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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첫 메달 쥔 이제혁 "수많은 응원에 행복"[당신 옆 장애인]

등록 2026/04/11 08:00:00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 동메달

장애로 선수 활동 중단…전환점 된 '2018 평창'

"스노보드, 인생의 지지대…더 많이 봐주세요"

[인천공항=뉴시스] 권창회 기자 = 2026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 스노보드 동메달리스트 이제혁이 1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해단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2026.03.17. kch0523@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 권창회 기자 = 2026 밀라노-코르티나 패럴림픽 스노보드 동메달리스트 이제혁이 17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패럴림픽 해단식에서 박수치고 있다. 2026.03.17.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강진아 기자 = "스노보드를 탈 땐 장애인, 비장애인이 따로 없어요."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패럴림픽 메달을 딴 이제혁(29) 선수는 스노보드 위에선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저 스노보드를 '잘 타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장애인 대회는 물론 비장애인 대회까지 그가 섭렵한 이유다.

그동안 쌓아온 노력은 어김없이 결실을 맺었다. 그는 지난달 8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 장애(SB-LL2) 결선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장애인 스노보드 역사상 첫 패럴림픽 메달이다.

11일 뉴시스와 서면으로 만난 그는 "믿기지 않는 순간"이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두 손이 덜덜 떨렸고,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당시 결승선을 통과할 때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던 그는 경기장을 빠져나와선 그대로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경기장을 나온 후에 지난 4년간 힘들었던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요. 제가 다쳤던 순간부터 비장애인 선수를 하다가 벽을 느끼고 보드를 안 타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등 지금의 이 시간이 있으려고 내 인생이 그렇게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결승전은 출발선부터 긴장감이 팽팽했다. 하지만 그는 출발 직전 평소와 같이 마음을 다잡았다. '이건 준준결승이야. 편하게 하자'고 되뇌는 동시에 머릿속에선 이미 경기 시뮬레이션을 펼치고 있었다. 경기 막판엔 캐나다의 알렉스 매시 선수와 충돌 위기도 있었지만, 중심을 지켜내며 3위를 거머쥐었다.

[세종=뉴시스]이제혁 선수가 지난 3월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파라 스노보드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 장애(SB-LL2) 부문 결선에서 3위를 차지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제혁 선수 제공) 2026.04.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제혁 선수가 지난 3월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파라 스노보드 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 장애(SB-LL2) 부문 결선에서 3위를 차지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제혁 선수 제공) 2026.04.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등 또는 3등으로 출발한다면 2등이고, 4등으로 출발해도 3등을 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초반에 캐나다 선수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다시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당황하진 않았죠. 후반부에 제가 조금 앞서며 그 선수가 당황해 실수가 나온 것 같아요. 그 선수가 넘어지면서 저와 살짝 닿기는 했지만 큰 영향은 없었어요."

새로운 역사를 쓴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수많은 응원을 받은 게 더 행복했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운동을 하고 그에 보답하는 걸 꿈꿨는데, 그걸 실현한 게 너무 행복했다. 특히 코리아하우스에서 다 같이 응원해주는 영상은 아직도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제혁 선수는 본래 학창 시절 비장애인 스노보드 선수로 활동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훈련을 위해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 발목을 다쳤다. 그 부상을 치료하다가 2차 감염으로 인대와 근육이 손상되며 장애를 얻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엔 평소처럼 달리지 못하는 모습에 충격을 크게 받고 학교를 자퇴하기도 했다.

"그래도 보드를 계속 타고 싶어서 노력했어요. 제가 19살에 해외팀에서 배울 기회가 있어서 나갔는데, 그때 깨달았죠. '아, 나는 절대 안 되겠구나.' 그 뒤로 다시는 안 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하지만 그의 인생에 스노보드는 결코 빠질 수가 없었다. 그 전환점이 된 건 2018년 평창 패럴림픽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직접 보게 된 평창 패럴림픽은 그의 심장을 다시금 두드렸다.

[세종=뉴시스]이제혁 선수가 지난 3월8일(현지시간)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 장애(SB-LL2) 결승전에서 외국 선수들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이제혁 선수 제공) 2026.04.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제혁 선수가 지난 3월8일(현지시간)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 장애(SB-LL2) 결승전에서 외국 선수들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이제혁 선수 제공) 2026.04.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평창 패럴림픽에 장애인 스노보드 선수로 해보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도 들었었죠. 쉬다 보니 보드를 타고 싶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어요. 그래도 '내 길이 아니다' 싶었는데, 평창 패럴림픽을 직관하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너무 재밌겠더라고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겠다 싶었어요."

물론 예전 같지 않은 몸 상태는 숙제였다. 그는 장애로 인해 보드를 탈 때 오른쪽 다리만 쓰고 있다. "장애를 얻은 후 왼쪽 발목에 각도가 충분히 나오지 않아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 감각도 없고 근력도 부족해 왼쪽 다리는 걸쳐만 놓고 오른쪽 다리로만 보드를 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넘지 못할 장벽은 없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전국종별스키선수권대회 등 비장애인 스노보드 대회에 출전해 줄줄이 1위를 차지했다.

"제 카테고리의 최상위권 선수들은 비장애인 대회에 많이 나가요. 성적도 좋고요. 그들을 이기려면 저 역시 비장애인 대회에서 잘해야 했어요. 경기 경험뿐만 아니라 제 한계 내에서 최고의 기술을 할 수 있어야 했죠."

선수로서 가장 안타까운 건 동계 종목의 국내 훈련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그는 "동계 종목은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며 "선수들이 보드 크로스를 연습할 공간이 한국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연습 공간이 생겨야 더 많은 선수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뉴시스]지난 3월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 장애(SB-LL2) 부문에서 동메달을 딴 이제혁 선수가 메달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제혁 선수 제공) 2026.04.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지난 3월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 장애(SB-LL2) 부문에서 동메달을 딴 이제혁 선수가 메달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제혁 선수 제공) 2026.04.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그는 "스포츠는 대중들이 봐주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패럴림픽은 재미없어'라는 인식이 많아요. 이번에 '패럴림픽이 너무 재밌었다'는 말을 들을 때 정말 행복했죠. 그리고 장애인들도 장애인 스노보드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겨울에 스노보드 캠프를 자주 열어서 더 많은 장애인들이 스노보드를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4년 후에 그가 알프스 설원을 질주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까. 그는 "훌륭한 코치진과 함께라면 2030년에 더 성장해서 잘 해보고 싶다"며 "2030년 패럴림픽에서는 더 많은 메달이 스노보드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노보드는 그에게 "친구이자 인생의 지지대"다. 장애를 얻고 무너질 뻔했을 때, 스노보드를 다시 타며 자신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 그의 목표는 사실 메달보다 '스노보드의 즐거움을 알리는 것'이다.

"제 목표는 항상 '스노보드를 보는 분들이 재미있게 타자'는 거였어요.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하고 싶었죠. 이번에 준결승, 결승에서 계속 1등을 하는 것보다 역전도 하고 더 즐겁고 뿌듯했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경기이니 다음번엔 더 많은 분이 봐주길 바래요. 스노보드를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탈테니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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