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 심장 박동에 새긴 '베이스노트'…휘발되지 않는 체온의 잔향
등록 2026/11/03 17:42:36
오늘 미니 4집 '펄스' 발매
찰나의 유행(톱노트) 넘어 머스크 향으로
'중소돌의 기적' 딛고 '국민 걸그룹' 도약
"과분한 수식어, 음악의 향으로 보답할 것"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리센느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네 번째 미니앨범 '펄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1.03.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1/03/NISI20261103_0021516849_web.jpg?rnd=20261103143336)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리센느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네 번째 미니앨범 '펄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11.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신흥 '국민 걸그룹'으로 도약한 그룹 '리센느(RESCENE)'가 향기에서 심장 박동으로 공감각의 지평을 넓힌다. 찰나에 흩어지는 유행의 톱 노트(Top Note) 대신, 체온과 살결을 통과해 가장 오래 남는 베이스노트(Base Note) '머스크(Musk)'를 품고서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이 유년의 기억을 불현듯 길어 올리듯, 리센느에게 후각은 단순한 무대 콘셉트를 넘어 지나간 시간과 감정을 재생하는 원초적인 매개다. 전작 미니 3집 '립 밤(lip bomb)'에서 과실의 생기를 머금은 베리 향으로 피어나는 용기를 노래했다면, 3일 오후 6시 발매한 미니 4집 '펄스(PULSE)'는 심장의 고동을 향유(香油) 삼았다.
이날 앨범 발매 전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미니 4집 '펄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멤버들이 거듭 강조한 열쇳말은 '체온'과 '맥박'이었다. 조향(調香)의 세계에서 향수를 뿌릴 때 손목 안쪽, 귀 뒤, 목덜미처럼 맥박이 뛰는 '펄스 포인트(Pulse Points)'를 찾듯, 이번 앨범은 리센느의 음악적 잔향이 발화하는 가장 내밀한 자리를 겨냥한다.
"펄스는 심장 박동과 맥박을 뜻해요. 저희의 심장이 정말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면서도, 어디선가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오랫동안 그려온 장면이 눈앞에 펼쳐질 때 쿵쾅거리는 순간을 담았습니다."(원이)
이번 신보를 감싸는 시그니처 향은 머스크다. 공기 중에 단숨에 휘발되는 향들과 달리, 머스크는 반드시 인간의 피부와 체온이라는 물리적 온기를 통과해야만 제 향을 완성한다. 한 존재가 다른 존재의 곁으로 다가설 때 감지되는 교감의 향이다.
미나미는 "저희와 저희를 봐주시는 분들이 함께 나누는 체온을 닮은 향"이라며 "은은하게 오래 머무르면서 스며드는 향처럼, 이번 앨범이 우리 사이에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리센느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네 번째 미니앨범 '펄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11.03.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1/03/NISI20261103_0021516946_web.jpg?rnd=20261103145224)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리센느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네 번째 미니앨범 '펄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11.03. [email protected]
이러한 정동(情動)의 확장은 무대 위 퍼포먼스와 사운드로 직조된다. 타이틀곡 '위드(With)'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마주한 존재를 향해 질주하는 순간을 담았다. 서정적인 도입부로 숨을 고른 뒤 후렴구로 치달으며 요동치는 심박수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청각화한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 달려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존재와 마침내 마주하는 벅찬 순간을 담은 곡이에요."(리브)
"다섯 명이 한 몸처럼 합을 맞춰서 하는 동작이 많습니다. 리센느가 하나로 뭉쳤을 때 나오는 시너지를 눈여겨봐 주셨으면 좋겠어요."(제나)
수록곡 '백화요란(Inside Out)'은 그룹의 성장 서사를 가장 미학적으로 길어 올린 트랙이다. 8년간 서예를 연마한 미나미가 한 해의 목표로 화선지에 써 내려간 글귀에서 출발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음악 등으로 세계적 반향을 얻은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이재(EJAE·김은재)가 작곡진으로 합류해 팝 문법과의 정교한 교차점을 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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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는 "서예로 '백화요란'이라는 글씨를 먼저 썼던 게 시작이었다. 애정하는 단어가 곡 제목이 되고 직접 부를 수 있게 되어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돌아봤다. 메이는 "기다려온 계절을 맞아 내 안의 깊은 감정과 향기가 한꺼번에 만개하는 순간을 그린 곡"이라고 보탰고, 리브는 "제 안에서 시작된 찬란함이 바깥세상으로 피어나고 환하게 번져나가는 과정을 담아 영어 부제가 '인사이드 아웃'이 됐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리센느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네 번째 미니앨범 '펄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11.03.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1/03/NISI20261103_0021516929_web.jpg?rnd=20261103145313)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리센느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네 번째 미니앨범 '펄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11.03. [email protected]
앨범에는 시간을 들여 정성껏 쌓아온 가치를 노래한 '파이니스트 싱(Finest Thing)', 서로의 다른 모습까지 결핍 없이 품겠다는 '미미(MEME)', 거친 세상 속 연대의 날개를 펴는 '드래곤(Dragon)'까지 총 5곡이 실렸다. 전작들에 이어 이주헌 더뮤즈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전곡 작사에 참여해 서사의 일관성을 부여했다.
리더 원이의 유튜브 채널에서 보여준 예능감으로 촉발된 '러브 어택(LOVE ATTACK)'의 음원 역주행과 '프리티 걸'의 호응으로 '중소돌의 기적'을 일궈낸 리센느는 최근 '국민 걸그룹'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컴백을 앞두고 부담감이 없었을 리 없지만, 제나는 "그만큼 좋은 부담감으로 다가왔고, 그 원동력으로 연습도 더 열심히 하고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건강 염려를 샀던 원이는 특유의 유쾌함으로 장내를 안도케 했다. "거제 상여자는 그런 것 따위에 넘어가지 않는다. 잠시 옷이 조였을 뿐"이라며 "엄마 걱정하지 마라! 단디 챙길게!"라는 구수한 사투리로 웃음을 안겼다. 이어 인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수치를 목표로 두고 열심히 했다기보다는, 리센느의 색깔과 실력을 확실히 보여드리면 그만큼 알아봐 주실 것이라 믿었어요. 끝까지 저희를 지켜주신 팬분들의 사랑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짚었다.
멤버들은 퍼포먼스를 넘어선 아티스트로서의 확장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이사님께서 늘 저희를 생각하며 가사를 써주시듯, 언젠가 팬분들과 식구분들을 위한 노랫말을 직접 써보고 싶다"(원이), "기회만 된다면 피아노나 다른 악기 쪽도 배워보고 싶다"(메이), "기회만 주신다면 프로듀싱도 열심히 해볼 의향이 있다"(미나미)고 했다.
화제성이 도파민처럼 빠르게 소비되고 휘발되는 K-팝 시장에서, 리센느가 경계하는 것은 찰나의 폭죽이다. 외부에서 규정하는 성공과 스스로 체감하는 성장의 차이에 대해 미나미는 "성공의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성적도 성적이지만 저희의 음악과 향을 각인시켜 드릴 수 있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리센느 리브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네 번째 미니앨범 '펄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11.03.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1/03/NISI20261103_0021516955_web.jpg?rnd=20261103145313)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그룹 리센느 리브가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네 번째 미니앨범 '펄스'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6.11.03. [email protected]
"국민 걸그룹이라는 호칭은 너무 과분해요. 잠깐 반짝할 화제성이 아니라, 더 오래오래 리센느를 생각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메이)
"변함없이 믿고 듣는 리센느가 저희의 수식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리브)
화려한 시각적 스펙터클이 걷힌 자리, 체온이 스며든 자리마다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머스크의 잔향. 리센느의 '펄스'는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비트를 넘어, 누군가의 피부 곁에 가장 다정하게 가닿으려는 맥박의 증명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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