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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땀이 안난다고?"…'이 증상' 위험한 이유

등록 2026/08/04 11:01:00

수정 2026/08/04 12:09:36

골든타임 놓치면 뇌·심장 후유증 남을 수 있어

땀 안나는데 심부 체온 40도 이상…즉시 응급실

오후 12~4시 외출 피해야…하루 8잔 이상 물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폭염이 이어지는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한 외국인이 39도를 가리키는 온도계를 촬영하고 있다. 2026.08.0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폭염이 이어지는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한 외국인이 39도를 가리키는 온도계를 촬영하고 있다. 2026.08.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 73세 유모씨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주의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후 2시에 밭에서 일을 했다. 36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몇 시간째 작업을 하던 유씨는 갑자기 어지럽다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땀은 전혀 없는데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 채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체온을 재어 보니 40.2도까지 올라가 있었고 '머리가 깨질 것 같다'고 호소했고, 지나가던 주민이 119에 신고했다. 의료진은 열사병이라는 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중이다.

연일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하루 온열질환 환자가 100명 넘게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 환자는 누적 2025명이다. 기저질환이 없던 40대 남성 등 누적 사망자도 16명에 달한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신체가 버티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한다. 정상적으로는 체온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땀이 나고 피부 혈관이 넓어져서 열을 발산한다. 하지만 고령자는 땀샘 기능이 약해져서 땀 분비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땀이 나기 시작하는 온도 자체가 높아진다. 또한 혈관의 반응성도 떨어져서 열 발산을 위한 혈관 확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갈증을 느끼는 능력도 약해져서 탈수가 상당히 진행돼도 갈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더위에 노출되면 체온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뇌의 체온 조절 중추 기능도 저하된다. 시상하부라는 뇌 부위에서 체온을 감지하고 조절 명령을 내리는데, 고령자는 이 기능이 둔해져서 체온 변화에 대한 반응이 늦고 부정확하다. 마치 고장 난 온도 조절기처럼 적절한 시점에 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땀 안나는데 체온 40도 이상 오르면 열사병 의심

온열질환은 중증도에 따라 1단계 열경련, 2단계 열탈진, 3단계 열사병으로 구분한다.

이 중 열사병은 체온 조절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급격히 올라가는 질환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이다. 고령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젊은 사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므로 훨씬 위험하다.

열사병은 초기에는 경미한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심각한 신체장애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진행 속도는 개인마다 상황별로 다르다.

열사병의 초기 증상은 비교적 모호할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첫 번째 경고 신호는 과도한 피로감이다. 평소보다 쉽게 지치고 기운이 떨어지며 간단한 활동도 힘들어한다. 이때 적절히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보충하면 악화를 막을 수 있다.

두통과 어지럼증도 중요한 초기 증상이다. '머리가 무겁다', '어지럽다', '눈앞이 흐리다' 같은 표현을 하면서 평형감각을 잃고 비틀거릴 수 있다. 메스꺼움과 구토도 자주 나타나며, 식욕이 급격히 떨어진다.

김준성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체온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면 더욱 위험한 징후들이 나타난다"며 "피부가 뜨겁고 붉어지며, 역설적으로 땀은 거의 나지 않는데 이는 체온 조절 시스템이 완전히 고장 났다는 신호로, 즉시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혈관계 증상도 심각하다. 심박수가 분당 120회 이상으로 빨라지고 혈압이 떨어져서 맥박이 약해진다. 이는 심장이 과열된 몸을 식히려고 무리하게 작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령자의 심장은 이런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서 심부전이나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호흡은 빠르고 얕아진다. 분당 20회 이상의 빠른 호흡을 보이며 숨을 쉴 때마다 힘들어한다. 이는 체온 상승으로 인한 대사율 증가와 심혈관계 부담으로 인한 것이다.

 

열사병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뇌 손상이다. 뇌는 열에 매우 민감한 기관으로, 체온이 42도를 넘으면 뇌세포가 직접적인 손상을 입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의식이 흐려지고 반응이 느려지지만, 악화되면 완전히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성격 변화나 이상 행동도 특징적이다. 평소 온순하던 분이 갑자기 공격적이 되거나 반대로 매우 조용해질 수 있다. 시간이나 장소를 혼동하고, 없는 것을 본다고 하거나 이상한 말을 할 수도 있다.

경련이나 발작도 나타날 수 있다. 팔다리가 떨리거나 경직되고, 심한 경우 전신 경련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뇌의 전기적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변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즉시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언어 장애도 흔하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횡설수설하고, 간단한 질문에도 적절히 대답하지 못한다. 또한 보행 장애로 인해 똑바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거나 넘어질 수 있다.

열사병 의심시 119 신고부터…환자 시원한 곳으로 이동

모든 온열질환은 더운 환경에서 벗어나 체온을 낮추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특히 열사병이 의심되면 모든 조치는 속도가 생명이다. 먼저 119에 신고해 '고령자가 열사병으로 의식을 잃었다'고 명확히 알리면, 119에서 더 정확한 이송과 처치를 빠르게 준비할 수 있다.

신고 후에는 즉시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에어컨이 있는 실내가 가장 좋지만, 없다면 그늘진 곳이라도 괜찮다. 옷을 최대한 벗기고 목깃이나 허리띠처럼 몸을 조이는 것들을 풀어 준다.

현장에서 체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한 응급처치다. 젖은 수건을 큰 혈관이 지나가는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대어 주고 선풍기나 부채로 바람을 쐬게 한다. 가능하다면 선풍기를 튼 채로 온몸에 미지근한 물을 뿌리면 증발 냉각으로 체온을 빠르게 낮출 수 있다.

다만 신체를 얼음물에 담그거나 너무 차가운 것을 사용해선 안된다. 급격한 냉각은 혈관을 갑작스레 수축시켜 오히려 열 발산을 방해하고 심장에 쇼크를 줄 수 있다. 목표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체온을 낮추는 것이다.

김준성 교수는 "의식이 있다면 조금씩 물을 마시게 하되 한 번에 많이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의식이 흐리거나 구토를 한다면 질식의 위험이 있으므로 절대 물을 주지 않는게 좋다"고 말했다.

 

고령자, 뇌·심장 후유증 주의…신장 기능 저하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열사병 환자는 대부분 회복된다. 하지만 고령자의 경우 회복 과정이 느리고 일부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하다.

뇌 손상으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가 가장 흔한 후유증이다.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예전만 못하거나 성격이 변할 수 있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지만 일부는 영구적일 수 있다.

신장 기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열사병으로 인한 탈수와 혈압 저하가 신장에 손상을 주어 소변량이 줄거나 부종이 생길 수 있다. 정기적인 신장 기능 검사와 적절한 수분 관리가 필요하다.

심장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열사병 당시의 심한 부담으로 인해 심장 근육이 약해지거나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으니 회복 후에도 정기적인 심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

폭염시 오후 2시~4시 외출 피해야…충분한 수분 섭취

열사병은 극도로 더운 환경에만 노출되지 않으면 걸릴 일이 없음에도 매년 많은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가능한 외출을 피하고, 꼭 나가야 한다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을 이용한다.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이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

작업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나 일을 지시하거나 관리하는 사람 모두 온열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며, 건강을 자만하는 고령자에 대한 보호자의 주의도 필요하다.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은 26~28도 사이도 설정하고, 에어컨이 없다면 선풍기와 젖은 수건을 이용해 증발 냉각 효과를 만든다.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필수다. 김준성 교수는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며, 하루에 최소 8잔 이상을 마셔야 한다"며 "염분 보충을 위해 이온음료를 마시거나 약간의 소금을 넣은 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적절한 의복 선택도 중요하다. 밝은색의 헐렁하고 통기성 좋은 옷을 입고, 외출 시에는 반드시 모자나 양산을 사용한다. 면이나 리넨 같은 천연 섬유가 합성 섬유보다 좋다.

무엇보다 고령자 스스로가 더위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위에 강하다는 식의 과신은 금물이며, 나이가 들면서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도 필수적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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