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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美 압박에 군사적 긴장 고조…"전면전 아닌 단계적 확전 가능성"

등록 2026/09/08 10:49:25

수정 2026/09/08 11:58:24

제재·군사공격·해상 봉쇄에 맞서 대응 수위 높여

호르무즈 해협 통제 강화 시사…역내 긴장도 고조

전문가 “오판으로 레드라인 넘으면 전면전으로 번져"

[테헤란=AP/뉴시스] 2026년 8월24일 이란 테헤란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을 조르는 모습을 묘사하고 '복수는 피할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2026.08.24.

[테헤란=AP/뉴시스] 2026년 8월24일 이란 테헤란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을 조르는 모습을 묘사하고 '복수는 피할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 앞을 지나고 있다. 2026.08.24.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미국이 이란과의 외교적 대화보다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자, 궁지에 몰린 이란이 군사적 긴장을 높여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과 동맹국에 비용을 안겨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명분을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외교적 노력을 일축하며 지난 6월 체결된 휴전 합의를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후 대규모 제재와 군사 공격, 이란과의 물자 왕래를 차단하기 위한 해상 봉쇄 등을 통해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다방면에 걸친 공세로 이란 경제와 국민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아버지이자 전임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은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군과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새로운 전술을 강조하고 있다. 봉쇄에 참여하는 국가와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지난 6일 이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 협상, 그리고 봉쇄에 맞서는 데 있어 새로운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에 새로운 '통제구역'을 설정해 호르무즈 해협을 넘어 봉쇄를 확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외교적 협상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과 오만은 최근 해협 관리 문제를 놓고 협상을 진행해 왔으며,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임시 안전 항로'가 며칠 내 국제해사기구(IMO)에 등록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 역시 양측의 중재에 나서고 있다. 마제드 알 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분쟁 해결의 핵심 장애물로 정치적 의지와 기술적 해결책을 꼽았다.

이란 내부에서도 외교적 해결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은 지난 6월 합의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다만 강경 보수파들은 미국과의 협상이 이란의 전쟁 성과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 선임 분석가 하미드레자 아지지는 "이란이 경제적 구제를 필요로 하는 전쟁에 지친 국민과 항복을 원하지 않는 이념적 지지층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이 선호하는 결과는 외교적 해결이지만, 국내적으로는 후퇴가 아닌 이란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결과로 비춰질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전면전보다는 단계적 확전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지지는 이란이 해상 운송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거나 미군 기지와 해군 자산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역내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에 상당한 비용을 부담시켜 외교적 해결책이 다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도록 만들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란은 역내 국가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겨냥하고 있으며, 예멘의 이란 지원 세력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도 공격했다.

미국 역시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18명이 사망했으며, 이란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마을에서 미군 공습으로 발생한 파편이 주택을 덮쳐 결혼식 피로연 참석자 4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미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운반선 호위를 시작했고,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해상 원유 수송량은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역내 국가들은 해협을 거치지 않는 대체 수출 경로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양측의 군사적 대응이 통제선을 넘어설 가능성이다.

아지지는 "양측이 서로의 레드라인을 시험하기 시작하면 오판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며 "이란의 공격으로 상당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미국의 대응이 테헤란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사태는 신중한 확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란은 미국의 압박을 견디면서도 국내 강경파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군사적 대응과 협상 재개의 명분을 동시에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역시 이란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면서 확전의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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