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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후티 반군 공세에 몰려 고전…미국 참전 여부 주목

등록 2026/10/12 10:16:04

수정 2026/10/12 10:40:24

사우디, 대규모 지상군 투입 여부 놓고 고심

이란 지원받은 반군, 미사일·드론 전력 고도화

트럼프, 미군 공습 참여 가능성 시사…"그럴 수도"

[리야드=AP/뉴시스] 사진은 지난 8일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는 모습. 2026.10.11.

[리야드=AP/뉴시스] 사진은 지난 8일 킹칼리드 국제공항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는 모습. 2026.10.11.

[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의 후티 반군 공세에 고전하면서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우디가 지상군 투입을 확대하거나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을 끌어낼지 주목된다.

11일(현지 시간) 사우디 주도 연합군에 따르면 이날 정체불명의 발사체가 킹칼리드 국제공항 제4터미널을 타격해 화재가 발생했다. 사우디 민간항공청(GACA)은 이 공격으로 파키스탄 국적자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지난주 후티 반군과 싸우는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공세를 시작했지만, 반군은 전선을 유지하며 오히려 사우디 영토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다. 지난 10일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12명이 사망했다.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바탕으로 미사일과 드론 전력을 강화해 왔다. 사우디의 주요 기반 시설을 공격해 경제적 피해를 키우는 전략은 미국과의 갈등에서 이란이 활용해 온 압박 방식과도 닮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0년 넘게 예멘 내전에 개입해 후티 반군을 공격하면서 예멘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게 반군의 주장이다.

최근에는 후티 반군의 공세가 이란과 미국 간 갈등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지는 양상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동생인 칼레드 빈 살만 국방장관은 11년간 군사적 대응과 협상을 통해 후티 반군의 진격을 저지하려 했지만, 반군은 국경 너머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도시를 장악한 데 이어 인구 밀집 지역인 타이즈까지 점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 정치 전문가 알리 시하비는 CNN에 "이 위협은 반드시 완전히 해결해야 한다"며 예멘 정부군의 지상 작전 수행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가 공군력을 동원해 정부군을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지금까지 공습 지원에 주력하고 대규모 지상군 파병은 자제해 왔다. 그러나 리야드 공항 공격 이후에도 이러한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대규모 지상군 투입은 사우디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험준한 예멘 지형에서 장기전을 치르면 막대한 군사적·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해 온 안정적인 투자 환경과 글로벌 관광 중심지라는 국가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 정교해진 미사일·드론 전력

과거 소규모 종교 부흥 운동 단체였던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아 탄도미사일을 확보하고 이스라엘 텔아비브까지 공격할 수 있는 전력으로 성장했다.

후티 반군과 수년간 싸워 온 예멘 남부의 한 관리는 CNN에 "그들은 전쟁 방식을 발전시켰다"며 "공격이 정교해지고 집요해졌으며 정보 수집 능력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예멘 정부는 후티 반군이 이란 혁명수비대 전문가들과 협력해 미사일 성능을 개선했다고 주장한다. 예멘군 대변인 마제드 알 나질리는 "신형 미사일이 더 빠르게 비행하고 열 추적 시스템으로 표적을 정밀하게 조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미사일이 리야드 공항 공격에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나=AP/뉴시스] 2026년 9월16일 예멘 사나에서 후티 군 간부들의 합동 장례 행렬에 참여한 픽업트럭들이 모스크 앞을 지나고 있다. 2026.09.16.

[사나=AP/뉴시스] 2026년 9월16일 예멘 사나에서 후티 군 간부들의 합동 장례 행렬에 참여한 픽업트럭들이 모스크 앞을 지나고 있다. 2026.09.16.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무기 개발 가능성도 제기됐다. AI 기업 앤스로픽은 예멘 북부에 기반을 둔 한 단체가 자사의 AI 도구인 클로드를 이용해 로켓과 미사일의 비행 방향을 제어하고 안정화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해당 단체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후티 반군과의 연관성 가능성이 거론됐다.

사우디, 국제사회 지원 요청…미국은 신중

사우디는 후티 반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 파키스탄이 지원을 약속했으며, 튀르키예 등 다른 국가들도 지원 파견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시리아의 아흐메드 알샤라아 대통령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알샤라아 대통령은 장기간의 내전 끝에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세력을 시리아에서 몰아낸 바 있다.

반면 사우디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은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신 새로 구성된 합동사령부 산하에 100명 이상의 군사 고문을 파견해 정보 수집을 지원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 휴전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계 무역의 주요 항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미국 선박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하며 후티 반군에 대한 공격을 촉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개입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시하비는 미국의 직접적인 공습이 사우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항공기가 위성 정보를 더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어 공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우디는 미국산 첨단 방공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광활한 영토와 주요 기반 시설을 방어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석유 등 자원을 운송하는 시설과 핵심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폭 드론의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

사우디 민간항공국은 이날 리야드 공항 공격 사망자 가운데 미국 시민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미국인이 피해를 본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대응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우디인들은 훌륭한 전사들"이라면서도 이번 공격은 끔찍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국의 공습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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