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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세계를 견디는 법…피치트럭하이재커스, 분노의 리듬·지속의 미학

등록 2026/04/08 11:45:00

가장 주목 받는 4인조 포스트 펑크 밴드

이청경(보컬·기타)·이정효(기타)·김규리(베이스)·이세정(드럼) 인터뷰

'2026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

[서울=뉴시스] 피치트럭하이재커스(Peach Truck Hijackers). (사진 = 밴드 제공) 2026.04.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피치트럭하이재커스(Peach Truck Hijackers). (사진 = 밴드 제공) 2026.04.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 산업의 시계가 싱글 단위로 쪼개진 시대, 데뷔작을 정규 앨범으로 밀어붙이는 밴드의 출현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선언이다. 2024년 결성된 4인조 포스트 펑크 밴드 '피치트럭 하이재커스(Peach Truck Hijackers)'는 그 드문 궤적을 당차게 그려낸 팀이다.

멤버 전원이 디자인을 전공한 이들은 작년 11월 셀프 타이틀 정규 1집을 발표하며, 단숨에 '2026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with 카카오창작재단'의 '올해의 신인' 후보에 그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사운드는 "1970년대 후반 뉴욕 펑크와 1990년대 라이엇 걸의 거친 에너지를 호흡하면서도, 이를 무척이나 질서 정연하고 세련된 감각으로 직조해"(김성환 대중음악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 낸다.

기후 재난과 인종차별, 좁혀지지 않는 세상의 부조리를 향한 서늘한 분노가 날 것의 기타 리프와 묵직한 베이스의 퍼즈 사운드 위에서 요동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무거운 절망이 기어코 춤을 추기 위한 리듬으로 치환된다는 점이다. 분노가 단순한 파괴나 냉소로 증발해 버리지 않고, 다음 스텝을 밟으며 삶을 지속하기 위한 '연료'가 될 때 록 음악은 비로소 가장 단단한 무기가 된다.

뒤틀린 세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자신들만의 템포로 나아가는 이청경(보컬·기타), 이정효(기타), 김규리(베이스), 이세정(드럼) 네 명의 뮤지션. 최근 홍대 앞에서 만나 그들의 뜨겁고도 정교한 질주에 관해 물었다.

-음악이 진짜 너무 좋더라고요. 날 것의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요즘 시대에 싱글이나 EP도 거치지 않고 바로 정규 앨범을 내는 게 참 용감하고 멋진데, 그 비하인드가 궁금해요.

이청경 "원래 이렇게까지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냥 자작곡 만들고 공연이나 하자 이랬는데, 계속하다 보니 사람들이 자꾸 음원이 없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이미 곡은 10곡 정도 있었거든요. 이걸 싱글이나 EP로 내려면 곡을 골라야 하는데, 그럼 남은 곡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싶더라고요. 이걸 EP로 내려니까 곡이 분리되는 느낌이라, 낼 거면 그냥 정규로 깔끔하게 내고 다음 스텝을 해보자 이래서 그렇게 됐습니다."

이정효 "저희 성격이 급해서 그래요(웃음)."

-트랙리스트를 보면 유기적으로 얽히는 느낌이 아주 좋아요. 앨범 단위로 들어야 너무 좋은데, 배치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뭐였나요?

이정효 "그 말씀 들으니 '성공했다' 싶네요. 그 부분 진짜 고민 많이 했거든요."

이청경 "곡들을 뭉치로 만들어 놓고 그중에서 가장 어울리는 조합을 찾았어요. 예를 들어 'Fuck You' 뒤에 '뒤틀린 입이라도'가 나오면 잘 어울린다는 식으로요. A사이드와 B사이드처럼 중간에 다섯 곡 단위로 나뉘는 느낌도 줬고요."

-네 분 다 디자인을 전공하셨잖아요. 어릴 때 어떤 꿈을 꿨고, 어떤 음악에 빠져 살았는지 알고 싶어요.

이청경 "어릴 때 아빠가 음악을 엄청 좋아하셔서 집에 CD랑 DVD가 많았어요. 아빠 차에서 틀어놓은 음악을 듣고 자랐죠. 중학교 때 듣던 음악은 컨트리였는데, 토니 프라이스 (Toni Price)라는 테네시 출신 가수였어요. 고3 때는 휴대용 CDP를 들고 다니면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들었는데, 체육 하던 짝꿍이 '청경아 너 뭐 들어?' 하고 듣더니 그냥 돌려주더라고요(웃음). 김밥레코즈 가서 CD를 사기도 했죠. 음악은 고등학교 때 기타 사면서부터 만들었고, 디자인은 만드는 게 재밌어서 직업으로 삼았어요."

[서울=뉴시스] 피치트럭하이재커스(Peach Truck Hijackers). (사진 = 밴드 제공) 2026.04.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피치트럭하이재커스(Peach Truck Hijackers). (사진 = 밴드 제공) 2026.04.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정효 "저는 어릴 때 책을 엄청 좋아해서 많이 읽다가, 중고등학교 때 영화나 드라마 미디어의 영향으로 음악을 만났어요. 뻔하긴 한데 '너바나'를 처음 듣고 거기서 시작했죠. 기타는 2022년 말 교환학생 다녀와서 시작했어요. 청경이가 돌아오면 같이 합주하려고 열심히 배웠는데, 개강 당일에 이 친구들을 만나 갑자기 밴드를 시작해버렸죠. 영화 포스터나 앨범 커버 등 좋아하는 것들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김규리 "밴드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처음엔 록이 원래 시끄러웠거든요. 근데 귀가 언제 한번 트여서 시끄럽지 않더라고요. 2020년부터 베이스를 쳤는데, 그때 전 '레드 제플린'이 사람 이름인 줄 알았을 정도로 완전 근본 없었어요(웃음). 여기서 취향이 확고한 친구들을 만나 취향이 확장됐죠. 피아노, 드럼, 바이올린 다 1년 이상 해봤는데 가성비가 안 좋았어요. 중학교 땐 30만 원 주고 통기타 대신 클래식 기타를 잘못 사서 후회하기도 했고요. 베이스가 밴드 사운드 가운데서 듣기도 좋고 입문하기 쉬워서 정신을 차려 보니 제 손에 베이스가 들려 있었습니다."

이세정 "저는 중학생 때부터 흑인 힙합을 좋아했고, 우연히 YG 아트 디렉터 인터뷰를 보고 앨범 커버를 해보고 싶어 시각디자인학과에 왔어요. 저도 정효처럼 '너바나'를 계기로 그런지 음악을 듣다가 90년대 메탈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고, 그 이후 메탈에 빠지게 됐죠. 메탈 중에서도 프로그레시브 메탈이 가장 인상깊었고, 밴드에서 제 가슴을 뛰게하는건 드럼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청경 씨가 쓴) 가사들이 꽤 진지해요. 기후 재난, 인종차별, 세상의 부조리를 향한 분노 등을 직설적으로 표출하기도 하고요. 사운드와 잘 어울리는데 멤버들의 공감대는 어떤가요?

이정효 "청경이가 가져온 곡들이 인종차별, 기후 재난 등 다 우리가 통틀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가사들이라 딱히 곡 연주할 때 의문을 가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람들도 이걸 쉽게 받아들일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김규리 "제가 문해력이 안 좋아서 가사를 잘 안 듣고 연주했어요. 노래가 워낙 좋았거든요. 그러다 정규 내기 전에 청경이를 앉혀두고 가사 해석 '청문회'를 한 번 열었죠(웃음). 이 뜻 좀 알려달라, 백그라운드가 궁금해서 꼬치꼬치 물었어요. 알고 나니까 사운드랑 더 잘 어울린다고 느꼈어요."

이세정 "저도 가사 모르는 부분이 많았어요. 청경이에게 곡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들었을 때 정말 많이 공감됐고 덕분에 곡에 대한 이해도도 한층 높아졌어요. 여기에 제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정까지 더해지면서, 각 곡마다 어떤 태도와 사운드로 접근해야 할 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어요."

이청경 "가사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쓰다 보니까 대부분 영어로 써졌어요. 나름 남들이 듣겠지 싶어 공들여 쓰는데, 잘 안 들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안 들어주면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으로 씁니다."

-앨범의 10곡은 기후 재난, 부조리한 현실, 뒤틀린 세계 속의 생존 본능을 다룹니다. 이 무거운 담론들을 굳이 '춤출 수 있는 리듬' 위에 실어 보낸 이유는 무엇입니까? 절망 속에서도 스텝을 밟아야만 하는 인디 록의 숙명 같은 것인가요?

이청경 "부조리한 현실에서 절망을 해봤는데 바뀌는 건 없고 우울증만 오더라고요. 좌절해서 가만히 있으면 그들이 이겨버리니까 춤이라도 춰서 분노를 지속할 힘을 얻어야 합니다."

-'Fuck You!'나 '컴프레스드 어노이언스(Compressed Annoyance)'처럼 분노를 직설적으로 분출하는 곡들이 많습니다. 멤버들이 생각하기에 록 음악에서의 '분노'는 단순한 파괴입니까, 아니면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연료'입니까?

이청경 "파괴는 결국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70년대 뉴욕 펑크나 라이엇 걸 느낌도 나는데, 사운드가 참 세련됐어요. 레퍼런스를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니라 한국에 잘 녹아있는데, 믹싱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게 있나요?

[서울=뉴시스] 피치트럭하이재커스(Peach Truck Hijackers). (사진 = 밴드 제공) 2026.04.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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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효 "옛날 시대 음악을 들었지만 굳이 그때 기술력까지 느껴지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2025년에 나온 세련된 스튜디오 앨범을 만들고 싶었죠. 믹스해주신 김병규(세이수미) 님과 소통을 많이 했는데,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셔서 편했어요."

김규리 "제 심장에 '로열 블러드'가 살기 때문에 베이스에 퍼즈(Fuzz) 사운드를 엄청 요구했어요. 청경이의 의도를 내가 망치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나중에 보니 이 4명이 각자의 고집을 팽팽하게 잡아당겨서 낸 긴장도 높은 결과물이더라고요. 아무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이세정 "처음 앨범 레퍼런스는 제가 먹던 음악이 아니었어요. 제가 선호하는 사운드와 레퍼런스의 방향성이 조금 달라 처음엔 혼란스러웠는데, 서로 조율하고 계속 듣다 보니 그 방향이 맞다는 걸 깨달으며 적응이 됐습니다."

이청경 "부산 할아버지댁에서 밥 먹고 녹음하며 여름방학처럼 보냈어요. 믹싱할 때 저희가 버벅거리며 '이거 쪼끔 키워주세요' 하니까 병규 님이 '3데시벨 정도 키워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법을 가르쳐주셨죠. 뜻밖의 믹싱 포인트들도 멋지게 만들어 주셨고요."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후보 오르신 것 축하해요. 요즘 인디 신 지원이 줄어 아쉬운데, 멤버들이 생각하는 '인디펜던트'의 기준은 뭔가요? 팬덤 이름도 아직 안 정하셨고요.

이청경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제약 없이 할 수 있느냐가 기준인 것 같아요."

김규리 "규모가 커지려면 도움은 무조건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변질될 수도 있겠지만 계약서를 잘 쓰면 되겠죠(웃음)."

-앞으로의 계획이나 가고 싶은 공연장이 있나요? 홍대 롤링홀을 시작으로 예스24 라이브홀, 노들섬, 고려대 화정체육관, 장충체육관, 그리고 케이스포돔(체조경기장)까지 이어지는 트랙이 있는데요.

이정효 "저는 디엠지(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에 너무 가고 싶어요. 제 20살 첫 페스티벌이었고 지금도 매년 캠핑하러 가거든요. 그리고 밴드 이상으로 디자인 스튜디오처럼 작동하게 만들고 싶어요. 대만 아트페어에 나갔던 것처럼 '모임별' 같이 외주도 받고 출판물도 내고요."

이세정 "아시안 팝 페스티벌 출연을 시작으로 더 넓게 가고 싶고요. 나중에 건물을 하나 사서 각 층마다 다양한 문화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복합 커뮤니티 공간을 꿈꿔요. '신도시'처럼요."

김규리 "저는 현재 '취준'의 난에 직면해 있지만(웃음), 디자이너로서 하고 싶은 일과 밴드의 밸런스를 찾는 게 개인적 목표입니다."

이청경 "개인적으로 피치트럭에 안 어울리는 곡들을 빼놓은 게 있어요. 그걸로 청키 앤 더 핑크 노이즈(Chunky and The Pink Noise)라는 솔로 프로젝트를 열심히 준비해서 앨범을 내보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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