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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들이 생일날 사당으로 향한 까닭…"축하보다 감사"

등록 2026/07/08 09:43:36

"부모가 자식 낳고 기르느라 애쓴 날"

[안동=뉴시스] '계암일록'(광산김씨 설월당종가 기탁자료)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2026.07.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계암일록'(광산김씨 설월당종가 기탁자료)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2026.07.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김진호 기자 = 400여 년 전 조선 선비들에게 생일은 축하받는 날이라기보다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의 은혜를 되새기는 날이었다.

8일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경북 안동 예안 출신 선비 김령(1577~1641)이 남긴 일기 '계암일록'에는 38년 동안 이어진 생일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령은 자신의 생일을 '구로지일(劬勞之日)'이라고 표현했다. '부모가 자식을 낳고 기르느라 애쓴 날'이라는 의미다.

김령은 생일이 되면 떡과 음식을 마련해 부모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 먼저 올렸다. 자신의 탄생을 기념하기보다 자신을 세상에 있게 한 부모의 희생과 노고를 먼저 돌아본 것이다. 조선 선비에게 생일의 중심에는 '나'가 아니라 '부모'가 있었다.

이 같은 생일 풍습은 다른 조선시대 일기에서도 확인된다.

[안동=뉴시스] '계암일록'(광산김씨 설월당종가 기탁자료)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2026.07.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계암일록'(광산김씨 설월당종가 기탁자료)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2026.07.0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경북 예천 출신 권문해(1534~1591)의 '초간일기'에는 자신의 생일에 떡을 빚어 부모의 신주를 모신 사당에 먼저 올린 뒤 가족과 친척의 축하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김령의 일기에는 생일을 맞은 선비의 내면도 드러난다.

1612년 서울에 머물던 김령은 생일을 맞아 "나는 정축년(1577)에 서울 주자동에서 태어났다"고 적었다. 이어 "다행히 문과에 급제했으니 선친을 추모하는 마음이 넓은 하늘처럼 끝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성취를 말하면서도 그 바탕에는 부모에 대한 감사가 있음을 강조했다.

1614년에는 "나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덕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 오직 눈물만 흘릴 뿐이다"라고 기록했다. 1623년 마을에 홍역이 돌아 생일 의례를 치르지 못했을 때도 "부모님에 대한 사무친 정이 더욱 그지없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안동=뉴시스] '초간일기'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초간일기' (사진=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생일의 의미는 놓지 않았다. 직접 제사를 올리지 못하는 해에는 자녀들에게 대신 의례를 치르게 하며 부모를 향한 감사의 뜻을 이어갔다.

이 기록은 조선시대 생일 문화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효(孝)를 실천하는 계기였음을 보여준다. 태어난 날을 기억하는 동시에 자신을 길러준 부모의 은혜를 되새기는 날이었던 셈이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오늘날 생일은 태어난 사람을 축하하는 날로 여겨지지만, 400여 년 전 선비들의 일기에는 생일을 맞아 가장 먼저 부모의 은혜를 떠올리고 감사했던 문화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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