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캐나다 이어 또 '나토 장벽'에 막히나… K9 자주포 스페인 수주 '진통'
등록 2026/07/23 10:42:56
성능·가격 넘어선 유럽 '블록화 장벽'
핵심 기술 유출 우려 등 수주 딜레마
캐나다 잠수함 사업도 독일에 밀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출하식.(사진=경남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글로벌 시장에서 잇달아 대형 수주를 따내며 존재감을 키워온 K방산이 유럽에서 '지역 우선주의'라는 장벽에 직면했다.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 이어 이번에는 스페인에서 K9 자주포 사업이 현지 산업 보호 논리에 흔들리고 있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중심으로 방산 공급망의 현지화와 기술 주권 확보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성능과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수주를 장담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스페인 최대 방산기업 인드라(Indra)와 45억5400만 유로(약 7조7000억원) 규모의 궤도형 자주포 공급 사업에 대한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업은 K9 자주포를 기반으로 스페인 육군에 자주포 128대와 탄약운반차 120대 등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최근 인드라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사업 구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신임 경영진은 자주포 사업권을 놓고 장기간 법적 분쟁을 벌여온 현지 방산업체 산타바르바라를 사업 파트너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에는 스페인 정부의 의중이 자리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인드라 지분 28%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방산 분야의 전략적 자율성과 국내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양사의 협력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핵심 기술 보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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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계약에는 신규 파트너 참여 시 한화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드라가 산타바르바라를 사업에 참여시키려면 K9 자주포의 설계와 기술 정보를 일정 부분 공유해야 해 한화 입장에서는 핵심 지식재산권(IP) 유출 우려를 피하기 어렵다.
스페인 경제매체 엑스판시온은 한화가 경쟁사와의 기술 공유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인드라가 위약금을 부담하고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동의권을 행사하면 기술은 지킬 수 있지만 대형 수주를 잃을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계약 유지를 위해 양보하면 향후 유럽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어 쉽지 않은 선택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은 유럽 방산시장의 구조적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국방비를 대폭 늘리며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무기 도입 과정에서는 역내 생산과 기술 이전, 현지 기업 참여를 우선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서도 확인됐다.
한화오션은 가격과 납기 경쟁력을 앞세웠지만, 결국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독일 TKM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유럽 시장은 단순히 가성비나 납기 준수만으로는 뚫기 힘든 견고한 블록화 장벽을 치고 있다"며 "현지 이해관계 조율을 타개할 새로운 수출 모델과 다각도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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