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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의 밤, 요식행위 전락한 국무회의…"절차·내용 위헌" 대법 확정

등록 2026/07/09 15:09:21

수정 2026/07/09 15:11:18

대법, 대통령의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유죄 확정

"국무회의, 대통령 권한 남용 방지 위한 통제장치"

尹 "계엄 선포, 고유 권한"…法 "심의 더 충실해야"

[서울=뉴시스] 대법원이 9일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서울 용산 옛 대통령실 청사 오픈라운지 발언대의 휘장(CI). (사진=뉴시스DB). 2026.07.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대법원이 9일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서울 용산 옛 대통령실 청사 오픈라운지 발언대의 휘장(CI). (사진=뉴시스DB). 2026.07.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대한민국 헌법은 제헌 헌법부터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한 행정부 내부 사전 통제장치로서 국무회의를 규정하고 있다.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권은 헌법 및 법률에 의한 국무위원의 권한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했다는 혐의 등으로 9일 유죄가 확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판결문은 이 같은 전제 사실로 시작한다.

헌법 86조부터 89조, 정부조직법 19조 및 26조, 국무회의 규정 6조 등을 풀어 쓴 것으로 국무회의는 대통령의 거수기가 아니라는 것을 선언한 대목이다.

1·2심 판결문에서 드러나는 2024년 12월 3일 밤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현직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명분으로 국무회의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는 정황을 보여준다.

윤 전 대통령은 당일 오후 8시께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5명을 대통령실로 따로 불러 계엄 선포 계획을 알렸다.

그는 같은 날 오후 9시14분~40여분 사이에 이미 와 있던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뺀 나머지 13명의 국무위원 중 임의로 선정한 6명의 장관에 연락했다.

이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4명은 대통령이나 부속실로부터 이유도 듣지 못한 채 용산에 도착했다.

최소한의 의결정족수인 11명이 채워진 사실을 확인한 윤 전 대통령은 당일 오후 10시16분 대접견실에서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통보하고 2분 만에 회의를 마쳤다. 약 10분 뒤 즉시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연락조차 받지 못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7명은 헌법에 정해진 계엄 선포에 대한 심의 권한을 행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셈이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4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2026.07.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제4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2026.07.09. [email protected]

대통령비서실 수행비서 A씨는 1심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 모두를 소집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2분 만에 끝난 '국무회의'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보고만 받았을 뿐, 한 총리의 건의를 받지 않아 계엄법상 절차를 어겼다.

뿐만 아니라 국무위원들이 문서에 서명을 거부하면서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서 하며,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서명)한다(헌법 82조)'는 헌법상 계엄 선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계엄이 실패로 돌아간 후인 다음 날, 정치권에서 탄핵 소추안이 발의되고 수사가 개시되던 시점에 강의구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은 외관상 절차를 갖춘 것처럼 보이기 위해 선포문을 꾸며 내기로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실장은 한 총리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부서를 받아 윤 전 대통령에게 들고 갔고, 윤 전 대통령은 그대로 서명해 '사후 계엄 선포문'을 완성했다.

이 문서는 나흘 동안 대통령실에서 보관되다, 추후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한 총리가 서명을 없던 것으로 해 달라고 요청하자 윤 전 대통령의 승인 아래 파쇄됐다.

1·2심과 대법원은 이런 일련의 행위가 국무위원 7명의 심의권을 침해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사후 선포문을 만든 허위공문서작성, 파쇄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공용서류손상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연락을 받았으나 제때 도착하지 못해 심의를 못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2명 부분은 1심이 무죄로, 2심은 유죄로 보아 엇갈렸지만 대법원이 내린 최종 결론은 유죄였다.

[서울=뉴시스] 12·3 비상계엄 당시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지난 5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7.0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12·3 비상계엄 당시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지난 5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07.09. [email protected]

윤 전 대통령 측이 내세운 항변은 '국무회의는 의결기관이 아닌 자문기관 내지 심의기관에 그치므로 국무위원의 심의권이라는 '권리'는 없다'는 논리였다.

계엄을 신속하고 비밀리에 선포해야 했으므로 일부를 부르지 못했어도 문제 될 일이 아니며 심의권을 침해하려는 고의 역시 없었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그러나 1심은 "헌법상 보장되는 국무위원 심의권은 의결 여부나 의결이 구속력을 가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심의 그 자체로 헌법상 보호돼야 하는 것"이라며 "국가긴급권 행사 오남용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무위원 모두에게 소집을 통지할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심도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관련 범행은 헌법상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 위반에도 해당하므로 위법의 정도가 크다"며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린 것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아가 "소집 통지를 했다고 하더라도 시점과 그 당시 물리적 거리 등에 비춰 현실적 참석을 기대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절차적 하자가 있다"며 박 장관과 안 장관 심의권 침해도 엄격히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수긍하면서 사법부는 국무회의의 기능은 '거수기'가 아닌 '심의기구'로서 대통령의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통제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국가긴급권 행사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사법부는 국민 권리와 자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욱 충실한 심의를 요구 받는다며 배척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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