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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카스트로 기소 파장…미·쿠바 외교 협상 여지 좁아지나

등록 2026/05/21 10:45:52

1996년 민간항공기 격추 사건 책임 논란 다시 부상

미·쿠바 외교 채널 압박…협상 공간 축소 우려 커져

압박인가 단절인가…기소 둘러싼 외교 해석 엇갈려

【산티아고데쿠바=AP/뉴시스】라울 카스트로 쿠바 전 대통령. 2019.01.02.

【산티아고데쿠바=AP/뉴시스】라울 카스트로 쿠바 전 대통령. 2019.01.02.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미국이 쿠바의 전 대통령이자 혁명 체제 핵심 인물인 라울 카스트로(94)를 연방 기소하면서 미·쿠바 관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1996년 민간 항공기 격추 사건을 둘러싼 책임 문제를 겨냥한 것이지만, 외교적 협상 여지 자체를 추가로 좁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기소는 쿠바계 미국인 네 명이 사망한 사건을 둘러싼 책임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쿠바 망명자 사회에서는 즉각적인 환영과 동시에 강한 정치적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망명자들은 오랜 기간 처벌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며, 이번 조치가 향후 미·쿠바 관계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소가 오히려 협상 여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직 외교관 리카르도 수니가는 CNN 인터뷰에서 라울 카스트로를 "혁명의 살아있는 화신"이라고 평가하면서, 그를 겨냥한 조치가 양국 간 소통 구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양측의 좌절감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워싱턴이 이번 기소를 통해 쿠바 정부와의 소통을 차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니가는 특히 법적 압박이 협상 도구로 활용될 경우 역효과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쿠바 측이 미국의 추가 조치를 군사적 압박 신호로 해석할 경우, 외교적 대응보다 강경 대응으로 기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쿠바 간 남아 있는 비공식 소통 채널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는 이번 조치를 강경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쿠바계 미국인 정치권은 오랫동안 카스트로 체제에 대한 책임 추궁을 요구해 왔으며, 일부 의원들은 현 체제 자체의 변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에 대한 경제 제재와 외교적 압박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쿠바와 거래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제재 확대와 물자 수입 제한이 이어지면서, 쿠바의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미국은 쿠바 정부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는 입장이다.

쿠바 내부 상황은 이미 심각한 경제·사회 위기와 맞물려 있다. 전력 부족과 물자 부족이 지속되면서 지역별로 산발적인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은 외부 압력과 결합해 체제 안정성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쿠바계 미국인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쿠바 지도부 교체 필요성을 언급하며 강경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워싱턴 내 대쿠바 정책이 단순한 제재 수준을 넘어 체제 자체에 대한 압박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기소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결국 외교적 협상 여지가 얼마나 남아 있느냐는 점이다. 법적 조치가 압박 수단으로 작용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과, 동시에 대화 채널을 차단해 갈등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동시에 존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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