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노시스 테라피 "치밀한 계산 아닌 본능…가장 한국적인 운율이 큰 무기"
등록 2026/08/28 09:37:53
현재 가장 핫한 전자음악 힙합 듀오…프로듀서 제이플로우·래퍼 짱유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 등 유럽 무대서 각광
세종문화회관 '싱크넥스트 2026' 대미 장식…9월 4~5일 S씨어터
"유럽·북미 경험 총체적 투입…서라운드 입체 음향 시스템 구현"
![[서울=뉴시스] 힙노시스 테라피.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6.08.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7/NISI20260827_0002222528_web.jpg?rnd=20260827083934)
[서울=뉴시스] 힙노시스 테라피.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6.08.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떤 소리는 귀에 가닿기 전에 몸의 윤곽을 먼저 타격한다. 밀도와 폭발, 그 사이를 맹렬하게 진동하는 전자음악 힙합 듀오 '힙노시스테라피(HYPNOSIS THERAPY)'의 비트가 그렇다. 프로듀서 제이플로우(Jflow)(이주호)와 래퍼 짱유(장유석)가 2022년 결성한 이 팀은 동시대 가장 본능적이고 감각적인 치유의 공간을 스스로 직조해내고 있다.
이들이 쏘아 올린 '머시룸 하우스(Mushroom House)'는 파티와 페스티벌의 경계를 허무는 유기적인 플랫폼이자, 흩어진 서브컬처의 장면들을 하나의 튼튼한 생태계로 엮어내는 거점이다.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Primavera Sound)', 덴마크 '로스킬데 페스티벌(Roskilde Festival)' 등 유럽의 거대한 무대에서 언어의 장벽을 지우며 관객을 무아지경으로 이끌었던 이들의 궤적은 마침내 초가을의 서울, 그것도 극장이라는 정제된 무대로 안착한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탈경계 컨템퍼러리 문화 축제 '싱크넥스트 2026(Sync Next 2026)'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번 공연(9월 4~5일 오후 9시)은 이들이 걷고자 하는 활동의 방향성을 선명하게 증명하는 자리다. 정규 앨범 '실로시빈(PSILOCYBIN)', '로우 서바이벌(RAW SURVIVAL)'을 거치며 이들은 서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테크노와 전자음악의 문법 속에 가장 한국적인 운율과 정서를 심어 넣었다. 모방이 아닌 체화, 계산이 아닌 본능으로 빚어낸 이들의 사운드는 세계의 음악 마니아들을 열광시키는 보편의 무기가 됐다.
가장 사적인 억압을 쏟아내는 행위가 타인에게는 해방의 용기가 되고, 변방의 서브컬처가 기성 예술의 중심을 흔드는 이 매혹적인 역설. 힙노시스테라피가 궁극적으로 닿고자 하는 곳은 단지 일회성의 음악적 성취가 아니라, '우리만의 소리'로 변방과 중심의 위계를 뒤집고 아티스트들이 자생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의 창조다. 두 개의 밤, 하나의 최면. 그 아득하고 거대한 몰입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두 사람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2년 팀 결성 계기와 서로의 첫인상, 그리고 과거 부산에서의 활동 배경이 궁금합니다.
짱유 "팀을 결성하기 위해 만난 인연은 아닙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부산에서 처음 형을 알게 된 후 오랜 음악적 동료로 지냈습니다. 2020년 무렵 음악적 과도기를 겪으며 2년의 시간을 버티다, 발전을 위해 비트 메이킹을 배워야겠다고 판단해 제이플로우 형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2022년 서울에서 매주 만나 운동하고 음악을 만들다 보니 곡이 쌓였고, 형의 제안으로 자연스럽게 팀을 결성하게 됐습니다."
제이플로우 "부산에서 활동하려면 크루에 모여야 했기에 인연이 닿았고, 성공을 위해 서울로 상경해 각자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프로듀서 에이뤠, 짱유와 힙합 그룹 '와비사비룸'을 자연스럽게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수많은 음악 동료가 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다들 떠나고 결국 저희 둘만 신에 남게 된 것이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어요. 경상도 남자 특유의 과묵함 덕에 굳이 다투지 않고 서로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하하."
![[서울=뉴시스] 힙노시스 테라피.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6.08.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7/NISI20260827_0002222530_web.jpg?rnd=20260827084003)
[서울=뉴시스] 힙노시스 테라피.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6.08.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힙노시스 테라피'라는 팀명은 무아지경, 해방, 각성 등의 키워드를 떠올리게 합니다. 두 분에게 이 이름은 어떤 예술적 경험을 의미하나요?
짱유 "몰입, 해방, 각성이 모두 포함됩니다. 제 가사는 내면 깊은 곳에 억압된 자아를 세상에 꺼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특정 키워드를 정해두지 않고 무아지경의 집중력으로 주파수를 맞추면, 미처 몰랐던 저와 대화하고 탐구하게 됩니다. 이 행위 자체가 저를 해방시키고 각성시키며 거듭 성장하게 만듭니다."
제이플로우 "짱유가 반복적인 비트 위에서 작업하던 중 '힙노시스(최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단어 자체는 멋지지만 자칫 가벼운 '힙스터'처럼 보일까 봐 이를 방어할 의외의 단어로 '테라피(치료)'를 붙였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로 존재하는 치료법이더라고요. 치밀한 계산이 아니라 저희의 작업 방식처럼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본능적인 조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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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공연에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압도적입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해외 관객들조차 즉각적으로 열광하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제이플로우 "무대 뒤에서 보면 짱유가 사람들에게 일종의 해방감과 용기를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해외 관객들은 새로운 음악에 마음이 열려 있습니다. 영어 가사가 없어도 본능적인 사운드와 퍼포먼스로 싱크가 맞는 순간, 공연장은 서로가 엉키는 난장판이 됩니다. 음악이라는 물리적 소통이 언어를 초월해 인간 대 인간의 에너지를 폭발시킨다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 힙노시스 테라피.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6.08.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7/NISI20260827_0002222533_web.jpg?rnd=2026082708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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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유 "제게 공연은 억눌린 모습을 긍정적으로 표출하는 일종의 '살풀이'입니다. 무대에 오르면 선조 중 누군가에게 빙의된 것처럼 눈이 돌아갑니다. 연일 이어지는 유럽 투어에서 체력을 아끼려 마음먹어도, 막상 무대 위에서는 체력을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객과 교감하며 거대한 에너지를 받아옵니다. 무대 위에서 내면을 분출하고도 멋지게 인정받을 수 있는 운이 좋은 직업입니다."
-S씨어터가 블랙박스 극장이지만 이곳이 속한 세종문화회관은 무게감 있는 공간이죠. 힙노시스 테라피의 브랜드 '머시룸 하우스' 공연을 가져오면서, 어떤 타협점이나 새로운 시도가 반영됐나요?
짱유 "타협은 전혀 없습니다.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쌓은 인프라와 예술관을 이 무대에 총체적으로 투입했습니다. 덴마크 로스킬데 페스티벌에서 합을 맞춘 무대 감독 및 조명 감독과 협업하고, 벨기에 디자이너가 자체 제작한 의상을 선보입니다. 특히 가장 기대되는 것은 음향입니다. 세종문화회관 음향 감독님의 주도하에 기존의 평면적인 2채널 스피커를 벗어나, 3차원을 넘어 4차원까지 체감할 수 있는 서라운드 입체 음향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해요."
제이플로우 "평면적인 스피커로 소리만 키우면 귀가 아프지만, 서라운드로 소리가 공간을 감싸면 아무리 시끄러운 트랜스 음악이 나와도 옆 사람의 대화가 부드럽게 들립니다. 해외 페스티벌에서 겪은 이 선진적인 사운드 충격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하고자 합니다. 또한 블랙박스 극장을 '저희 집'처럼 꾸며 관객들이 저희의 사적인 예술 공간에 초대받은 듯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정규 2집 '실로시빈' 수록곡 '종로'를 비롯해 음악 속에 로컬의 역사와 한국적 색채를 강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글로벌 신에서 이러한 정체성은 어떻게 작용하나요?
제이플로우 "본능에 맡기고 작업하다 보면 결국 저희가 자라며 들어온 환경의 소리들이 자연스레 묻어납니다. 과거 힙합을 할 때는 이를 촌스럽다 여겨 숨기려 했지만, 이제는 이것이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자 저희의 가장 큰 무기임을 깨달았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자국 고유의 정서로 세계를 매료시키듯, 저희의 아시아적 테크노 사운드도 유럽에서 완전히 새로운 질감으로 환영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가오는 10월 독일에서 열리는 유럽의 대형 프로젝트에 저희의 트랙이 수록됩니다."
![[서울=뉴시스] 힙노시스 테라피.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6.08.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27/NISI20260827_0002222535_web.jpg?rnd=20260827084046)
[서울=뉴시스] 힙노시스 테라피.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2026.08.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짱유 "제 음악적 DNA의 밑바닥에는 노사연의 '만남', 이승환의 '엄마' 같은 한국 음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영어나 스페인어를 못하고 한국말밖에 할 줄 모릅니다. 영어가 부드럽긴 하지만 나라 언어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듯, 한글에는 특유의 아름다운 운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저는 그 매력을 너무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제 음악의 최고 포인트가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한글을 더욱 자부심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에미넘(에미넴)의 가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그 느낌에 압도됐던 것처럼, 한국어 고유의 아름다운 운율을 제대로 담아낸다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 세계에 가닿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우리 것을 우리 방식 그대로 보여줄 때 나오는 당당함이 해외 음악 마니아들을 열광시킵니다."
-비주류의 경로를 개척하면서도 냉소에 빠지지 않고 순수함을 유지하는 동력이 놀랍습니다. '머시룸 하우스'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제이플로우 "2022년 앨범 발매 직후, 전자음악 신에 대한 존중을 담아 파티 문화와 결합한 '머시룸 하우스' 무브먼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유명세와 관계없이 한국의 훌륭한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이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동료들이 가난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는 것을 너무 많이 봤어요. 좋은 장비를 사고 다채로운 예술을 펼치기 위해선 현실적인 자본과 경제적 여유가 필수입니다. 저는 그저 내추럴하게 음악을 만들고 무대에 서는 순수한 기쁨 하나로 살아가며 이 생태계를 확장할 것입니다."
짱유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부자가 되고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30대 이전까지 항상 최악의 수만 상상하며 치열하게 살았는데, 지나고 보니 그 고난들이 모두 지금의 저를 만든 완벽한 자양분이더라고요. 세상에는 분명한 기브 앤 테이크가 있습니다. 저희가 번 돈을 모조리 투자해 해외로 나갔고, 그 결과가 지금의 무대들로 돌아왔습니다. 저희는 서브컬처 신에서도 충분히 거대한 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후배 뮤지션들에게 직접 증명해 보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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