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도, 더 받지도 못해요"…노동절에도 900만 '사각지대'
등록 2026/05/01 06:00:00
수정 2026/05/01 06:11:30
빨간 날 된 노동절, 비정형 노동자에겐 '그림의 떡'
"노동절 일해도 휴일 수당 없어"…곳곳 사각지대
전문가 “근로자 정의 한계…노동 보호 제도 시급”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를 찾은 시민들이 전태일 동상을 닦고 있다. 2026.04.30.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30/NISI20260430_0021267087_web.jpg?rnd=20260430101852)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를 찾은 시민들이 전태일 동상을 닦고 있다. 2026.04.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정재훈 인턴기자 = 올해부터 5월 1일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빨간 날’로 바뀌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의 휴식을 보장받게 됐지만, 노동시장 곳곳에는 여전히 혜택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 아르바이트생 등 이른바 '비정형 노동자'들에게 노동절은 여전히 평범한 근무일이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박모(31)씨는 노동절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가위를 잡는다. 박씨의 계약 형태는 프리랜서다. 박씨는 "미용사는 사실상 개인사업자라 노동절에 쉰다는 개념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노동절이 공휴일이라는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고 했다.
휴일 가산 수당 역시 남의 일이다. 박씨는 "휴일 수당 같은 건 당연히 없고, 쉬는 날도 처음 계약할 때 정해질 뿐"이라며 "공휴일이라고 쉬겠다고 하면 아예 채용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대문역 인근 카페에서 일하는 40대 아르바이트생 B씨는 노동절에도 근무한다.
B씨는 "서비스업 특성상 공휴일에는 오히려 손님이 더 많다"며 "원래 일하는 날이라서 그냥 나온다"고 말했다. 휴일 가산 수당 여부에 대해서는 "아르바이트생이라 따로 없다. 원래 시급으로 받는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곽모(54)씨 역시 노동절은 '쉬는 날'이 아니다. 프리랜서 신분인 그는 돈을 벌기 위해 노동절에도 오토바이에 오른다. 그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 나오는 것"이라며 "프리랜서라서 수당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쉬지 못하는 게 건강에는 분명 안 좋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형식상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대문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유모(29)씨는 주변 매장이 다 쉬니 누구라도 나와야 하지 않겠냐는 사장의 압박에 출근을 결정했다.
유씨는 수당을 받는다고 답했으나 말미에 사실은 받지 못한다며 말을 바꿨다.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이라 본사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고 혹시 모를 불이익이 두려워 거짓 답변을 했다"는 고백이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직장갑질 119 온라인노조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노동절 기념 노동법 밖 노동자 설문 결과 발표 및 증언대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4.26. sccho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4/26/NISI20260426_0021260589_web.jpg?rnd=20260426132827)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직장갑질 119 온라인노조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노동절 기념 노동법 밖 노동자 설문 결과 발표 및 증언대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04.26. [email protected]
이처럼 노동절 근무가 당연시되는 배경에는 법적 지위의 모호함이 자리 잡고 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형식상 프리랜서나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되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인원은 약 900만명에 달한다.
알바천국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아르바이트생의 절반 이상(50.6%)이 노동절에 근무하며, 이들 중 수당을 받는 경우는 3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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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휴일의 양극화'가 변화된 노동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행법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가 플랫폼이나 프리랜서 노동자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고용직은 집단적 권리는 일부 인정되더라도 개별적 근로관계에서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또한 "과거 임금 노동자 중심의 제도가 임금 노동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경제 생산의 주축이 된 특고·플랫폼 노동자들까지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은 노동절에도 쉬지 못하거나 일해도 추가 보상을 받지 못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과 비정형 노동자의 경우 휴일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난다.
김 교수는 "공휴일로 지정됐다고 해서 자동으로 모두에게 휴일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체교섭 여부나 취업규칙에 따라 휴일 적용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전히 편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이 거론된다. 이는 해당 인력이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용자 측이 입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김 교수는 "형식상 계약만으로 노동자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에서는 개인이 권리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근로자 추정제와 함께 '일하는 사람 기본법' 등 보호 장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역시 "플랫폼 노동과 같은 새로운 고용 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며 "노동절의 의미를 '임금 노동자'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장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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