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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테러 수장 사임 후폭풍…이란전 '명분 논란' 확산

등록 2026/03/18 11:29:43

수정 2026/03/18 13:24:23

조 켄트, 이란전 반대하며 사임…"임박한 위협 없었다"

트럼프 측 "모욕적인 주장"…행정부 내부 균열 표면화

[포틀랜드=AP/뉴시스]조 켄트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장이 2024년 10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한 의회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2026.03.18.

[포틀랜드=AP/뉴시스]조 켄트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장이 2024년 10월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한 의회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2026.03.18.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최고 대테러 책임자가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하며 전격 사임하면서, 전쟁의 정당성을 둘러싼 내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 켄트 미국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17일(현지 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성명서를 올리고 "깊은 고민 끝에 오늘부로 국가대테러센터 국장 직에서 사임하기로 결정했다"며 "나는 양심상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란 공격 작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당국자가 전쟁에 반대하며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특히 켄트는 두 차례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는 트럼프 충성파로 알려져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7월 상원 인준을 통과해 대테러·대마약 정책을 총괄해 왔다.

그는 미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출신으로 11차례 전투 파병 경험을 가진 인물이며, 미 중앙정보부(CIA) 준군사 조직에서도 활동한 경력을 지닌 안보 전문가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산하에서 근무하며, 행정부 내에서 비개입주의 성향으로 분류돼 왔다.

켄트는 "이란은 미국에 임박한 위협이 되지 않았다"며 "행정부(트럼프 2기) 초기에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와 미국 언론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플랫폼을 완전히 훼손하고, 이란과의 전쟁을 조장하는 잘못된 캠페인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국민에게 아무런 이익도 없고, 미군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도 없는 전쟁에 다음 세대를 보내는 것을 지지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경로를 수정해 국가를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다. 모든 카드는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촉발한 전쟁으로 아내를 잃었다"며 "다음 세대를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전쟁으로 내몰 수 없다"고 말했다. 켄트는 2019년 시리아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군 복무 중이던 배우자를 잃은 바 있다.

켄트의 사임으로 그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내에서 이란 공격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첫 고위관료로 기록됐다. 특히 정보기관 핵심 인사가 전쟁 명분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을 먼저 공격할 것이라는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을 포함한 외부 영향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은 모욕적이고 우스꽝스럽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켄트에 대해 "좋은 사람이지만 안보에는 미흡했다"며 "그의 사임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켄트의 발언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논쟁을 촉발했다.

BBC에 따르면 미국의 반유대주의 감시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켄트의 주장에 대해 "이스라엘과 언론이 전쟁을 유도했다는 주장은 오래된 반유대주의적 고정관념을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인 미국 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도 소셜미디어에 ADL의 입장문을 공유하며 동의했다.

진보 성향의 친이스라엘 옹호 단체인 J 스트리트의 고위 관계자인 일란 골든버그는 켄트의 성명서를 "최악의 반유대주의적 관념을 이용한 추악한 내용"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일부 외신과 보수 진영에서는 켄트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 성향의 언론인 터커 칼슨은 뉴욕타임스(NYT)에 "그는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인물 중 하나"라며 "최고 수준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내려놓고도 소신을 밝혔다"고 평가했다.

NYT는 "켄트의 사임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직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으며, 대통령과 뚜렷한 정책적 차이를 표명하며 사임한 고위 지도자는 없었다. 공화당 연합 내에 새로운 분열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소속인 마크 워너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은 "켄트의 말이 맞다. 미국이 중동에서 또 다른 자의적인 전쟁에 서둘러 뛰어들도록 정당화할 만큼 이란으로부터 임박한 위협이 있다는 믿을 만한 증거는 없었다"고 옹호했다

한편 국가정보국장이자 켄트의 상사인 털시 가바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대통령은 모든 정보를 검토한 뒤 이란이 임박한 위협이라고 판단했다"며 "정보기관은 그 판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임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이견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란전의 명분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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