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의 명가' 슈타이들, 독일서 예비 파산절차…예술출판 위기 상징
등록 2026/07/19 09:45:17
수정 2026/07/19 09:58:25

'슈타이들 북 컬처 '전시가 광주국립아시아문화광장 내 N:NEWS 뉴스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사진=아시아문화전당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세계 최고의 사진집 출판사로 꼽히는 독일 슈타이들(Steidl Verlag)이 독일 법원의 예비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사진집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아온 슈타이들의 위기는 출판시장 침체와 예술출판 산업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독일 공영방송 NDR과 디벨트(Die Welt) 등에 따르면 독일 괴팅겐 법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한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슈타이들 출판사에 대한 예비 파산절차를 개시했다.
법원은 출판사가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거나 수개월간 임금을 체불했다는 의혹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디벨트는 일부 직원의 경우 5~6개월치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한 노동소송도 여러 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8년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이 설립한 슈타이들은 독일 괴팅겐을 기반으로 반세기 넘게 세계 사진집 출판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예술출판사다. 인쇄 품질과 제본, 종이 선택까지 세심하게 관리하는 장인정신으로 명성을 쌓으며 사진가들에게 가장 함께 일하고 싶은 출판사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창립자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은 NDR과의 인터뷰에서 "출판업계는 지금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는 2017년 슈타이들 특집 기사에서 "그는 책 출판을 하나의 예술 형식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하며 "광적인 수준의 디테일과 최고의 장인정신, 그리고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출판인"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작업은 2010년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됐다.
슈타이들은 세계적인 사진가들의 대표 사진집을 출간해 왔다. 로버트 프랭크, 낸 골딘, 윌리엄 에글스턴, 조엘 스턴펠드, 마틴 파, 에드워드 버틴스키 등의 작품집을 비롯해 현대미술가 요제프 보이스 관련 출판물도 펴냈다.
특히 사진가 윌리엄 에글스턴은 뉴요커 인터뷰에서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없다(He is so much better than anyone)"며 슈타이들의 제작 철학과 장인정신을 극찬하기도 했다.
슈타이들은 단순한 출판사가 아니라 사진가와 긴밀히 협업하며 사진집 한 권을 독립적인 예술 작품으로 완성하는 제작 방식으로 세계 사진계의 신뢰를 받아왔다.
이번 예비 파산절차는 아직 최종 파산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환경 변화와 출판시장 침체 속에서 예술출판이 직면한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세계 사진집 출판의 상징으로 불려온 슈타이들의 향후 경영 정상화 여부에도 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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