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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연두색 번호판'의 취지 지켜야"…수억대 슈퍼카 오너의 자격

등록 2026/06/01 18:41:41

수정 2026/06/01 19:38:23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연두색 번호판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요즘은 최고급차의 외장색과 어울리는 포인트로 꼽히기도 합니다." (수입차 업체 한 딜러)

주말인 지난달 30일 오후 경기도의 한 대형 쇼핑몰에 최저가 2억4000만원의 회색 슈퍼카 한 대가 진입했다.

법인 차량임을 보여주는 연두색 번호판이 눈에 띄었다.

이 차량은 높이 10㎝ 안팎의 과속방지턱을 아슬아슬하게 넘을 정도로 지상고가 낮았는데, 화려한 외양이 주변의 시선을 한데 모았다.

이런 슈퍼카들이 법인 소유를 의미하는 연두색 번호판을 달고 주말·휴일에도 교외를 누비고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법인 명의 차량은 임직원 출퇴근, 출장 등 사무 용도로만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바이어 미팅 등을 명목으로 개인 차량처럼 사용하는 것이 숨은 관행처럼 굳어졌다.

2024년 1월부터는 취득가액 8000만원 이상의 법인 명의 차량에는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 이를 방지하고자 했다.

'화려한 번호판'으로 눈에 띄도록 하자는 시도였지만, 이마저도 고액 자산가의 상징으로 변질됐다.

아이러니하게 일부 슈퍼카 딜러는 이를 마케팅의 기회로 활용했다.

연두색 번호판을 성공한 사업가의 훈장으로 여기는 이들을 대상으로 법인 명의 차량 구매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매 상담 과정에서는 합법적인 절세의 방법이라고 고객들을 안심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명의 구매와 달리, 차량 구매를 위해 8800만원 이상을 급여로 지급받으면 3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같은 방식으로 한정판 슈퍼카를 구매하기 위해 현금 5억원을 확보하려면, 45%의 세율이 적용되는 10억원 이상의 급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한 운행 기록지 작성 방법도 딜러와 구매자 사이에 유통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법인 카드 사용 내역 등과 매칭해 운행 기록부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법인은 슈퍼카 업계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슈퍼카 3사로 불리는 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가 올해 1~4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1억원 이상 차량 중 법인 차량 비중은 평균 62.6%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대중화된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를 제외하면, 2개 사의 신차 중 법인 명의 차량은 4대 중 3대(75.8%)까지 치솟는다.

지난 1월 판매된 페라리(27대)와 람보르기니(21대)의 1억원 이상 차량 중 개인이 구매한 차량은 각 1대씩에 불과했다.

정부는 다시 한번 칼을 빼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법인 명의 차량 사적 사용 문제를 제기했고, 임광현 국세청장이 같은 달 25일 고강도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사주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 된 슈퍼카 사용 현황을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미 한 법인은 36억원을 들여 슈퍼카 6대를 구입해 국세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 차량 중 일부를 회사에 전시했지만, 정작 직원들의 임금은 수년간 동결한 것으로 조사돼 국민적 공분을 샀다.

기존에 있던 슈퍼카 대신 신차를 구매해 사주 일가의 자녀에게 제공한 다른 회사도 세금을 탈루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다.

세무 당국에 적발된 사례가 '일부'를 넘어 수차례 누적되자, 도매금으로 연두색 번호판을 단 슈퍼카에 대한 세간의 인식도 부러움에서 의구심으로 전환하는 양상이다.

슈퍼카 오너들이 스스로 나서 사적 용도의 차량과 업무 용도의 차량을 엄격하게 '법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더 엄격한 '슈퍼카 오너'로서의 자격을 갖출 때, 그 차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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