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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하던 방식" 완도 냉동창고 화재, 관행이 부른 참변

등록 2026/04/14 11:10:36

수정 2026/04/14 13:46:25

불법체류·비숙련 노동자 투입…"에폭시 녹이려 토치"

폭발 위험 속 작업 지시자 자리 비워 안전불감 여전

전문가들 "소규모 작업장 관행 여전, 인식 개선 시급"

[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14일 오전 전남 완도군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고(故) 박승원(44) 소방경과 고 노태영(30) 소방교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현을 운구한 한 소방관 동료가 괴로워하고 있다. 2026.04.14. leeyj2578@newsis.com

[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14일 오전 전남 완도군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고(故) 박승원(44) 소방경과 고 노태영(30) 소방교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영현을 운구한 한 소방관 동료가 괴로워하고 있다. 2026.04.14. [email protected]

[완도=뉴시스]박기웅 기자 =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전남 완도 냉동창고 화재가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과 위험한 작업 관행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인화성 유증기 발생 위험이 높은 밀폐된 공간에서 불법체류 비숙련 노동자가 화기 이용 작업을 도맡은 것으로 잠정 파악되며 안전 불감증이 부른 참변이라는 지적이다.

14일 완도경찰서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페인트(에폭시) 제거 작업을 하던 중국 국적의 30대 노동자 A씨는 토치 램프를 이용해 바닥 코팅을 녹이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불법체류 신분으로, 해당 업체 근무 경력이 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폭시 제거는 통상 스크리퍼나 그라인더로 긁어내거나 화학 박리제를 사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작업 효율을 앞세운 잘못된 관행이 사고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에폭시 도료에는 신나 등 인화성 성분이 포함돼 있어 가열 시 유증기가 발생할 수 있다. 냉동창고 내부는 환기가 어려운 밀폐 구조로, 축적된 유증기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해 폭발 위험이 있다.

여기에 냉동창고 샌드위치 패널 구조 특성상 내부 단열재가 불에 취약한 점까지 더해져 화재 위험을 키웠다.

실제 현장에서는 초기 진입 당시 연기나 화염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내부에 쌓인 유증기가 한순간에 폭발하며 화염이 분출되는 '플래시오버'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밀폐된 냉동창고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대한 가스통'이나 다름없던 것이다.

보수 공사업체 대표이자 작업 지시자인 60대 남성 B씨도 작업 도중 자리를 비운 것으로 전해졌다. 화기를 사용할 때 '2인1조' 안전 수칙 역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완도=뉴시스] 12일 오전 8시25분께 전남 완도군 군외면 한 수산물 냉동창고(3693㎡)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2026.04.12. photo@newsis.com

[완도=뉴시스] 12일 오전 8시25분께 전남 완도군 군외면 한 수산물 냉동창고(3693㎡)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 독자 제공) 2026.04.12.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화재 위험성이 큰 상황에서 이런 작업 방식이 효율을 이유로 관행적으로 이어졌고, 기본적인 안전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숙련도가 낮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 고위험 작업을 맡긴 점 역시 이번 화재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고용 관계가 불명확하거나 단기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 체계적인 안전 교육·감독이 미흡할 수 있지만, 인력난 등을 이유로 무분별하게 위험 작업에 투입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화기 사용이 명시적으로 금지된 작업이 아니더라도, 위험성 평가와 작업 허가, 화재 감시자 배치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소규모 작업장의 경우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안전 관리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험한 작업 방식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사고가 터진 뒤에야 문제를 인식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며 "현장의 안전 인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업무상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작업을 지시한 B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오전 8시25분께 완도군 군외면의 한 수산물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진화 작업을 벌이던 박승원(44) 소방경과 노태영(30) 소방교가 고립돼 순직했다. 이들은 세 자녀를 둔 가장과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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