지 수차례 토론회도 열렸다.
그러나 실제 입법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역시 법안소위 상정을 추진했지만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쟁점도 여전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할지 비은행까지 허용할지, 준비자산 100% 의무화 여부, 이자 지급 허용 범위, 감독 권한을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가운데 어디에 둘지 등을 놓고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거래소 규제 역시 대주주 적격성 및 지분 제한 수준을 둘러싼 논의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세부 제도를 둘러싼 논란도 남아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올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과의 대규모 가상자산 이전 거래에 대한 보고 의무를 강화하려 했지만 업계 반발에 직면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일률적인 보고 의무 대신 사업자별 자금세탁방지(AML)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반면 FIU는 국내 사업자 간 100만원 미만 거래까지 정보제공의무(트래블룰)를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침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업계에서는 입금 지연과 이용자 불편,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역시 불확실성 요인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한 총 22% 세율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국민동의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일주일 만에 동의자 수 5만명을 넘기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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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경쟁력 확보도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사업 모델은 마련했지만 핵심 블록체인 인프라와 솔루션 상당수를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이거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지적하며 "해외 솔루션에 의존하면 구조적인 비용이 따르며, 시장이 커질수록 상당한 비중의 매출이 기술 라이선스 비용 형태로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면서 "또한 해외 파트너가 정책을 바꾸거나 비용을 인상할 경우, 국내 인프라도 그에 따른 중단 위험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더 근본적인 문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STO 유통 규정, 국내 법인계좌 연동처럼 한국 특유의 규제 환경과 맞물린 영역에서는 글로벌 솔루션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법 만들고 유럽은 시행 중…우리는 논의 단계
반면 해외 주요국은 가상자산 시장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시장구조를 각각 규율하는 법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발행 요건과 준비자산, 공시 의무 등을 규정해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은 가상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구분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권한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해당 법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키자 현지 가상자산 업계는 제도권 편입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아직 상원 본회의와 하원 심의, 대통령 서명 절차가 남아 있지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올여름 법안 통과를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입법 의지를 재확인했다.
유럽은 한발 더 앞서 있다.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가상자산 규제 체계인 미카(MiCA)를 이미 시행 중이다. MiCA는 가상자산 발행과 거래, 수탁, 스테이블코인 등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투명성 강화, 사업자 인허가 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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