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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밀릴까 불안…'블루칼라'로 눈 돌리는 청년들[현장]

등록 2026/10/24 09:00:00

'AI發 노동 대체' 불안에 기술직 관심

직종별 자동화 가능성 천차만별 주의

"근무 여건, 적성 등 신중히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김혜림 인턴기자 = 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 기술교육원 북부캠퍼스에서 도배 실습수업이 진행중인 모습. 2026.10.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혜림 인턴기자 = 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 기술교육원 북부캠퍼스에서 도배 실습수업이 진행중인 모습. 2026.10.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김혜림 인턴기자 = "기업 인사팀에서 일하다가 5개월 전에 퇴사하고 기술 교육을 받고 있어요. 일하면서 챗지피티나 클로드를 많이 활용했는데 사용하면 할수록 '앞으로 인공지능(AI)에 끌려가겠다'는 걱정이 들었거든요. AI가 대체할 수 없는 기술을 익혀야겠다는 생각에 진로를 과감히 틀었습니다."(도배사 교육을 수강 중인 31세 오솔미 씨)

24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이 청년들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현장 기술직으로 전향하거나 취업을 앞두고 도배 등 기술을 배우려는 청년들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다만 생산·시공 등 현장 노동 중심의 '블루칼라'라고 해서 AI의 대체 위험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직종별 자동화 가능성과 실제 작업 환경, 자신의 적성 등을 고려해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15일 찾은 서울 노원구 서울시 기술교육원 북부캠퍼스에서는 도배 실습수업이 한창이었다. 수강생 12명이 참여한 이번 강좌는 15~3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특화 과정이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수강생들은 강사의 초배 작업 시연을 지켜봤다. 각자 도구 주머니를 맨 모습이 실제 작업 현장을 방불케 했다. 강사는 시공 순서와 도구 사용법, 현장에서 필요한 요령을 차례로 설명했다.

시연이 끝나자 수강생들은 2인 1조로 짝을 지어 실습에 나섰다. 솔에 풀을 묻힌 뒤 무릎 높이의 발판에 올라 천장에 초배지를 붙였다. 한 손으로 초배지를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는 꼼꼼히 솔질하느라 수강생들의 이마엔 땀이 맺혔다.

이날 수업에서는 초배지 붙이기와 천장 띄움 작업 등을 실습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지는 빼곡한 수업 일정에도 수강생들은 작업에 집중했다.

이 과정은 이달 시작한 6주간의 단기 과정이다. 서울시 기술교육원은 청년층의 첫 취업과 직무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도배사·타일·지게차운전·시스템에어컨 유지관리·소방기계안전관리·용접사 등 6개 과정을 마련했다.

수강생 송가은(23·여)씨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AI 활용이 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며 "불확실성이 낮은 진로 방향을 고민하다가 도배 수업을 들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원래 몸을 움직이는 일을 좋아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해 10월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국제 공구 및 스마트 용접 자동화전에 다양한 용접용 마스크가 전시돼있다. 2025.10.28. mangusta@newsis.com

[고양=뉴시스] 김선웅 기자 = 지난해 10월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국제 공구 및 스마트 용접 자동화전에 다양한 용접용 마스크가 전시돼있다. 2025.10.28. [email protected]

교육원 밖에서도 기존에 하던 일을 접고 현장 기술직으로 진로를 바꾼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23년부터 도배사로 일하고 있는 황모(29·여)씨는 원래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다가 코로나19 유행 당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보고 현장 도배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황씨는 "기술직종은 AI에 대체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고 생각한다"며 "작업 현장마다 벽 상태나 필요한 밑 작업이 전부 달라 매번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필름을 시공하는 김모(29·여)씨는 과거 일러스트 디자인 업무를 했다. 김씨는 "일을 하던 중 챗지피티가 그림을 몇초 만에 '딸깍' 완성해 주는 것을 보고 '머지않아 AI에 일자리를 내줄 수 있겠다'는 걱정이 들어 직무를 전환했다"고 말했다.

블루칼라 직무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5월 채용 콘텐츠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0%는 ‘연봉 7000만원 교대근무 생산직’과 ‘연봉 3000만원 야근 없는 사무직’ 중 생산직을 선택했다. 이는 전년의 같은 조사보다 2%포인트(p) 높아진 수치다.

블루칼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높은 연봉’(66%)이 가장 많았다. ‘기술 보유로 해고 위험이 낮아서’(8%), ‘야근·승진 스트레스가 덜해서’(8%)가 뒤를 이었다.

해외 조사에서도 숙련 기술직의 고용 안정성을 높게 평가하는 인식이 나타난다.

미국 기술직 종사자용 소프트웨어 기업 '심플리와이즈'가 지난 5월 18~29세 114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2%는 'AI 시대에 숙련 기술직이 사무직보다 안전하다'고 답했다. 가장 선망하는 진로는 기술직(30%)이 1위에 올랐고, 학계·전문직(12%), 기업 직장인(12%), 기술·AI 분야(10%)가 뒤를 이었다.

일본의 인재 서비스기업 '레바레지즈'가 지난 3월 블루칼라 종사자 72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명 중 1명(20.4%)은 화이트칼라 출신이었다. 블루칼라를 선택한 이유로는 'AI에 대체되기 어렵다는 안정감이 있어서'(14.5%)와 '인력 부족으로 이직할 곳 걱정이 없을 것 같아서'(13.1%)라는 응답이 상위에 올랐다.

이승협 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통상 사무관리직종의 임금 수준이 높았으나, AI가 많은 업무를 대체하면서 양질의 사무직 일자리가 줄고 있다"며 "반면 생산 기술직은 임금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진로를 선택하는 청년들의 시야가 넓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지난 6월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2기 출범식에서 한국 스타트업 RLWRLD 로봇 AI 'RLDX-1‘이 제품포장을 시연하고 있다. 2026.06.19.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지난 6월 1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2기 출범식에서 한국 스타트업 RLWRLD 로봇 AI 'RLDX-1‘이 제품포장을 시연하고 있다. 2026.06.19. [email protected]

다만 이러한 관심이 실제 취업이나 직무 전환의 확대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최종학교 졸업자 중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비중은 5.8%로 전년과 같았다.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비중은 7.2%에서 6.8%로 0.4%p 줄었다.

전문가들은 블루칼라 직종 내에서도 업무 특성과 자동화 가능성이 모두 다른 만큼, AI 대체 위험뿐 아니라 본인의 적성, 근무 여건 등을 신중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동규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기술직 내에서도 공장처럼 작업 과정이 정형화된 곳은 피지컬 AI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면 작업 환경과 조건이 제각각이고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판단해야 하는 분야는 AI 대체가 쉽지 않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AI가 발전할수록 청년들이 기존 일자리 외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은 이어질 수 있다"며 "기술직 역시 개인의 적성과 현장 여건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학교 등에서 진로 교육을 통해 다양한 직업 선택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피지컬 AI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업 환경은 계속 변하고 있다"며 "막연히 유망해 보이는 직종이나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기 적성과 실제 근무 여건을 고려해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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