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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주 누가 쏟아냈나…앤트로픽 지분 20% 할인에 'AI 천재' 위기 드러났다

등록 2026/08/18 11:24:16

자기자본 1달러당 약 3달러 빌려 AI 인프라 상승·소프트웨어 하락에 동시 베팅

시장 흐름 뒤집히자 양쪽서 손실…마진콜과 강제매각으로 번져

[뉴욕=AP/뉴시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장기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월가에서는 일본 장기금리 급등이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22년 9월23일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성조기가 걸려 있는 모습. 2026.05.21.

[뉴욕=AP/뉴시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세계 장기금리 상승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월가에서는 일본 장기금리 급등이 미국 국채 등 해외 채권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2022년 9월23일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 성조기가 걸려 있는 모습. 2026.05.2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뉴욕 라과디아공항으로 가던 한 투자자에게 앤트로픽 지분을 20% 할인해 내놓을 테니 12시간 안에 결정해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 다급한 제안을 단서로 월가는 AI 관련주를 대량으로 처분하던 곳이 ‘AI 예언자’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의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거래 관계자와 투자자 등을 인용해 시추에이셔널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서들이 어떻게 월가에 퍼졌고, 펀드의 정체가 드러난 뒤 매도 압력이 더욱 커졌는지를 보도했다.

첫 번째 이상 징후는 7월 중순부터 나타났다. 저렴한 중국 오픈소스 AI 모델로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흔들렸다. 시추에이셔널이 보유한 블룸에너지와 샌디스크, AI 클라우드 기업 네비우스는 떨어진 반면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어도비와 앱러빈, 피그마는 반등했다.

시추에이셔널은 지난달 24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2분기 운용 보고서에서 7월 들어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펀드에 새로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받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펀드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불안해진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다음 주가 시작되자 시추에이셔널은 대출 은행들의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마진콜은 담보로 잡힌 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이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네비우스와 블룸에너지, 샌디스크, 코어사이언티픽 주가는 9~24% 떨어졌다.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주고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월가 대형 금융회사들의 종합 보고서에서도 이상 징후가 잡혔다. 7월 들어 기술주 차입 투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금융회사를 프라임브로커라고 하며, 이들은 고객 펀드들의 투자·차입 동향을 종합해 매일 보고서를 제공한다.

보고서에는 특정 펀드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지만 경쟁 펀드들은 아셴브레너의 공개된 보유 종목을 평소 추적하고 있었다. 이 종목들이 동시에 급락하자 시장 참가자들은 시추에이셔널이 곤경에 처했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적어도 한 곳의 대형 헤지펀드가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하고 있다는 사실이 월가의 공개된 비밀이 됐다.

결정적인 단서는 같은 날 오후 나왔다. 앤트로픽 등 비상장사 지분을 보유한 패밀리오피스 대표 데이비드 만은 뉴욕 라과디아공항으로 가던 택시 안에서 시추에이셔널을 대리하는 인물의 전화를 받았다. 시추에이셔널이 보유한 앤트로픽 지분 일부를 살 생각이 있느냐는 제안이었다. 거래는 다음 날 아침까지 끝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만은 전화를 받은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챘다. 그는 “아셴브레너가 팔고 있었다”며 “돈이 필요해 매수 의향이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공개를 앞둔 유망 AI 기업의 비상장주식을 밤새 처분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펀드의 자금난을 보여주는 신호였다는 것이다.

시추에이셔널이 보유한 앤트로픽 지분의 가치는 약 50억달러(약 7조원)에 달했다. 앤트로픽 비상장주식은 회사의 승인을 받아야 양도할 수 있어 세쿼이아와 그리녹스 등 기존 주주들만 매수 후보가 됐다. 시추에이셔널은 지분을 20% 할인해 제시하면서 12시간 안에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서울=뉴시스]켄 그리핀 시타델 설립자.(출처=밀건 연구소 25차 세계 총회 홈페이지) 2025.5.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켄 그리핀 시타델 설립자.(출처=밀건 연구소 25차 세계 총회 홈페이지) 2025.5.9. *재판매 및 DB 금지

급매 제안은 월가의 흩어진 단서들을 하나로 묶었다. 스티브 코언과 대니얼 롭 등 대형 투자자들에게도 앤트로픽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졌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아셴브레너가 선호한 종목들을 겨냥했다. 익명의 대형 펀드가 기술주 포지션을 줄이고 있다는 소문은 이제 시추에이셔널이라는 구체적인 이름과 연결됐다.

그리녹스 측 투자자들은 밤새 거래를 준비했고 앤트로픽도 지분 양도를 승인했다. 거래는 지난달 30일 오전 8시에 끝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추에이셔널은 같은 시간 시타델과 밀레니엄매니지먼트 등 헤지펀드에 상장주식 포트폴리오를 넘기는 별도의 협상도 진행하고 있었다.

켄 그리핀이 이끄는 시타델은 결국 시추에이셔널이 차입으로 보유한 상장주식 포지션 대부분을 당시 시장가격보다 약 10% 싼 가격에 인수했다. 양측은 미국 증시 개장을 불과 20분 앞둔 오전 9시10분께 거래 확인서에 서명했다. 시추에이셔널은 앤트로픽 지분 매수자들에게 더 나은 거래를 찾았다며 매각을 취소했고, 일부 투자자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시추에이셔널이 입은 손실 규모도 드러났다. 펀드는 투자자들에게 7월 중 약 67%, 300억달러(약 42조원)의 손실을 냈다고 알렸다. 다만 상반기 수익이 워낙 컸던 탓에 연초 이후 수익률은 여전히 80%를 기록했다.

아셴브레너는 2024년 AI 산업의 발전 경로를 예측한 165쪽 분량의 에세이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앞으로의 10년’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AI 확산으로 이익을 볼 반도체·전력·클라우드 기업의 주식을 사고, AI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

겉으로는 상승과 하락에 동시에 투자하는 헤지 전략이었지만 실제로는 AI라는 하나의 전망에 자산을 모두 걸었다. 펀드는 자기자본 1달러당 약 3달러, 때로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 투자 규모를 키웠다. AI 인프라주는 떨어지고 소프트웨어주는 오르자 양쪽에서 동시에 손실이 발생했고, 차입은 이를 더욱 증폭했다.

시추에이셔널은 청산되지 않았다. 현재 약 150억달러(약 21조원)를 운용하면서 고객들에게 손실 경위를 설명하고 위험관리 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보여준 것은 AI 전망의 적중 여부만이 아니었다. WSJ은 대형 펀드의 위기는 프라임브로커 보고서와 공개된 보유 종목, 비상장주식 급매라는 단서를 통해 순식간에 월가 전체에 퍼졌고, 펀드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 소문은 추가 매도 압력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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